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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존' 부동산, 지방선거 타고 폭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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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레드 존' 부동산, 지방선거 타고 폭발하나

"재개발 공약 방치하면 전국이 뉴타운 될 수도"

부동산이 다시금 신문 경제면 톱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계절적으로 수요가 살아나는 봄이 왔음에도 좀처럼 시장이 활기를 띄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간다는 대형 호재가 나왔음에도 기존 주택시장 거래는 물론, 신규 분양마저 실패를 이어가고 있다.

8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은마아파트 101㎡형(공급면적 기준) 호가는 10억 원대,113㎡형은 12억 원대다. 연초와 달라진 게 없다.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6만1974건으로 작년 말의 8만1961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집값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대세 하락의 신호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간과되는 변수, 즉 6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오히려 지금의 가격 안정이 전국적인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정부가 재개발을 주도하는 한국적 도심 개발 모델이 선거와 맞물려 주택 가격 폭발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거론돼 온 은마아파트. 최근 재건축 호재를 맞았음에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건설 국가'

한국의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8%다. 일본은 10%대이며 유럽 최대 토건국가로 최근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건설업의 GDP 비중이 18% 정도였다.

건설업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경기 침체기 정부는 건설업 지원 조치를 내놓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각종 규제완화로 건설업을 살려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건설업 지원 욕구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관 주도의 대규모 도심 재개발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큰 나라에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새로운 주택 실수요가 발생,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도심 재개발은 기존에 있던 헌 주택을 부수면서 이뤄진다. 이는 새로운 이주수요를 낳는다. 반면 순간적으로 주택의 절대 수는 줄어들어 공급량은 떨어진다. 결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주택 실수요는 크게 오른다. 이른바 '철거 이민자'들의 수요가 임대주택 수요 증가를 낳고, 이는 전반적인 주택경기 상승 기대감을 부추겨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주택경기 상승세를 맞고 있는 부산과 대전이 대표적 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인구는 지난 1995년 389만 명을 정점으로 작년까지 14년 연속 내리막이다(2009년 말 현재 357만 명). 매년 평균 3만여 명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부산 지역 집값은 급등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부산 주택가격 상승률은 4.1%로 전국 평균(1.5%)의 세 배에 가까웠다. 대전 역시 행정수도 건설 붐 등을 타고 올해 초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

뉴타운, 보금자리주택…집값 끌어올리는 건 누구?

김 소장은 "재건축·재개발이 공공건축제도로 편입돼 정치적 일정, 민원 등에 따라 주택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결국 그 동안 정부와 정치권이 주택가격 상승에 상당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행정수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관 주도의 재건축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특히 표심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선거는 도심 재개발의 큰 변수가 된다. 당장 지난 총선이 바로 '뉴타운 선거'였다.

뉴타운 뿐만이 아니다. 옛 그린벨트 지역에 보금자리주택을 올리는 개발주체는 결국 정부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사업도 모두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 냉정하게만 보면 정부가 대형 개발이슈를 시장에 뿌려 건설사를 먹여 살리고, 이 정책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 한국 건설업을 지탱해온 셈이다.

김 소장은 "정부가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과거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만 주던 도심 재개발 계획권을 이제 50만 명 미만 도시에도 허용했다"며 "지방선거에서 막무가내식 재개발 공약을 그대로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전국이 뉴타운 꼴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택가격 상당분을 차지하는 땅값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순환적으로만 놓고 봐도 주택가격이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 전국의 평균 지가를 100으로 가정할 때 올해 1월 지가지수는 100.887이다. 2년 간 땅값 상승률이 불과 0.887%에 불과하다. 땅값이 원래 높은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땅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가 적정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주택 공급이 실수요와 괴리가 생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에 하나 이 같은 상황이 이어져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중소형 주택 공급이 장기적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경기 회복기 토지가격을 다시 띄워 주택가격도 더 오르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 가능하다"도 지적했다.

부동산은 '레드 존'

다만 한국적 특수성을 제외하고 장기적으로만 보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김 소장은 "현재 부동산 가격은 2000년대 초반 이어진 상승기가 끝나는 시점으로 이미 고점"이라며 "인구 구조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2011~2012년)가 맞물리기 때문에 획기적인 소득구조 변화 등이 이어지지 않는 한 긴 시간을 두고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부동산 거품이 극에 달했던 지난 1990년대 초 소득대비 집값은 약 16배에 달했다. 현재 수도권은 이 비율이 12배 정도며 강남권은 20배에 가깝다. 도저히 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변 교수도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아 주택수요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이라 새로운 매수 추동력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 주택 시장의 특성상 하방경직성이 강하겠지만 당분간 추가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주택시장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 거주욕의 희생 위에 투자수요를 자극해 커 왔다. ⓒ연합뉴스
역설적으로 건설업에 매달려온 과거 한국 산업구조가 주택 신규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과거 개발독재 시대에는 주택 수요가 많아 건설업 증가가 지역 내 부가가치 증가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건설업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은 과도한 주택 건설이 지역 내 생산기반마저 붕괴시켰다. 지역 대도시가 요즘 다시 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업 붐이 지역 내 생산기반(공장)까지 허물어가며 과도한 주택건설로 이어짐에 따라, 지금은 주택을 사야할 수요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지경에 처해 건설업을 옥죄고 있다는 얘기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현재 한국 경제에는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추세와는 무관하게 상승할 경우 이후 급락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김 소장은 "현재 주택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오른다면 일본식 장기불황이 시작될 수도 있다"며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은 오르든 내리든 문제인 '레드 존'"이라고 우려했다.

크게 떨어질 경우 당장 문제가 터진다. 가계부채가 700조 원대에 이를 정도로 주택담보대출이 커, 현 경기를 감안할 때 사회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약 5.8%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지금 주택수요 하락은 이처럼 낮은 담보대출금리 하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면 어느 순간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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