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측 "강재섭 쇄신안 미흡"…진통 불가피

박근혜 "책임 있는 결정을 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거부하며 밝힌 당 쇄신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의 반응이 엇갈렸다.
  
  朴측 "강재섭 쇄신안 바람직"
  
  박근혜 전 대표는 "강 대표께서 책임 있는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큰 지도력을 발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선교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도 강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대표의 쇄신안은 사실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의원은 "강 대표로서는 (자진사퇴라는) 마지막 한 발의 총알을 빼고는 모든 총알을 다 쓴 셈이 아니냐"면서 "대선주자들뿐 아니라 양대 캠프에 속해 있는 중진들까지 정기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측 공식입장 유보…"좀 더 지켜보자"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은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즉각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강재섭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캠프 내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회의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캠프의 요구사항이 만족할 만큼 수용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수긍했다. 그는 "일단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때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캠프의 방침"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 측은 이날 오후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선방식과 관련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과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한 강력한 규제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온 이 전 시장이 강 대표의 쇄신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강재섭 사퇴론 여전
  
  이런 가운데 강 대표의 거취 문제도 여전히 갈등의 뇌관이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 대표가 지난 열 달 동안 보여준 실적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제 당의 선장을 바꾸고 제대로 된 나침반과 경력, 거친 풍랑에 대한 예지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은 시간도 없고 상황도 좋지 않다"며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정말로 자신을 버릴 각오를 하고 자신이 악인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두 대선주자에게 큰 소리를 치고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당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경선 전까지는 비대위 체제로 당을 운영한 뒤 경선이 끝난 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 대표의 쇄신안 발표를 본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까지 사의를 표명할 경우 한나라당의 지도부 내홍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