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5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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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된 민주화'의 날개 없는 추락, 새로운 균형
[유라시아 견문] 아테네 : 탈향과 귀향
1. 검은 아테나 18년 만이었다. 이십대 들머리 때 갔다. 삼십대 끝자락에 다시 왔다. 그새 세기가 바뀌었다. 20세기말, 서울에서 런던으로 향했다. 유라시아 동녘 끝에서 서쪽 끝으로 곧장 직행했다. 사이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중국도 인도도 이슬람도 하등의 관심이 없었다. 대영도서관에 둥지를 텄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했다는 탁자 주변을 배회했다.
이병한 역사학자
'소로스 키드'의 반전 "자유민주주의는 실패했다"
[유라시아 견문] 부다페스트 : 역류와 복류
1. '부다'와 '페스트' 부다페스트에도 다뉴브가 흐른다. 유럽을 꿰는 강이다. 유럽사를 관통하는 장강이다. 헝가리에서는 부다와 페스트를 가른다. 강서(江西)가 부다(Buda)이고, 페스트(Pest)는 강동(江東)이다. 두 마을이 합심하여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합수와 합류가 부다페스트의 기저를 이룬다. 서편에서, 동녘에서, 밀물과 썰물이 오고갔다. 우랄산
배부른 돼지가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이겼다
[유라시아 견문] '리샤르드 레구코' 인터뷰 (下)
'리샤르드 레구코' 인터뷰 (上) "공산당 '가짜뉴스'에서 벗어났나 했더니 곧…" 3. '1980'과 '1989' 이병한 : 1989년과 1980년의 차이를 강조하십니다. 자유연대노조가 출범했던 1980년 원년과 1989년 이행 간에 아득한 거리가 있다고 말씀하시죠. 한국에도 '1987년 체제'라는 말이 있는데요. 그 원점이 되었던 1980년 광주항쟁과 견
"공산당 '가짜뉴스'에서 벗어났나 했더니 곧…"
[유라시아 견문] '리샤르드 레구코' 인터뷰 (上)
1. 바르샤바의 사대부 그는 1949년생이다. 폴란드 사람이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태어났다. 그 공산국가가 무너진 것이 마흔(1989)무렵이다. 돌연한 사태가 아니었다. 당사자였다. 청년시절부터 반체제 운동에 가담했다. 자유연대노조와 긴밀하다. 198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웬사가 정치적 지도자였다면, 리샤르드 레구코(Ryszard Legutko)는 사상
"자그레브의 청년정치 실험은 왜 서울에 닿지 않는가"
[유라시아 견문] '스레츠코 호밧' 인터뷰 (下)
☞'스레츠코 호밧' 인터뷰 (上) 바로 가기 :미국판 적폐 청산 시도는 왜 실패했나? 3. 이행과 역행 이병한 : 2012년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발표한 논문을 몹시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1989년 이후 이행의 결과를 '발칸의 사막화'에 빗대었죠. 한국에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책이 있는데요.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
미국판 적폐 청산 시도는 왜 실패했나?
[유라시아 견문] '스레츠코 호밧' 인터뷰 (上)
1. '오다리기 조르바' 올리버 스톤 감독은 그를 가리켜 '크로아티아의 카리스마 넘치는 철학자'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치 못한 진술이다. 팔색조 매력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출신지가 크로아티아인 것은 맞다. 그런데 태어났을 무렵에는 유고연방이었다. 1983년생이다. 티토가 사망한 지 3년 후였다. 크로아티아는 유고
"이러려고 독립했나…'세계화의 덫'에 걸린 코소보"
[유라시아 견문] 코소보 : 신생과 환생
1. 험로 가는 길이 험했다. 이르지 못할 뻔했다. 단숨에 국경을 넘지 못했다. 아니 '국경'이라는 합의조차 없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다. 세르비아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세르비아 공화국 내 자치주라고 주장한다. 국제적으로도 편이 갈린다. 110여 개 국가는 코소보 공화국을 승인했다. 90여 개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베오그라드에서 프리스
'민족 영웅'이 된 '나치 부역자', '반공 민주'의 모순
[유라시아 견문] 자그레브 : 종교전쟁 2.0
1. 두 개의 전쟁 독일은 동진하고, 소련은 남하했다. 나치의 동쪽에, 적군(赤軍)의 남부에 유고가 자리했다. 독소전 이면으로 유고내전도 격발된다. 1941년 4월 우타샤(Ustaša)가 주도하는 '크로아티아 독립국'이 선포된다. Ustaša는 봉기(Uprising)을 뜻한다. 나치 독일에 호응한 파시스트 정부이다. 크로아티아는 1차 대전 이후 발칸에 들어
청년의 새 정치 "나토는 가고, 티토는 오라!"
[유라시아 견문] 베오그라드 : 제국의 추억
1. 호텔 모스크바 아침 8시면 호텔 모스크바로 향했다. 1층 카페가 문을 여는 시간이다. 12시까지 꼬박 네 시간을 보냈다. 두어 시간은 내 글을 쓰고, 두어 시간은 남 글을 읽었다. 아메리카노와 터키식 커피를 번갈아 마시며 두 시간씩 버틴 셈이다. 4성급 호텔이다. 숙박료가 만만치 않아 이틀만 묶었다. 사흘째부터는 카페만 찾았다. 유서가 깊은 호텔이다.
'사라예보의 아이들', 어디로 가야 하나?
[유라시아 견문] 사라예보 : 백년의 대란
1. 발칸의 예루살렘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겨울 내 채 녹지 않은 하얀 눈이 산골짜기를 덮고 있었다. 산꽃과 들꽃이 만발한다는 4월이 되려면 열흘은 더 지나야 했다. 유독 많은 터널을 지나야 당도하는 곳이 사라예보다. 발칸 반도에 역삼각 꼴로 위치한 보스니아는 국토의 거개가 산지이다. 사라예보 또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