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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연봉 받는 야구선수는 노동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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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액연봉 받는 야구선수는 노동자 아닌가?

[기고] 선수노조는 시대의 소명

지난 2일 열린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선수노조 설립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가 실시됐다. 찬성률은 매우 높았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물론, 상당수 프로야구 팬들도 선수노조 설립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노조'는 가장 터부시되는 단어 중 하나다.

<프레시안>프로야구 선수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을 지지하는 외부 기고글을 받았다. 이 글을 쓴 손윤 칼럼니스트는 야구전문 팀블로그인 '야구라(☞:
바로가기)'의 일원으로, 인터넷포털 '네이트' 등에 활발한 기고를 하는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다. '야구라'는 기존 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깊이의 글과 새로운 시각으로 야구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블로그다. <편집자>

2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열린 선수노조 설립 찬반 투표는 91.7%라는 높은 찬성률을 보이면서, 야구계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이번 투표는 선수노조의 설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찬반 투표는 아니라, 선수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투표 결과로 앞으로 있을 선수노조 설립이 강한 탄력을 받을 거라는 건 명확하다.

선수협이 선수노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O의 이상일 사무총장은 "프로야구 선수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다. 행정관청에 조만간 선수협회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할 것으로 보이나 노동부가 이를 받아줄지도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각 구단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구단은 "(전체 회원의) 과반수가 찬성한 것도 아니기에 큰 의미가 없다"면서 애써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고, 몇몇 구단들은 "(노조가 설립된다면) 구단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격한 발언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선수는 KBO나 각 구단의 주장처럼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인 것일까?

▲지난 2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10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손민한 선수협회장은 "선수의 권익 신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들은 지금껏 '꿈을 주는 스타'로만 인식됐다. 그들도 노동자다. ⓒ뉴시스

프로야구 선수 역시 노동자

사실 프로야구는 아니지만, 프로축구 선수에 대해 법원이 노동자 자격을 부정한 전례가 있다. 1985년 4월 3일 서울지방 민사법원은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린 노인호와 관련해서 "프로축구선수 전속계약은 단순한 근로계약이 아니라 축구선수로서 경기출전에 대비한 훈련과 경기출전만을 임무로 하는 도급적 성격이 짙게 깔린 비전형 무명계약"으로 판단했다.

이에 앞서 1983년에는 프로야구 선수의 산재 보험과 관련해 노동부가 "감독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기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라는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도 있다. 이 두 건만 놓고 본다면, 선수협의 선수노조로의 전환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도 선수협이 선수노조 설립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건 이후의 판결에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강호민 변호사는 "KBO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자등록 여부만이 노동자성의 판단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계약형식이나 사업자등록 여부와는 무관하게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대법원은 1993년 8월 1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으며 사용종속관계는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 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 직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개인사업자인) 골프장 캐디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가 있다.

이처럼 1980년대 후반부터 하급심을 비롯한 대법원 등 상급심에서는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개인사업자도 노동자로 판단하는 게 현재의 추세이다. KBO나 구단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법조계에서는 노동자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는 어떨까.

피와 땀으로 쟁취한 권리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노조(MLBPA)가 설립된 것은 1952년이고, 처음으로 리그 사무국과 노동협약을 맺은 건 1968년이다. 메이저리거라고 하면 누구나 거액을 받고, 일정 제한이 있지만 자유로운 이적과 그 계약도 에이전트가 하는 등 선수 권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보장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오랫동안 선수들이 구단과 리그에 대항해서 싸운 결과물이다. 그래서 흔히들 메이저리그 역사의 이면은 피로 얼룩져 있다고 말한다.

1970년에 메이저리그의 평균 연봉은 3만 달러 정도였고, 보류조항 때문에 싫든 좋든 한번 계약한 팀에 영구히 메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 선수의 초상권 등도 구단이 가질 정도로 선수는 어떠한 권리도 갖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일대 변혁이 온 것은 마빈 밀러가 선수회 위원장에 취임한 1968년이다. 이 해에 최저연봉과 선수의 고충 처리 기관의 설립 등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었다.

1970년에는 FA(프리에이전트) 제도 도입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커트 플러드의 법정 투쟁이 있었다. 7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커트 플러드는 구단의 일방적인 트레이드 결정에 반발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12시즌을 뛰었지만, 나는 자신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매매되는 구단의 소유물에 불과했다. 이건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처사이다"라면서 제소했지만, 법원은 "프로야구는 독점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결국 패소로 끝났지만, 그의 투쟁으로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1972년에는 연금문제를 둘러싸고 최초로 13일간 파업이 벌어졌고, 1975년에는 이른바 '피터 사이츠의 결정'으로 일정 조건을 갖춘 선수들에게 이적의 자유가 주어졌다. 그 후, 선수노조는 리그와 교섭해 FA 제도를 시행하는 등 선수 측의 교섭권이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는 구단을 상대로 선수 측이 대항하고 교섭하는 가운데 상생과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한국 프로야구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규모가 크기에 한국 프로야구의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프로야구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실제로 한국 프로야구와 유사한 점이 적지 않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선수노조가 생겨난 것은 1985년 11월이다. 그 이전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선수 개인의 권리는 억압당할 뿐이었다. 선수회가 있었지만 구단이나 일본 프로야구 기구(NPB)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선수가 구단의 결정 등에 대항하는 건 꿈에서도 불가능했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가운데 서서히 자신의 권리에 눈뜬 선수들은 각 구단의 선수회가 모인 일본 프로야구 선수회를 중심으로 1980년부터 선수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구단이나 리그 사무국 등은 노조 결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결국, 은밀하게 선수들로부터 입회서를 받은 선수회는 기습적으로 토쿄도 노조 위원회에 자격심사를 청구했고, 결국 통과되면서 정식으로 선수노조가 발족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수노조가 발족했지만 고난의 끝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LG가 표결에 불참하는 등 이탈할 가능성을 보였던 것처럼 일본도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발족과 동시에 탈퇴했다. 야쿠르트의 마츠조노 히사미 구단주가 선수노조 결성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야쿠르트의 선수들은 어디까지나 야쿠르트의 일원이었고, 경영층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야쿠르트는 1989년이 되어서야 선수노조에 참가했다.

또한, 나카하타 키요시 초대회장은 "파업은 전혀 할 생각이 없다"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일본 프로야구의 선수노조는 처음부터 구단 등과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본 프로야구 선수회가 선수노조를 조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협의 손민한 회장은 "연봉을 올려 받겠다는 게 아니라 대화상대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한다. "대화상대로서 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라도 노조 설립은 필수"라는 손 선수협회장의 말은 과거 일본 선수 노조의 상황을 보여준다. 극도로 낮은 선수 권익의 향상을 위한 대화상대로 인정을 받기 위해 선수노조를 조직한 것이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의 선수노조는 분명히 활동상 여러 가지로 미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최저연봉의 인상이나 구단 보유 선수를 60명에서 70명으로 확대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기상조라는 뫼비우스 띠

일각에서는 "프로야구 구단 대부분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노조 결성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또 선수들의 높은 연봉도 구단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각 구단이 적자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열악한 인프라에 법적 문제 등이 얽히고설킨 상황이다. 이는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최근에야 허구연 해설위원 등이 이야기하면서 열악한 인프라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전까지 각 구단이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 무엇을 했나?

▲선수노조와 관련, KBO와 각 구단은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선수노조를 설립하는 게 선수들의 정당한 권리라는 사실은 논외로 두자. 지금까지 그들이 과연 선수협을 대화상대로 생각한 적이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윤

일부 개선을 위한 말들이 나왔으나, 어디까지나 산발적이었고 면피성 발언에 불과했다.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되어서 신축 구장이 건설되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공적자금으로 신축구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지역밀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까지 지역밀착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

FA 제도 등의 도입으로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오른 원인도 각 구단에게 있다. 보상금을 노리거나 선수의 이적을 방지하기 위해서 FA를 앞둔 선수의 연봉을 '묻지마식'으로 인상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는 모기업의 홍보 수단에 머물고 있기에, 지금까지 수익이 아닌 성적만이 지상과제였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홍보 효과를 고려한다면 적자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말이다.

각종 불합리한 제도도 전혀 개선이 되고 있지 않다. 터무니없는 보상금 때문에 FA 제도는 소수의 선수와 구단을 위한 전유물에 머물고 있고,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룰 5 드래프트도 구단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권리는 다른 이가 아닌 자신이 찾는 것이기에, 프로야구 선수들이 선수노조를 통한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한 야구 관계자는 "사회의 제도나 복지 등이 향상된 것에 비해서, 야구계의 인식은 여전히 20여 년 전에 머문 게 사실이다. 이런 불합리성을 개선하지 않았던 KBO나 구단이 선수노조를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커트 플러드는 법정에서 "돈을 많이 받는 노예라고 해도 노예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 말을 살짝 비꼬아서 KBO와 구단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돈을 많이 받는 노동자라고 해도 노동자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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