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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의 비대칭 해소를 위한 기반부터 마련하자

[좋은나라 이슈페이퍼]<3>'부동산'이 아니라 '주거안정'에 초점을

8.28 전월세 대책 발표이후부터 부동산 거래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부동산거래지수는 9주째 상승하고 있으며,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부동산 가격도 전월세 대책 발표 직후인 9월 2일부터 6주 연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매매가격과 함께 전세가격도 동반 상승하여 60주 연속 상승 최장기록을 갱신할 태세다. 그러고 보면, 박근혜 정부 들어 전세시장 안정방안으로 발표한 4.1대책과 8.28대책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8.28 대책이 발표되기 전부터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는 절대로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매매가격이 상승하면 전세가격 비율을 낮출 수는 있어도 전세가격의 절대금액이나 상승률을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고, 박근혜 정부는 역대정부 중 임기 초기에 전세가격을 가장 많이 올린 정부라는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매일경제, 2013,10.3.).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 그리고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전월세 시장 불안정의 원인을 국회가 부동산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데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법인의 부동산 양도 시 법인세 30%p 추가과세 폐지를 위한 법인세법, 분양가 상한제의 사실상 폐지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주택법 등의 개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주택매매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매매시장 활성화가 어떻게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부동산 시장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변화하였다. 주택공급은 정부 스스로가 공공분양 물량을 조절할 만큼 공급과잉 상황이고, 주택가격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급등하던 시절부터 주장해왔던 공급확대 대책과 경제 위기시에 긴급대책으로 발표했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전세시장 안정대책이란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

현재의 주택시장의 전환기에 세입자의 주거에서 안정성을 확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가 급격하게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전세물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의 주거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입자의 보호제도가 임대보증금의 안전한 반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월세주택으로 전환되면서 세입자의 과도한 월세부담을 줄이고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막고 장기거주가 가능한 임대주택제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택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비대칭 해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 시장은 전근대적이고 비공식적이기 때문에 임대시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입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막연한 시장활성화가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세입자 지원대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뉴시스


거래당사자간 힘의 불균형과 임대계약 관계

경영학, 조직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래에서 쌍방 간의 관계는 임대차관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거래당사자간의 힘의 불균형이나 비대칭은 두 당사자간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조직몰입도나 공동 이익에 대한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왔다. 기업간 거래, 모기업과 하청업체간의 하청계약, 프랜차이즈 본사와 지점간의 계약, 국내기업과 해외기업간의 합작 등에서 이러한 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 현상은 두 당사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통해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조직의 목표와 주체의 목표가 불일치하는 경우 정보비대칭상황에서 거래당사자는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대칭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겠지만, 국가나 공공기관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이 거래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당사자를 지원해주거나 제도적으로 협력과 연대를 보장해주는 것도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 약자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부족한 힘을 보충할 수 있다. 이것이 조합이나 협동조합의 원리이다. 노동조합에게 단결권을 보장하는 이유도 개별적으로 대응해서는 힘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임대주택시장에서의 비대칭은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시장상황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관계가 역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갖고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임대차 계약에서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임대인의 일방적인 주도를 방지하고 세입자의 대항력을 제도화함으로써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제고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기업간의 관계에서 거래당사자 간의 비대칭 해소가 조직에 대한 몰입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공정한 관계는 상호간의 신뢰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주택외의 공동자산인 지역커뮤니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주택임대차에서 힘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활용되는 장치들

세계 각국에서 임차인의 권한을 보호하고 주거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채택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힘의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공공이 임대료를 관리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임차인의 선택 대안을 확대함으로써 힘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EU국가들은 전체 주택재고의 평균 14.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오스트리아(23%), 덴마크(19%), 네덜란드(32%), 스웨덴(17%), 프랑스(17%) 등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1%), 일본(6%), 독일(5%) 등은 낮은 수준이다.

둘째, 임대관련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는 임대차등록제도를 통해 가능하게 된다. 임대사업자는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공공은 주택의 성능과 특성, 임대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공개함으로써 임차인의 선택을 돕는다. 특히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주택바우처 공급 전후의 주거상황을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택바우처 공급의 대상이 되는 적합한 주택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임대주택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등록된 임대주택 자료는 지역의 공정임대료를 설정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셋째, 임대료 결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공공에 의한 임대료 통제이다. 임대료 통제 방법으로는 임대료의 절대금액 규제 방법, 임대료의 인상률 규제 방법, 주변 임대료와 비교한 공정임대료 결정방법, 임대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관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임대료의 절대액을 미리 정하는 방식은 전후 영국 런던이나 뉴욕시 등에서 시행되었으나 이중임대시장과 임대주택 공급 위축, 주거 질의 저하 등의 문제점을 유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도는 프랑스나 독일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급격한 인상을 억제함으로써 공동체 파괴를 막고 세입자의 안정을 도모한다. 주변 임대료와 비교하는 임대료 결정방법은 최근 우리나라의 준공공임대주택에서도 채택한 방법으로 신규 공급임대주택의 급등을 막아 임대료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기여한다.

넷째,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임대료 관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보조금 및 저리대출을 받은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임차인이 일정한 소득 이하이어야 하고 최대임대료도 규제를 받는다. 이런 주택을 매개형 임대주택이라 부른다. 미국에서도 LIHTC(Low Income Housing Tax Credit)을 통해 임대주택 건설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이 주택에는 일정 소득 이하의 입주자에게만 임대할 수 있고, 시장이하 임대료로 공급해야 하며 30년간 임대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우리나라 임대차계약에서 비대칭성 현황

우리나라의 임대차계약은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임대인이 우위의 입장에 있었다. 이러한 힘의 비대칭관계는 임대차계약 과정, 임대차계약의 내용, 위험의 분담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주택임대차의 탐색과 계약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 현상이 나타난다. 임차인은 임대주택을 탐색하는 단계에 임대인의 자산상황이나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이나 조건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임대가 정보는 실거래가액이 아니라 공인중개사가 계약 전에 제공하는 호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택의 성능이나 품질, 수선이력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둘째, 현행 임대차계약에서 임대기간과 임대료 인상율, 임대계약 갱신여부의 결정에서 임대인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계약 기간이 2년으로 규정되어 있고 계약종료의 조건이나 임차인의 거주의사 확인 등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임대계약의 갱신 여부는 임대인의 일방적인 임대계약 종료 의사 표시에 전적으로 의존할 뿐 임차인의 의사는 전혀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그 결과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현주택에서 2년 미만 거주가 46%에 이르고 4년 이상 거주 가구는 28%에 불과하다. 현주택에 계속 살고 싶다는 의사를 가진 가구가 65.7%이지만 실제 대부분의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의 의사에 따라 갱신되지 못한다. 임대인은 2년의 임대차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임대료 인상율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임대료를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다, 더구나 전세와 월세의 선택과 혼합 여부, 전월세 전환율의 결정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셋째, 미래의 위험에 대해 임대인에 비해 임차인은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의 임대료 지불능력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임차인이 파산 등으로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하더라도 전세금이나 많은 보증금을 통해 임대료 미납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반면, 임대인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보험은 임차인이 자기부담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전에 임대인의 재산상황이나 금융상황, 임대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임대시장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의 보전 여부는 운명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소액보증금에 대해 최우선 변제해주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 대상 기준금액이 너무 낮고 우선 변제금도 너무 적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1)

넷째, 임차인이 선택가능한 임대주택의 대안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충분하다면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재고의 10%를 훨씬 넘어서는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은 여전히 5.8%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이 소득과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민간이 제공하는 임대주택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임대인 우위의 시장에 머물러 있게 된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주택임대차 시장의 비대칭성

그런데 최근 임대주택 시장의 변화는 이러한 비대칭 관계가 더욱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임대주택시장에서 전세의 급격한 월세화는 임차인의 부담을 훨씬 늘리고 있다. 임대인은 임대시장의 비대칭성을 활용하여 세입자에게 월세화를 강요하고 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때 적용하는 월세전환률이 시장이자율의 2배 이상에 이르기 때문에 월세화가 진행될수록 세입자는 추가부담액이 커지게 된다.

둘째,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때 적용하는 월세전환율은 저소득층 세입자일수록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전세금이 낮은 주택일수록, 아파트보다는 다가구, 원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때 월세전환율 역시 아파트(7.6%), 다세대 연립(8.8%), 단독다가구(10.6%), 원룸(10.4%)의 순서대로 열악한 주거여건일수록 높아진다.2)

특히 도심의 저층주거와 상가, 원룸은 월세전환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 최근의 월세화가 계층별로 역진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전세가 전근대적인 임대형태이기 때문에 월세화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거나 월세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열악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임대주택의 공급 구조도 임대인 우위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재정비사업 추진으로 저렴주택은 급격하게 멸실된 반면, 중대형 아파트가 주로 공급됨에 따라 소형주택과 저렴주택 임대인의 우위가 더 강해지고 있다. 반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단기간에 과잉공급되었으나, 대부분이 월세형태로 공급되어 전세가격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평당 월세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왔다.

임대차시장의 비대칭 해소를 위한 정책과 과제

최근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택공급의 과잉이나 주택개발사업의 정체,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발전단계나 인구구조의 특성, 가계부채 상황, 세계경제의 여건과 한국경제의 위상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전세주택의 급격한 월세화, 전세가격의 상승과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의 상승, 월세전환율의 높은 수준과 점진적인 하락 등의 임대시장의 특성도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따라서 4.1 대책이나 8.28대책과 같은 단기적인 주택시장 활성화대책으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는 현실성을 갖기가 어렵다. 현재의 전세가격의 상승과 전세화의 진행은 구조적인 전환의 결과이기 때문에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어떤 대책도 단기적으로 전세가격의 안정을 담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주택 시장의 장기적인 안정과 임대주택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4.1 대책이나 8.28 대책은 임대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구상을 전제로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3) 세부 대책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으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임대주택 시장의 투명성 확보이다. 현재 우리나라 임대주택은 전체 주택재고의 8.1%인 139만9000호만 제도권 임대주택이고, 37.7%인 653만3000호는 비공식적인 임대주택이다(2010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 이 중 약 절반 정도가 확정일자 제도를 통해 등록을 하는 반면, 나머지 절반 정도는 그나마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의 위험이 크지 않은 월세주택이나 재계약시에는 등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세입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고 보아야 한다.

임대차 등록제도는 세입자 안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 임대주택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다가구주택의 경우 개별주거단위별로 임대주택상황을 공개해야 주택가격 하락이나 임대인의 파산으로 인한 임대보증금 반환의 위험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다. 임대차등록제도는 주택바우처제도의 시행이나 준공공임대주택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도 필요한 장치이다.

이와 함께 임대차등록제도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와 병행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모든 임대사업자는 반드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여야 한다. 다만, 현실성을 고려하여 단기적으로는 3주택 이상의 임대인에 대해서만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되, 1,2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임대사업자 등록시에만 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주택리모델링 비용의 직접 지원 및 융자 등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임차인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저렴한 임대주택의 공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처럼 택지개발사업이나 재정비사업을 통해 대규모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보금자리주택처럼 도시외곽에 집단적으로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도심지역에서 역세권이나 유수지 등에 대규모로 공공임대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행복주택 구상도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제에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지역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함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이 지자체에게 과도한 복지재정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방교부세나 조정교부금 기준 산정시에 공공임대주택의 호수와 비중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원이나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을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함께 공급하는 것도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권역별 혹은 시·군별로 인구비중별 혹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대비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특히 낮은 지자체는 그 비중이 높은 지자체에 대해 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민간임대주택의 확보는 적정한 재정적인 지원과 조세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가능하다. 프랑스의 매개임대주택이나 미국의 LIHTC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준공공임대주택이나 서울시가 채택하고 있는 리모델링지원형 장기안심주택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핵심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충분한 재정적인 지원이나 저리 자금 융자 등의 혜택을 부여하되, 임대료 인상률 제한이나 장기임대차계약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셋째, 가장 근본적으로 세입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가장 핵심적인 장치가 바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이다. 독일처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대인의 계약거절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나 과도한 제도의 도입은 계약 거부나 임대료 인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1회에 한해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평균 3년 이내에 그치고 있는 세입자의 평균거주 기간을 최소한 4년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적용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넷째, 전세주택의 급격한 월세화로 인한 세입자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이 직접 월세주택을 확보한 후에 저소득층에서 전세로 공급하는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방안이나 일정 수준이상의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공공이 책임지는 전세금 지원형 임대주택 등이 대안이 된다. 보다 근본적으로 공공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월세주택을 확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기관이 전세주택이 월세화되는 경우 세입자가 납부하는 월세수입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가옥주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면, 가옥주는 용이하게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때 공공기금 재단이 월세입자의 월세지급을 보장하되, 가옥주에게 낮은 전환율을 적용하도록 유도한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부담을 줄이면서 월세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임대주택시장에서 비대칭이 지속되는 경우 주거불안정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확대된다. 노동조건의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가 결성되었듯이 임차인들이 힘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구적인 조치로 세입자 동맹이나 조합을 결성하여 주거안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계층간 계급간 대립은 사회적 안정을 헤칠 수 있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국가는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주거의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강제저축의 성격을 띤 전세제도에 비해 월세 인상은 가계지출과 저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정책의 목표는 신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있었고 이를 위해 국가가 주택정책의 핵심주체로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주택정책 목표는 다양한 주거복지 서비스를 효과적이며 세심하게 제공하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사회경제적 주체, 주민단체 등이다. 전월세지원센터, 주거복지센터, 주거재생지원센터 등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자문, 상담, 지원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게 될 기관을 설치하고 이들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 현재의 임대주택시장에서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보증금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보증금 7천 5백만원 이하의 주택으로 이 가격 이하의 임대주택은 전체 전세임대차 거래의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최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은 2,500만원으로 변제받은 금액으로 서울 시내에서 이주할 수 있는 전세주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2)서울특별시 주택정책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2013.9).
3)장기에 걸치 주택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제1차 주택종합계획은 2003-2012년까지였고, 제2차 주택종합계획(2013-2022)은 아직 작성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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