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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스키장' 문제가 이산가족 상봉 발목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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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스키장' 문제가 이산가족 상봉 발목 잡았다?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마식령 스키장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갖자는 우리 측 제안을 북한이 거부했다. 남한이 새해 벽두부터 전쟁 연습을 하고 있고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었지만,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했던 북한이 정작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봐도 멋쩍다. 과격한 표현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북한이 사뭇 공손한 표현을 쓰며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면구스러움의 다른 단면일 것이다.

북한이 고민 끝에 상봉 거부를 선택한 것은 남한 정부가 북한의 행동에 호응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북한 체제에 부담이 되는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주면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 관계 개선 조치에 나설지 북한으로서는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상태에서도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은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목매는 이유

북한에 금강산 관광 재개가 중요한 것은 단순한 관광 수입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은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원산을 잇는 국제 관광 단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금강산 관광 재개는 마식령 스키장이 활성화되기 위한 필수 조건 중의 하나이다. 세계적인 스키장이 한두 곳도 아닌 상태에서, 마식령에 스키 관광객이 오게 하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금강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해 전 사회적인 노력 동원 운동의 대표로 '마식령 속도'를 언급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곳이기 때문이다. 최고 지도자의 정력적 발기로 마식령 스키장이 짧은 기간 안에 완공됐는데 정작 스키장이 썰렁하다면 어떻게 될까? 김정은 비서에게는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김정은의 업적인 마식령 스키장을 활성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 2013년 12월 31일 열린 마식령 스키장 개장식. ⓒ조선중앙TV 캡처

마식령 스키장 활성화되지 않으면 김정은에게 타격

문제는 마식령 스키장을 활성화하려는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키장 활성화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이다. 처음에는 전국 각지에서 당이 배려해줄 사람들을 뽑아 스키를 즐기게 하겠지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스키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업적이 훼손되지 않게 할 논리적 명분이 필요하게 된다. 김정은 제1비서의 지도로 전(全) 인민적 노력의 성과물이 건설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물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를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 비서의 잘못된 지도를 지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타깃은 누가 될까? 바로 외부의 적대적 환경이 될 것이다. 최고 지도자의 올바른 영도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의 노력이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것은 외부의 적대 세력들이 북한을 압살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하는 경제개발 성과 못 거두면 다음 선택은?

이런 면에서 본다면, 마식령 스키장을 비롯한 북한의 경제개발 노력은 양면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경제 건설을 위한 대외 환경 개선을 위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게 하는 유인으로 작동하지만, 그것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대외 긴장 고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연초부터 언급한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한이 원하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하고도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한 북한 당국의 복잡한 고민이 올 상반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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