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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택시업계 충돌? 제대로 된 빅딜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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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택시업계 충돌? 제대로 된 빅딜을 하라

[홍헌호의 이슈 추적] <3> 운전사 처우 개선과 연계해 지원 확대해야

1.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 문제를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대립하고 있는 겁니까?
⇨ 지난 14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양측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버스업계는 대중교통에 택시가 포함되면 자신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은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들어오면 버스 영업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 걱정하고 있습니다.

2. 택시업계에서는 버스전용차로에 택시가 들어가는 일은 없을 텐데, 버스업계가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 정부가 과거에 대중교통법을 통해 버스를 보호한 것은 버스가 승용차에 비해서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버스전용차로도 만들어 준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중교통법이 개정되어 택시가 버스와 유사하게 보호되면 택시도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버스업계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택시업계가 자신들은 버스전용차로에 관심이 없다고 확인함으로써, 이 쟁점은 논란의 대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3.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까?
⇨ 우선 먼저 택시 경영 적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또 택시 승강장이나 공영차고지를 만들 경우 정부 지원이 가능해지고, 택시 요금의 소득공제도 가능하며 택시업계가 구조조정을 할 때 재정 지원도 이뤄집니다. 이밖에도 카드단말기 설치 비용과 버스, 지하철 등 환승 시 할인되는 금액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집니다.

4.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고 택시는 다중을 실어 나르며 일정한 노선과 운행 시간표가 정해진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형식과 문구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 그리고 과도하게 사대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 정부 관료들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택시를 대중교통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보호할 필요가 있으면 그런 방식으로 보호하면 되는 것입니다.

5. 결국 버스업계에 대한 현재 지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이 문제가 풀릴 것 같습니다. 양측의 주장, 제3자가 보기에 타당한 명분은 있는 건가요?
⇨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서 버스 요금, 택시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입니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간한 <2006년 세계 주요 도시의 생활여건>이라는 책자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버스요금 비율은 OECD 26개국 중에서 4번째로 낮고 택시요금은 9번째로 낮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버스요금, 택시요금을 낮게 유지하되 그에 따른 손실을 일정 정도 보전해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명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우리나라의 택시요금이 도쿄나 뉴욕의 1/5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 주요 도시 간 택시요금을 비교한 교통연구원의 1997년 보고서를 보면, 당시 도쿄와 뉴욕의 택시요금은 5km당 각각 1만1733원, 1만1724원으로 2215원에 그친 서울의 5배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소개한 KOTRA 책자에서는 좀 다른 내용의 자료를 접할 수 있습니다. KOTRA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택시 기본요금은 5.55달러로 1.81달러인 우리나라의 3배였고, 미국은 2.50달러로 우리의 1.4배였습니다.

7.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택시요금 비율은 OECD 26개국 평균에 비해 어느 정도 낮은 건가요?
⇨ KOTRA의 책자에 따르면 당시 OECD 26개국의 1인당 GDP 평균은 우리나라보다 1.26배 높은 반면, 택시 기본요금은 1.7배 더 높았습니다. 경제 수준을 감안했을 때 OECD 국가들의 평균 택시 기본요금이 한국의 그것보다 1.35배(=1.7배/1.26배) 높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각국의 기본요금과 거리요금을 합산한 총요금을 비교한 자료는 입수하기 어렵습니다. 국책연구소들이 지나치게 게으르다는 생각입니다. OECD 34개국 주요 도시의 5km 운행요금, 10km 운행요금을 비교한 보고서만 만들어도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그 쉬운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8. 정부는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 확대에 소극적입니다. 이런 태도는 명분이 있는 건가요?
⇨ 업계의 주장을 들어보면 버스 기사의 월 소득은 300만 원 내외이고, 택시기사는 개인택시의 경우 200만 원 내외, 법인택시의 경우 130만 원 내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버스는 보호하되 택시는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분 있는 태도라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정부는 내년에 각 지자체들이 택시요금을 대폭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에 별도의 재정 지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9. 지자체들은 내년에 택시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할 계획인가요?
⇨ 상당수 시도가 내년에 택시요금을 20% 내외로 올릴 계획입니다. 최근 택시가 사용하는 LPG 가격이 40% 이상 올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각 시도의 설명입니다. 기본요금의 경우 대구, 부산, 울산은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대전, 충남, 충북은 2300원에서 3000원 내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본요금과 거리요금을 합산한 요금 총액 인상률은 대구가 19.7%, 울산이 19.2%, 부산이 16.2%입니다. 일부 시도가 택시요금을 올릴 경우, 다른 시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0. 지자체들이 택시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지자체장들에게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중교통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 부담이 늘어 택시요금 인상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자체장들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토하고 있던 택시요금 인상 추진안도 당분간 보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선이라는 국면도 부담스럽고 말입니다.

11. 현행 제도 하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버스와 택시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하고 있나요?
⇨ 버스에 대해서는 1조 원의 재정 지원과 4000억 원의 유가보조금 등 세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택시에 대해서는 7600억 원의 유가보조금 등 세제 지원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택시에 대해서도 재정 지원을 한다면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입니다.

12. 그런데 정부는 택시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에 거부감이 큽니다. 왜 이렇게 정부의 거부감이 큰 겁니까?
⇨ 지금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지출 축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들이 MB정부 하에서 부자감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놓았는데, 추가지출을 하게 되면 그것이 더 불안정해지고 그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택시에 대한 추가 지원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13. 대선 주자들 공약을 들어보면 복지 확대를 하기 위해 박근혜 후보는 매년 27조 원, 문재인 후보는 매년 30조 원 이상을 추가로 지출할 것이라 합니다. 1~2조 원이면 그 비중이 큰 것 같지 않습니다.
⇨ 27조 원, 30조 원 내외의 복지공약 중 다른 분야 지출을 좀 줄이고 택시에 대한 지원금을 1~2조 원 더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4. 그러나 택시업계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에 대해 택시운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 법인택시 운전자들은 택시법이 통과돼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 해도, 회사의 이익만 커질 뿐 자신들의 급여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택시운전자들에 대한 유류 부가세 경감분 지급안 등이 시행되었지만 회사 배만 불렸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15. 택시 운전자 처우 개선을 위한 기왕의 제도도 대부분 사문화되었다고 합니다.
⇨ <노컷뉴스>(2012년 11월 27일자)에 따르면 운전자들에게 기본적인 월급을 보장하는 전액관리제는 1997년에 마련됐지만, 서울시내 255개 회사 중 실제 이를 시행하는 곳은 7개사에 불과했습니다. 도입된 제도가 택시운전자들에게 실제 혜택으로 거의 돌아가지 않은 겁니다. 택시 회사들이 법을 어겨도 적절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택시 운전사들은 이번 택시법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 해도 결국 사업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16. 버스업계와 택시업계, 그리고 택시 운전사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해법은 없나요?
⇨ 첫째, 버스업계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중교통법이 개정된다면 버스업계에서는 불만이 없을 것입니다. 둘째, 정부가 택시업계 주장을 대폭 수용하되, 택시 운전사들 처우 개선과 연계해야 합니다. 택시업계도 택시 운전사들 처우 개선을 하지 않고 재정 지원만 요구하는 것이 명분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국민들도 택시업계가 택시 운전사들 처우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과 요금 인상에 동의해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도 이번 기회에 택시업계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되,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는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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