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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6>
병정놀이
숨어있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잡혀간 뒤 텅텅 비어 아무도 없는 우리집.우리는 그 집을 본부로 하여 병정놀이에 열중하였다.만열이가 여전히 대장이었지만 잘 나타나지 않았고 덩치가 큰 나이백이 형들 두 사람이 대장 행세를 했고 온갖 명령이나 갖은 작전이나 기합을 늘 주
김지하 시인
2001.12.12 10:1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5>
해병
그날 밤나는 그 무서운 해병대를 보았다. 외갓집 큰 방에 이모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짝이 쾅하고 넘어져 들어오며 휙하고 뛰어든 시커먼 사람이 있었다.‘손들엇!-’총부리를 겨누고 있었다.우리는 모두 손을 쳐들고 벌벌 떨었다. 여자와 아이들뿐인걸 알고
2001.12.11 10:1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4>
신호
산정리 시커먼 뒷산에 붉고 푸른 분점이 무수히 지나가며 ‘쓰쓰또또-쓰쓰또또-’ 무선음을 다시금 내기 시작하고 연동 다리뚝밑 시커먼 뻘밭에 붉은 관을 등에 진 웬 사내가 피투성이가 되어 꺼꾸러졌다 일어섰다하며 허우적거리는 영상이 다시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
2001.12.10 10:05: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3>
대공습
그날.그날 공습은 그야말로 대공습이었다.그 저녁녘 상리에서 본 목포하늘은 시뻘건 불바다였다. 불바다! 아니 불바다 이상이었다. 한자의 ‘황(荒)’이라는 단어의 지옥의 이미지로 밖에는 그날의 불바다를 묘사할 재간이 없다. 그 불바다 속에 아버지가 있는 것이다.‘아버
2001.12.07 10:2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2>
휘파람
강은 어머니.강가에 마을과 숲과 시뻘건 황토언덕들이 이어진 것을 보면 어머니 젖을 빨고 무릎에 앉고 또 손을 잡고있는 아이들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그 모든 아이들을 보살핀다.강은 말없이 그 모든 마을과 숲과 황토와 사람들을 보살핀다. 그래서 강가에 있거나 먼곳에
2001.12.06 10:0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1>
뱀과 개구리
큰 뱀이 큰 개구리를 삼켰다.개구리는 발만 안들어가고 온 몸이 뱀에게 삼켜졌다. 삼켜진 채로 독을 뿜는가보다. 뱀이, 그 큰 뱀이 동시에 죽어간다. 몇 시간, 아니 하루종일 걸리는 것 같다.우리가 피난한 집의 큰 집마당 한 귀퉁이에서 뱀과 개구리가 그러고 있다. 그것을
2001.12.05 10:13: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0>
부줏머리
요즈음은 라디오가 식은 밥이다.그러나 그 무렵의 라디오는 신기(神器)였다.어느날 저녁 무렵 소리없이 돌아온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이 그날부터 라디오 청취에만 몰두하셨다.단파라디오.미국에서 발신하는 한국의 소리 방송이나 기타 한국어 방송 등을 통해 미국과 동아
2001.12.04 10:0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49>
서만열
동네 아이들 총대장 서만열.그는 그 무렵 중학교 이학년이었다.여위고 가냘픈 몸매에 눈초리만 날카로웠다. 저보다 어린 애들은 물론 동갑쟁이나 손위의 큰애들도 졸졸졸 따르는 그야말로 타고난 ‘보쓰’였다.소년단에서 데려가기엔 너무 컸고 민청에서 불러가기엔 너무 어
2001.12.03 09:5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48>
영채형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사람 영채형.나는 영채형의 흰 이미와 꿈꾸는 듯한 검고 깊은 눈동자, 그리고 그 그늘져 서글한 목소리와 미소를 사랑했다. 바로 윗집 사는 승철이 외삼촌인데 목수다.나에게 나무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깨우쳐준 것도, 나무 중에서
2001.11.30 10:2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47>
소년단
자주 끼지는 않았다.그러나 나는 아버지 덕택에 명목상으로는 소년단 간부였다. 공습이 있어 등화관제로 캄캄했던 어느날 밤 나는 소년단 사무실에 아이들 여럿이 함께 있었다.연동에서 가장 미남이고 로맨티스트로 소문나있던 영진 형이 한 간난장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캄캄
2001.11.29 10: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