이명박, '토론회 공포증' 재발하나?

"질문내용 사전협의 없으면 곤란"…KBS 토론회 무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오는 21일로 예정된 KBS 초청 생방송 토론회를 거부해 논란을 빚고 있다.
  
  KBS는 18일 "이명박 후보 측에서 토론회장에서 이뤄지는 국민 패널의 질문 내용이 사전에 후보 측과 협의되지 않는 점을 이유로 토론회 거부 의사를 밝히고 형식 변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KBS "사전에 질문 협의하면 토론회 취지 살리기 힘들어"
  
  이 후보 측이 문제를 삼은 것은 질문의 내용이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다는 점.
  
  이 후보 측은 지난 달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도 상대 후보들의 집중적인 견제와 잦은 말실수 등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생방송 TV 토론을 거부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이를 받아들였었다.
  
  이에 대해 KBS 선거방송팀은 "후보 측과 사전에 질문을 협의할 경우 방송 토론이 이 후보의 생각과 견해를 여과 없이 듣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공론의 장'으로 기능해 국민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인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토론회는 최종 무산됐다.
  
  KBS는 또 "이명박 후보 측이 토론회 일정을 방송사와 합의하면서 토론회 진행 방식이 통상적인 인터뷰 대담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도 뒤늦게 방식의 변경을 요구하면서 일방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국정운영에 사전 질문은 존재하지 않아"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측의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옥새를 받아 든 왕세자도 이렇게 오만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 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 후보의 실력과 준비 정도를 봐서 사전 질문과 완벽한 큐시트도 준비되지 않으면 얼마나 두려울지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생에 큐시트는 없고, 국정 운영에도 사전 질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두 시간이라도 사전 질문 없이 국민 앞에 설수 없는 대통령 후보라면 사퇴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당초 이 후보 초청 토론회는 시사평론가 정관용 씨의 진행으로 오는 21일 밤 10시부터 90분 간 KBS 1TV를 통해 생방송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KBS는 이미 50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해 방송 세트를 제작하는 한편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국민 패널 선정 작업, UCC 동영상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합 질문 접수 작업도 진행하고 있던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