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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반값 등록금 부메랑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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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반값 등록금 부메랑 피하려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연타석 대박'을 원한다면…

가수로 치자면 박근혜 후보는 그간 수많은 애창곡을 내놓아 정상급에 선 대형가수지만 정작 사람들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 신곡을 내기 어렵고, 야권은 다양한 장르에서 한두 곡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은 있으나 새 앨범에 수록한 노래조차 총선 무대에서 제대로 부르지 않아 아직 대중의 귀에 익은 곡이 없다. 이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내가 야권 후보에게 추천하고 싶은 대박 장르는 복지와 교육이다. 복지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개혁이,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개혁이 가장 열성팬을 많이 모아낼 노래다. 여기서 연타석 대박을 터뜨리면서 야권 지지층과 부동층 유권자를 매료시킬 수 있다면 연말 가수왕은 분명 야권의 몫이다.

건강보험 개혁은 급속한 고령화와 가계의 민간의료보험 지출 증대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야다. 대학개혁은 학벌서열, 고액 등록금, 사학비리, 초중등 입시교육 및 사교육비 때문에 전 국민이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는 지옥탈출 과제다. 이 두 분야에서 국민을 매료시킬 대박을 터뜨리고 정권심판의 열망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로 승화시켜야 한다. 2010년 '무상급식' 의제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듯이 말이다.

나는 고3 수험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입장에서 교육개혁에 관심이 더 높은 편이다. 야권이 총선에서 내건 대학개혁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반값 등록금이고, 다른 하나는 국공립대 구조개혁이다. 이 가운데 반값 등록금은 여당에서도 공약을 내놓았다. 국공립대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여당이 기존의 국공립대 법인화를 기정사실로 여긴 탓에 아무 공약이 없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국공립대학 연합체제', 통합진보당은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대학을 보내야 하나?

사실 우리나라 대학의 문제점을 파고 들어가면 고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등록금 비싸고 교육환경 엉망인데다 대학과 학생 모두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아가는 시간강사들이 대학수업의 절반을 감당하고, 사학비리는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 모든 문제점을 국민에게 일일이 설명하며 이해시키기도 어렵거니와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야권은 가장 커다랗게 피부에 와닿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하며, 그 해법이 가져올 연쇄효과를 명확한 이미지로 알려주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 고통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대학을 안 갈 수는 없으니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해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니지만 취직은 잘 안 된다." 이 말 속엔 무려 네 가지 문제가 들어 있다. 1) 대학 졸업장 없으면 사람 취급 못받는다. 2) 입시경쟁 치열하다. 3) 대학등록금 비싸다. 4) 대학 나와도 취직은 잘 안 된다.

먼저, 1)과 4)의 문제점은 대학개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대학 졸업장을 기업에서 선발기준으로 삼고 있는 한 대단히 용감한 녀석들이 아니라면 대학 진학을 외면할 수 없다. 학력에 따른 임금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유럽(특히 북유럽)과는 문화가 너무 다르므로 단기간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낭비 요소가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꼭 기형적인 것만도 아니다. 4년제 대학의 진학률은 호주(94%)가 가장 높고, 한국은 71%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7위다. 러시아(72%)나 미국(70%)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등교육이 일반화함으로써 인적 자본이나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4)번 취업 문제도 경제구조의 개혁 없이는 당분간 해결하기 어렵다. 이른바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는 얼마 안 되고 고용도 늘지 않으며, 나머지는 불안정한 중소기업, 자영업 밖에 없다. 노동, 중소기업, 재벌 등 관련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니 상위권 대학을 향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사회의 일자리 양극화가 1)과 4)의 원인이고, 1)과 4)의 분위기 탓에 일자리 양극화는 더 강화된다. 잠깐 접어두자.

이제 남은 문제는 2)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3)의 비싼 등록금이다. 취업 경쟁을 감안한다면 입시경쟁 역시 불가피한 자연 질서처럼 보이는데다가 지금의 학부모 세대들도 경험한 문제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은 역시 비싼 등록금 쪽으로 쏠린다. 그렇다면 왜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마구 올라가는가? 이는 다시 1)과 4)의 문제로 연결된다. 대학졸업장 없이는 취업이 어렵고, 상위 서열에 드는 학교를 나와야 취업이 잘 되며 급여에도 차이가 난다. 그러니 서울의 상위권 사립대가 비리를 저질러가면서까지 등록금을 올려도 항거를 못하고, 그 바로 밑의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이 연이어 등록금을 올리고, 이를 근거로 지방 사립대도 등록금을 올린다. 사립대가 올리는데 국립대라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 학위장사를 하면서 학생을 볼모로 삼아 학부모의 주머니를 털고 있는 셈이다.

대학 생태계가 이렇게 형성된 까닭은 이례적으로 높은 사립대 비율과 이례적으로 낮은 정부의 고등교육비 부담 등의 두 가지이다.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를 통해 대학 설립 조건을 완화하고 대학 정원을 마구 늘림으로써 우리나라 대학에도 시장 논리가 경쟁적으로 흘러들어왔다. 2011년 교과부 통계에 따르자면 2년제를 포함한 전체 대학 434곳 가운데 국공립대는 13%인 57곳이고, 나머지 87%인 377곳은 사립대이다. 재적학생 수는 국공립대가 21%(44만), 사립대가 79%(162만)를 점한다.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을 것 같은 미국조차도 그 비율은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확실히 이건 이상한 생태계다. 다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정부들이 평균적으로 고등교육비의 68.9%를 부담하고 있는 데 반해서 한국정부는 22.3%만 부담하고 있다. 칠레 한 나라만 우리보다 더 적게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확실히 한국의 대학은 시장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함에도 등록금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대학 간의 서열구조가 엄연하고, 대학별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 경쟁보다는 목좋은 곳에서 장사를 하려는 자릿세 경쟁이 치열하고, 이 자릿세를 내기 위해 등록금을 마구 올리는 구조다. 이 악순환 구조를 깨고 선순환 구조로 갈 수는 없는 걸까?
▲ ⓒ연합뉴스
반값 등록금의 부메랑

반값 등록금은 20대 초반의 대학생 유권자와 그들의 부모인 40~50대 유권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사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야당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어쩔 수 없이 공약을 내걸었다. 새누리당의 공약은 연평균 약 1조 원 가량을 국가 장학금으로 추가 지급함으로써 '반값'은 아니지만 '반의 반값' 즉 25% 정도를 지원한다는 공약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의 공약은 당장 반값 등록금을 실현한다는 정책이다. 연간 5조 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물론 이 지원금을 개인 장학금으로 지급하느냐 아니면 고등교육교부금으로 대학에 지원하여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느냐 하는 차이가 따르지만, 여기서 핵심은 결국 재원을 댈 수 있느냐의 문제로 쟁점이 형성될 것 같다.

사실 민주당이 반값 등록금을 포함해 총선에서 내걸었던 복지 공약 전체를 실행에 옮기려면 증세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민주당의 복지 공약은 예산 추계에서 허점이 많고 재원조달방안도 산뜻하지 않다. 증세 없이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물든 양치기 소년으로 내몰릴 위험마저 안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증세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현실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든가, 아니면 전체 복지공약의 우선 순위와 재원조달방안, 실현 시기를 아주 꼼꼼하게 조정하든가 말이다. 현재대로라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내건 공약 가운데 어느 하나도 실현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증세를 적극적으로 내걸 용기가 없다면 반값 등록금이든 뭐든 어딘가에는 예산을 집중하고 어딘가에는 수정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에게는 증세냐 복지공약 수정이냐의 양자택일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민주당에게 이 딜레마를 좀 더 깊이 고민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밥값이 좀 비싸더라도 음식이 맛있으면 그 식당을 욕하지 않는다. 문제는 밥값도 비싼데 음식마저 형편없는 경우 아니겠는가? 우리 대학이 그렇다. 비싼 등록금이 눈앞의 고통 해소책이긴 하지만, 반값 등록금이 즉각 실현된다 하여 우리 대학이 갖고 있는 취업학원의 성격과 대학 서열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우리 교육 전반의 문제점이 개선되는 건 결코 아니다. 국가가 반값 등록금에 해당하는 국고를 대학에 지원함으로써 사학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지만, 대학 세계 내부에서 대학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 기운이 형성되지 않는 한 반값 등록금 정책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국립대 일원화와 국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

그러나 길이 꼭 두 가지밖에 없는 건 아니다. 나는 그 힘이 "국립대 구조개혁"에서 올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 가운데 공립대는 서을시립대와 인천대 두 곳뿐이고 교육대학이나 특수대학을 제외한 국립대가 28곳이므로 편의상 국립대 구조개혁이라고 표현하자. 1차적으로 국립대를 일원화하여 혁신하고 거기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며, 그 정책의 성공에 따른 국민적 지지를 업고 사립대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정책에 동의하는 대학부터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면서 준국립화를 실시하자. 즉 브레이크가 없는 등록금 인상의 악수환 구조를 깨면서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면 재원 조달의 현실성을 확보할 수 있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에도 유리하며, 부가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앞의 논의에서 제쳐두고 온 2)의 문제, 즉 치열한 입시경쟁의 문제를 다시 짚어보자. 먼저 알아두고 갈 사실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19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지금의 학부모들이 대학을 들어갈 때보다 이른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서울대, 연고대의 입학정원은 당시의 절반으로 줄었다. 게다가 80년대의 대학진학율이 30%였던데 비해 지금은 80%가 넘는다. 또 하나의 변화는 서울 집중의 결과와 중위권 대학의 정원 확대로 서울 소재 사립대의 서열이 지방 국립대를 훨씬 웃돈다는 점이다. 즉 실질적인 입시경쟁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IN SEOUL)에 맞춰져 있다. 우리 집의 목표도 인서울이다.

민주통합당이 제시했던 '국공립대학 연합체제'나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표현이 약간 다를 뿐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자면 나는 '국립대 일원화'라고 부르고 싶다. 국공립대를 통폐합하면서 국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전체 국립대가 공동으로 입학전형을 실시하며 학위를 공동으로 수여하는 구조다. 교수들은 순환 근무를 하게 된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국공립대 법인화 추진과 대척을 이루는 정책이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은 국공립대 체제를 개혁하여 서울대 급의 혁신대학을 지방에 수십개 만들자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전의 명문대였던 지방 국립대를 다시 살려내 수준을 높이는 방안, 그게 바로 국립대 일원화 방안이다. 사실 정부가 대학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이 폭력적이어서는 국민의 지지르 받을 수 없다. 등록금을 낮추라고 사립대에게 강요할 근거도 없고, 사립대를 마구잡이로 국립대로 전환할 수도 없다.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해도 정부의 예산 승인과 결산 감사를 조건으로 내민다면 사립대에서 쉽사리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은 좀 답답하겠지만 이 시장에 새로운 '시장 논리'를 거꾸로 도입해야 한다. 목좋은 자리를 만들어서 경쟁을 시켜야 한다. 자릿세도 싸고 장사도 잘 되는 곳을 여러 곳 만들어 자리 다툼을 분산시키면 이 구조를 바꿔갈 수 있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요인은 국립대 교육 질의 개선과 반값 등록금 지원이다.

서울대 수준의 국립대 20~30곳을 만들자

먼저 지방의 국립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가장 질이 낮은 교육을 받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4.9명인데, 한국은 31.2명이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대부분 10명 이하이고, 심지어 러시아도 12.7명이다. 지방 국립대의 격을 높이는 방안은 이런 교육환경을 바꾸는 일이다. 현재의 국립대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에 맞출 정도로 교원을 늘려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지방 국립대 교수의 연구비 지원도 현재의 서울대 교수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그리고 국립대 전체의 공동 입학전형을 실시하고 공동학위제를 추진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국립대학 공동학위제를 검토하였지만,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자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2007년 10월의 여론조사에 따르자면 대학 서열화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학의 통합 전형과 공동학위제 도입'에 국민의 63.1%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공동학위제를 시행하더라도 기존의 관성과 편의성 때문에 서울에 있는 서울대에 학생들이 몰릴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서울대는 학문 분야별로 분할해서 수도권에 분산 배치하거나 인문학과 기초과학 분야의 학과만 남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같은 국립대 일원화와 동시에 국립대 학생에게 반값 등록금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실시 이후 서울시립대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른바 서열이 올라간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대학 생활이 달라진 점을 고려한다면 국립대 전체의 반값 등록금 실시는 전국에 20개 이상의 중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 예산은 연 6~7천억 원이면 충분하다. 이는 민주당이나 진보당이 예상하는 전체 반값 등록금 예산 5조원의 13% 수준이다. 여기에 대략 6~7천 명의 시간강사를 정규직 교원으로 신규 임용하는 데에 연 3천억 원 가량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예상되는 반값 등록금 재원의 20%인 1조 정도를 투입한다면 지방 국립대를 부모들이 안심하고 주눅들지 않으면서 보낼 중상위권 대학으로 혁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도 우리 아이를 마음 놓고 지방의 국립대에 보내겠다. 우리 아이가 국영수에만 목숨 거는 생활도 조금 바뀔 수 있을 거다.

일원화된 국립대학의 교육과정도 혁신해야 한다. 물론 이는 교수들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수행할 과제다. 다만 21세기 들어 교양교육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으므로 교양교육의 비중을 현재보다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교양교육이 길러주는 힘은 자격증이나 스펙보다도 훨씬 강력하고 지속적이므로 기업 업무나 사회생활에 훨씬 유력한 자산으로 기능하리라고 믿는다.

국립대 일원화가 가져올 효과

대학 시장에 목좋고 장사 될만한 대학이 수십 개 늘어나면 입시경쟁 그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해도 경쟁의 부담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서열을 계속 매기려 하겠지만 국립대가 일원화되어 있어서 학교별 서열은 상당히 무디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2단계로 비리사학, 경영개선대상 사학 등을 국가가 접수하여 국립대로 전환시켜 국립대 학생 비중을 전체의 40~50% 수준으로 꾸준히 높여 가야 한다.

대학과 입시를 둘러싼 먹이사슬이 구조변화를 일으키면 서울의 사립대가 누리던 프리미엄은 차츰 떨어질 것이다. 이는 초중등교육에서 혁신학교가 등장하면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려는 바람이 불어 혁신학교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떠올리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도다.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보다 혁신학교의 인기가 더 높다. 이런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립대 가운데 정부의 예산 승인권과 결산 감사권을 인정하면서 반값 등록금을 수용하려는 대학이 나타날 것이다.

국립대가 대학교육의 목표를 정상화하는 순간부터 초중등교육의 혁신과 정상화도 조금씩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는 다시 사교육비의 감소로 이어진다. 학부모들은 노후 자금을 마련할 새도 없이 초중등 사교육비에 이어 대학등록금을 갈취당하고 있다. 사교육비와 대학등록금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다면 복지 비용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사립대 중심의 대학 생태계에서 공공성을 높이는 "국립대 일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국립대부터 반값 등록금을 지급함으로써 단계적으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실현할 수 있고, 입시경쟁 부담도 누그러뜨릴 수 있으며, 학벌서열 중심의 사회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립대 일원화 공약은 무엇보다도 현재의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타개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공약이다.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자긍심 상승을 부를 수 있다. 야당이 국립대 일원화 정책과 국립대 반값 등록금 우선 실시 정책을 앞세우고 생활 의제를 선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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