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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독립의 핵심은 지배구조 공공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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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독립의 핵심은 지배구조 공공성 확보"

[토론회] "정부뿐 아니라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국은행 독립성 강화의 핵심인 금융기관 단독조사권 부여 가부를 놓고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한은과 감독권한 독점을 이어가려는 정부 간 신경전은 양측 수장이 언론을 통해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치열하다.

이 쟁점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논하는 토론회가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주최로 7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금융 안정을 위해 한은의 독립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한은에 단독 검사권을 주는 것도 마땅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이날 발제자로 나온 송종운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한은을 헌법기관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 ⓒ프레시안

한은 헌법기관화 필요

송 연구위원은 "현행 법체계의 공적 금융안전망 체계 아래서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헌법기관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은은 무자본특수법인이다.

송 연구위원은 "헌법기관화가 이뤄지면 한은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로서 지위를 얻게 된다"며 "여당과 정부, 그리고 실제 감독권 관할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위계구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본연의 책무를 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중앙은행을 헌법기관화한 대표적 국가는 독일과 포르투갈이다. 독일은 연방헌법 제88조에 "연방은 연방은행으로서 통화 및 발권은행을 설치한다. 이들 은행의 업무와 권한은 유럽연합의 범위 내에서 독립적이며, 물가안정의 보장을 우선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에 이양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독일연방은행법 제12조는 "독일연방은행은 이 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연방정부의 지시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독일연방은행이 행정부와 입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기관임을 명문화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헌법 제105조와 포르투갈은행 조직법 제18조에서 중앙은행의 독자적인 권한과 완전한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한은법 개정은 민생 문제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얼핏 국민 대다수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한은법 개정 논의가 매우 중대한 민생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한은이 정부가 주도하는 '시대적 요구'라는 논리에 순응해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서민과 중산층들의 자영업 창업·주택구입 등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이유 역시 이처럼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은 평가했다.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은 "이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은 과잉유동성과 그에 따른 자산버블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요 통화정책 수단을 지닌 한은이 단독조사권 행사를 통해 금융기관들을 사전에 관리·감독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현재 금융감독기구의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재무건전성 위주의 감독체계는 사후적인 관리에 불과해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BIS 비율)·증권(영업용 순자본비율)·보험(지급결제비율) 등에 대해 각기 다른 건전성 평가 기준을 갖고 있다.

한은,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흔히 한은의 독립성 논란에서 한은이 독립해야 할 주체는 정부 혹은 입법부로 생각한다. 그러나 토론 참가자들은 한은이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진 실장은 "현행 한은법은 기업과 은행의 이익을 대표하는 민간단체 회장들만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며 "단기적으로 금융업계나 기업계의 추천 몫을 국회 추천으로 바꿔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와 서민 등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나아가 한은에 대한 사회적 통제 강화를 위해 한은 총재는 물론, 금통위원 전원에 대한 국회 동의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최고 의결기구인 금통위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금통위원은 △한은 총재 △한은 부총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천하는 1인 △한은 총재가 추천하는 1인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하는 1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하는 1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추천하는 1인이다. 한은과 정부, 재계, 민간은행권의 이해관계만이 반영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본우 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선출되지 않은' 전문적 기술자들이 해야 한다"며 "중앙은행 재편 시 '중앙은행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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