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부채질이 못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보수 진영의 밀어붙이기에 뿔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며,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6.4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하며, 새누리당을 들쑤시던 <조선일보>가 알묘조장(揠苗助長)한 것은 아닐지. '알묘조장'은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벼를 빨리 키우기 위해 억지로 볏모를 뽑아 올려 모두 말라죽게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김황식 "선출직 고민한 적 없어…"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6.4 지방선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선>의 21일 자 4면 기사 '김황식·정몽준… 與 서울시장 후보 '알쏭달쏭''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20일 "선출직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 없으며 쉬고 싶을 뿐"이라며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총리는 이어 "(지난 14일) 귀국 이후 출마 문제로 여권 관계자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해, 전날 "여러 채널을 통해 (김 전 총리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던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뒤집었다.
김 전 총리는 "여권에서 내게 그런 (출마) 제안이 온다면 그때 내 입장을 밝히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한 게 없다"며 "다만 제 바람은 그런 제안마저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선을 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 "출마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추대를 바란다'는 오보가 계속 나와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의 얘기였을 뿐"이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주변을 통해 흘러나온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일정 부분 부정한 셈이다.
<조선>은 이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출마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박원순 대항마' 찾기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새누리당에서 '초지일관' 서울시장을 향해 달리는 후보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유일하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0일 이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대해 "사실상 (서울시장 후보) 출정식과 같았"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몽준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박근혜 대통령처럼 훌륭한 여성 정치인이 돼달라"는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선>은 거듭된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몽준 의원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정 의원이 오는 23일 미국을 방문해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만나는 것에 대해 "다시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 같다"는 주변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 블룸버그 전 시장 면담에 '복선(伏線)'이 있음을 암시했다. "(당이) 앞으로도 계속 출마를 요청할 경우에는 (정 의원이) 고민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권 '인물난', 2인자 키우지 않는 박근혜 때문?
김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둔 여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동아일보>는 21일 새누리당의 '인물난'이 심각하다며, '2인자 없는 박근혜 리더십'을 원인으로 꼽았다.
<동아>는 이날 5면 기사 '새누리 "그 많던 친박은 다 어디로 갔나"'에서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 전 총리조차 비박(非朴) 인사이라며 "김황식 카드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부상한 것 자체가 친박의 '인물난'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어, "'인물난'은 서울만의 일이 아니"라며 "텃밭인 대구와 부산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당내 경선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지지도가 높은 후보들은 출마를 고사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밭갈이를 해온 출마 예상자는 뜨지 않는 이중고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는 이에 대해 "당내에선 2인자를 키우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 1인 리더십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며 "(친박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참모로 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내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치인들(정몽준, 김문수, 김무성)은 비박이거나 대립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장기적으로 야권에 맞설 여권의 인물군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박 대통령의 용인술은 장기적으로 비슷비슷한 정치 참모만 양성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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