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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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여는 나무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9>
나뭇가지에 어린잎이 막 새 순을 내미는 모습은 참 예쁩니다.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앙증맞다고 해야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린 새의 부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펜촉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제 막 연초록의 부리를 내미는 어린잎들이 무어라고 재잘댈 것 같기도 하고, 저마다
도종환 시인
섬기고 공경할 사람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8>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중에는 평생을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서로 별 도움이 못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만났지만 오래 기억하게 되는 사람이 있고, 만난 지 오래 되지만 서로 편치 않은 관계로 살아가는 사람
용연향과 사람의 향기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7>
얼마 전 영국의 웨일즈 해변에서 용연향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션 케인과 아이언 포스터라는 두 사람이 발견한 용연향은 약 50kg 정도로 50만 파운드(약 9억 45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산벚나무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6>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자족에 이르는 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5>
키요자와 만시는 내면의 자족에 이르는 것이 신심의 정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생선을 즐겨 먹지만 생선이 없다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재물을 즐기되 그 모든 재물이 없어졌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높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
네비게이션에 없는 길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4>
네비게이션에 제가 있는 산방 주소를 찍고 오다보면 쌍암재 아래에서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움직임을 멈춥니다. 목표지점을 찾을 수 없어서 노란색 화살표로 바뀐 채 움직이지 않습니다. 산방은 해발 350m 정도의 산비탈 경사면에 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를 끼고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 납니다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3>
냉이꽃 한 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 납니다 제 속에서 거듭난 것들이 모여 논둑 밭둑 비로소 따뜻하게 합니다 참나무 어린 잎 하나도 제 속에서 거듭 납니다 제 속에서 저를 이기고 거듭난 것들이 모여 차령산맥 밑에서 끝까지 봄이게 합니다 우리도 우리 자신 속
화개 벚꽃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2>
화개는 꽃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구례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청거렸고 진주 쪽에서 오는 길도 벚꽃으로 흥건하였습니다. 밀려드는 차량 행렬로 인해 화개를 향해 가는 길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쌍계사 계곡을 향해 올라가는 길도 느린 속도로 이어지고 있었습
누구일까요?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1>
잿빛을 벗지 못한 산에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메마르고 딱딱한 목질 속에서 바깥으로 노란색 꽃을 계속 밀어 내보내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요? 생강나무 아래로 상사화 초록 잎이 땅속에서 지상을 향해 꽂은 단검처럼 올라와 있습니다. 땅 속에서 푸른 잎을
통일문학의 발을 묶지 말라
[창비주간논평] 국정원, <통일문학> 반입을 불허하다
남북 문인들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함께 낸 문학지 《통일문학》 창간호에는 북의 소설가 장기성의 우리 선생님이 맨 앞에 실려 있다. 시골학교에 부임해 와서 5년간 근무하고도 교수강습소로 떠나는 남은희 선생이 방금 대학을 졸업하고 후임으로 온 윤금숙 선생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학교를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버스가 두번째 굽이를 돌아설 때 아홉살짜
도종환 시인,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