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04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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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이 <주자학>, 고마운 책이다
[최재천의 책갈피] <주자학>
논어의 첫 글자는 '학(學)'이다. 그래서 첫 문장이 "배우고 때로 이것을 익힌다.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知, 不亦說乎)"로 시작된다. 여기서 '학'은 어떤 의미일까. 현대 우리말로 '학'이나 '학자(學者)'라고 하면, 수학이나 물리학, 수학자나 물리학자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법학, 정치학, 철학 등 대학에 학과가 개설되어있는 학문이라는 의미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네트워크가 곧 권력, 본래 그랬다
[최재천의 책갈피] <광장과 타워>
서부극 석양의 건맨 2 – 석양의 무법자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일라이 월릭이 미국 남북전쟁 중 남부군이 도둑맞은 황금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은 황금이 거대한 공동묘지의 비석 아래에 묻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스트우드는 월릭의 권총에서 몰래 총알을 빼놓았다. 그런 다음 돌아서서 하는 말. "있잖아, 친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중국인의 마음 풍향계, 마오쩌둥
[최재천의 책갈피] <마오쩌둥>
마오쩌둥이 세상을 뜨기 두어 달 전인 6월로 추정되는 어느 날, 마오는 화궈펑과 장칭을 비롯한 몇몇 정치국원들을 침상으로 불렀다. 마치 유언을 남기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일생에 걸쳐 두 가지 일을 했소. 첫 번째는 장제스와 수십 년간 싸워 결국 그를 몇 개 안 되는 섬으로 쫓아낸 일이오. … 우리의 이 업적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소. 두 번째는 문화
훌쩍 다가온 격변, 배워야 이긴다
[최재천의 책갈피] <초예측>, <앞으로의 교양>
"앞으로는 대다수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은 뒤처지겠군요. 그런 세상에 희망은 있을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자연선택조차 극복하려 합니다. 인간에 의한 지적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의 섭리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몸이나 뇌, 의식을 설계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 중입니다. 이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커다란 혁명을 일으킬
만주 벌판에 놀라 울음 터뜨린 조선 선비
[최재천의 책갈피] <조선 선비의 중국견문록>
"아, 참 좋은 울음 터로다. 가히 한번 울 만하구나. (…) 이제 요동 벌판에 와서 여기서부터 산해관까지 1천 2백 리 사방에 도무지 한 점의 산도 없이 하늘 끝과 땅 변두리가 맞닿은 곳이 아교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가는 비구름만 창창할 뿐이니, 이 역시 한바탕 울어볼 만한 곳이 아니겠소." (호곡장론(好哭場論)) 연암 박지원에게 요동벌
구글 20년 "이제 가능성의 1%밖에 도달 못했다"
[최재천의 책갈피] <구글 스토리>
1998년 뉴요커지 켄 올레타가 MS의 빌 게이츠를 만나러 갔다. "가장 두려운 장애물이 무엇인가요?" 빌은 조용히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넷스케이프, 오라클, 애플, 연방정부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군요." 바로 그때, 실리콘밸리의 차고에서 빌의 악몽은 시작되고 있었다. 구글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가 읽은 <좌전>
[최재천의 책갈피] <역사, 눈앞의 현실>
중국 춘추 시절, 정(鄭)나라의 집정관 자산(子産)은 내란 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도적이 궁궐로 침입했고, 부친은 피살되었다. 깊은 원한을 품은 채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시기에 젊은 나이의 자산은 무엇을 했을까. 그의 모습은 부친이 막 살해된 젊은이 같지 않았다. "문지기를 배치하고", "문무백관에 책임을 지우고", "전적(典籍)을 신중히
서민 교수가 알려주는 이 결정적 장면
[최재천의 책갈피]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너무 많은 양의 소변을 본다." 독일의 학자 게오르크 에버스 소유라서, '에버스 파피루스'라 이름 붙은 B.C. 16세기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당뇨병 증상이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미라 속에서 발견된 이 문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학 문서가 됐다.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다. 어린이 요실금에 대한 부분이다. "점토를 끓이면 작은 알갱이가 되는데, 요실금을
하이얼의 냉장고 신화, 현대 중국을 만들다
[최재천의 책갈피] <격탕 30년>, <중국 고도성장의 비밀>
1984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서른다섯의 장루이민(張瑞敏)이 망해가는 한 전자공장의 공장장으로 파견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13개 조항의 규칙을 만들었다. 제1항은 "공장 내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봐서는 안 된다"였고, 다른 조항 중 하나가 "공장의 물자를 빼내서는 안 된다"였다. 부임 후 그가 내린 최초의 전략적 결정은 세탁기 시장을 버리고 냉장고를 생
처칠의 가장 무서웠던 적, 우울증
[최재천의 책갈피]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짐승 같은 놈'이라고 흉악범죄자를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종(짐승)들에게 몹시 부당하다. … 동일한 종의 구성원 사이에 파괴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고, 대개 너무 혼잡하거나 먹이가 부족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발생한다. 인간은 유례없이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그래서 앤서니 스토가 묻는다. "왜 인간은 폭력적인 존재가 되는가." 저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