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전 한겨레신문사 사장)가 민주당 지도부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복당 결정에 항의하며 9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고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민주화와 인권신장의 상징이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의 중앙당 지도부가 행한 반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결정에 대해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주홍글씨? 우근민이 사과한 적 있나"
고 예비후보는 "중앙당 지도부는 '성추행 용인 정당'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마치 정해진 일정을 따라가듯이 그를 당원으로 받아들였다"며 "김민석 최고위원의 제주 방문 이후, 우 전 지사의 복당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예비후보는 "도지사 시절 집무실에서 여성직능단체장을 성희롱했고,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제주 도정을 중단시켰던 정치인에게 마치 구걸하듯 복당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복당신청을 밝히는 자리에서 선거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미 복당이 약속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고 예비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으며, 경선방식도 기정사실인 것처럼 밝힌 것 모두가 우 전 지사를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로 세우려 이미 계획됐다"는 것이다.
"순간의 실수나 과오가 영원히 주홍글씨로 남아야 하느냐"는 당 노영민 대변인의 반론에 대해서도 고 예비후보는 "우 전 지사는 피해여성과 상담을 맡았던 여성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최근 제주도 13개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성희롱 전력자 지사 출마 포기' 요구에 대해 '악의적 주장'이라 강변하며 13대1 맞짱 토론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성희롱 사건에 대한 소명서를 당원자격심사위에 제출한 3월 7일까지 피해여성이나 관련단체, 그리고 제주도민들에 대해 한 번도 사과를 한 적 없다"고 항의했다.
고 예비후보는 또 "2008년 한나라당에서는 한 국회의원이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그를 사실상 출당 조치 했고,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아직까지 그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민주당에서는 그 국회의원과 한나라당을 어떻게 비난했느냐"고 물었다.
고 예비후보는 또한 "우 전 지사의 성희롱 사건 당시 여성부장관이자 남녀차별개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해자에게 1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책임자가 한명숙 전 총리였다"며 "같은 당에서 예비후보들이 성희롱 결정자와 피결정자로 나란히 서는 이 희한한 광경이 어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우 전 지사는 2002년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해 논란을 일으켰고,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위원장 당시 한명숙 여성부 장관)는 우 전 지사에 대해 1000만 원의 배상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우 전 지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한나라당 여성국회의원들 "민주당은 성추행당 표방"
고 예비후보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쏟아지는 조롱을 즐기고 있는 게 보이지 않느냐"고 비난했는데, 이날 한나라당은 정병국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조롱한데 이어 한나라당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세계여성의 날 전날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한국 여성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강제추행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도 인정조차 하지 않던 우 전 지사가 공천을 위해 고작 반성문 한 장 달랑 쓴 것을 두고 주홍글씨 운운하며 면죄부를 준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민주당의 모습은 스스로 '성추행당'임을 표방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전 지사 복당 논란은 '야5당 선거연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이날 "우 씨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에도 미달하지만, 야5당 중간 합의문에 적시된 '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보'와는 멀어도 한 참 멀다"며 "지방선거 야5당 연대에서 김각한 저해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김우남 변수?
당 내에서도 갈등이 잠복해 있다.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우남 의원이 "제주지사 출마를 위한 경선 참여 보장"을 당 지도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출마를 위한 위원장 사퇴시한(2월 1일)'을 넘겼다는 이유로 김 의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의 소리>에 따르면 김 의원도 우 전 지사에 대해 "민주당 정체성과 정의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역의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경선 참여를 통해 우 전 지사를 꺾겠다는 것이어서 '반 우근민'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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