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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제 있어봤자…"총수 지배 은행에선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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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제 있어봤자…"총수 지배 은행에선 더 위험"

경제개혁연구소 "은행 소유구조 풀면 국가경제에 부정적"

은행에 특정 최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예금보험제도로 인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금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오너가 지배하는 은행에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하는 셈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작년 4월부터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한도가 9%로 상향조정돼 위험이 커지게 됐다.

작년 3분기 현재 K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는 지분 5.4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며 신한금융지주는 BNP파리바가 자회사 지분 포함 8.50%로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9%면 국내 대부분의 은행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대주주를 맡게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22일 경제개혁연구소가 최근 발표된 3건의 은행 소유구조 관련 논문을 정리한 '은산분리 완화가 은행의 위험추구행위 및 경제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실렸다.

총수 지배하는 은행, 예금보험제도가 위험 촉발

연구소가 소개한 3건의 논문 중 루크 래빈 교수와 로스 레빈 교수가 작년 발표한 '은행의 소유구조가 위험추구와 규제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대주주가 있는 은행에서는 예금보험제도가 은행 위험을 증가시킨다. 오너의 영향력이 강력할수록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대주주가 있는 은행은 규제가 강화될수록 위험이 증가한다"며 "은행의 오너가 보다 엄격해진 규제로 인해 감소한 효용을 보상받기 위해 위험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논문은 "회귀분석 결과 대주주의 현금흐름권이 클수록 은행의 위험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주들이 경영자나 채권자에 비해 더 큰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실질적인 현금흐름권을 가진 대주주가 소수주주보다 은행 위험을 증가시킬 요인과 영향력이 더 크다"라고 지적했다.

논문은 "미국과 같이 소유가 분산된 은행에서는 예금보험제도가 은행 위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와 같이 소유가 집중된 나라에서는 예금보험제도가 은행 위험 증가와 상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삼성이나 LG 등 특정 재벌그룹이 완화된 금산분리 조항에 따라 특정 은행의 지배주주가 될 경우, 그 은행은 예금자를 보호하기보다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위험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만큼 국가 경제의 안전성이 흔들릴 여지가 크다.

경제위기 시 오너 지배 은행이 더 위험

특히 이런 위험추구 경향은 경제위기 시 국가 경제 전체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연구소가 올해 발표된 '오너지배 은행과 경영자 지배 은행의 위험추구행위와 금융위기 전후의 성과 비교' 논문을 인용한 부분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 시기에는 소유가 집중될수록, 주주권리가 강한 은행일수록 더 높은 성과가 나왔다.

그러나 논문이 지난 2007년과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비교한 결과,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은행 소유가 집중되고 주주권이 강한 국가의 은행이 더 큰 손실을 겪었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오너가 지배하는 은행이 더 강한 위험추구 성향에 힘입어 그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 소유구조 풀면 국가 경제 위험

따라서 은행이 특정 주주의 이익 추구를 위해 기능할 경우, 국가의 금융시스템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작년에 나온 '은행의 소유구조가 자본배분과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평가했다.

논문이 44개 국가의 318개 은행을 분석한 결과, 가족이 지배하는 은행이 많은 나라일수록 금융시스템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논문은 "가족지배 은행은 자본배분 효율성과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무수익 대출, 은행위기 발생빈도, 경제적 불안정성과는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며 "반면 소유가 분산된 은행은 자본배분의 효율성과 정의 관계를, 은행위기 발생빈도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은행 지배구조와 경제성장 관계를 회귀분석한 결과, 가족 지배 은행이 많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이 느렸다"며 소득 불평등 정도에 대해서는 "가족 지배 은행이 많은 나라일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더 심하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번 세 논문을 종합해 "은행 소유구조 규제와 연동되지 않은 건전성 규제는 아무런 효과를 낳지 못하거나, 은행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소유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기업집단이 은행을 지배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효율성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는 은산결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재 수준에서 (은산분리) 진도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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