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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성태, 또다시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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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이성태, 또다시 금리 동결

시장 혼란 속 "통화정책 신뢰성 흔들었다" 비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결국 무릎을 꿇은 걸까. 한은이 기준금리를 2.0%로 또다시 동결했다. 8개월째다.

9일 금리 동결을 발표하는 이 총재의 어조는 그동안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 발언 때와는 달리 현저히 완화됐다.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던 이 총재의 '강경한' 태도는 이번 금통위로 끝났나? ⓒ연합뉴스

사실상 금리인상 내년으로 미뤄

이날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정책기조가 상당한 정도의 금융완화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해가면서 4분기 이후의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국 경기와 원자재 시장에서 어떤 교란 요인이 발생하는지를 봐 가면서 경기가 꾸준히 좋아지고 금융시장도 안정을 유지하도록 운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총재의 발언은 지난달 10일 간담회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이 총재는 "금리가 일부 인상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금융완화상태가 상당히 강해 (기존의) 완화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금통위 직후에도 이 총재는 "향후 몇 달 간의 경제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말해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긴장할 정도였다.

금리 인상을 동결한 이유로 이 총재는 물가와 경기회복 수준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전반적으로 물가는 지난 2007~2008년의 높은 상승이 끝난 후 올해와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물가상승률은 저희가 볼 때 (목표수준인) 3%대 아래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수준이 낮음에도 물가가 목표수준을 유지하는만큼, 구태여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 요인으로 꼽혔던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달라진 인식을 보여줬다. 이 총재는 "지난 2분기부터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기미를 보여서 한은과 정부가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정부에서 몇 가지 대책도 내놨다"며 "그런 게 잘 작용해 최근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조금 둔화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9월 중순 이후에 증가속도가 둔화되니 앞으로 더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항복선언?

이같은 이 총재의 입장에 대해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화라는 반응이 많았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에 대한 자신이 있는 것 같고, 부동산 부문에서도 정부 규제 효과가 나타나는 걸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일단 '더 지켜보자'는 한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년이면 이 총재의 임기가 불과 3개월 남는데 과연 기준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세히 따져 보면 내년 경기에 대한 확실한 코멘트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이 총재가 굴복했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은 총재의 의지가 아닌 것 같다"면서 "이제는 결국 금리인상 이벤트가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 총재의 '톤'이 바뀐 것 자체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며 "올해 유동성 흐름만 봐도 환수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올해 4분기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은이 한은법 개정을 요구하는 근거로 내세운 게 금융안정이었는데, 금융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자산시장 안정"이라며 "이래가지고 어떻게 한은이 한은법 개정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은의 굴복은 이미 예견된 일로 보고 있었다. 한은의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 금융조사권을 요구해온 한은의 투쟁은 결국 '밥그룻 싸움'인 것을 알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이권을 미끼로 한은을 압박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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