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메신저를 할 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위축이 된다. 문제는 가족들도 이런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경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활동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안 기구의 민간인 사찰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수차례 이에 대한 해당 기관의 해명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사찰을 당한 피해자들이 "공안기구의 불법행위를 밝히기 위해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국정감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주의수호공안탄압저지를위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국정감사 사흘째인 7일, 국회도서관에서 '공안기구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고 이와 같이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그간 국정원, 기무사, 보안수사대 등에게 감청, 감시 등 사찰을 받았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 7일 공안기구 불법사찰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국회도서관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국회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
"현재 사찰도 모자라 사이버사령부까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안기관이 날뛰고 있다"며 "구시대적 조직사건이 조작되고 있으며 패킷감청으로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사생활이 일상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패킷감청은 감청대상자의 인터넷 회선을 통해 흐르는 정보 덩어리(패킷)을 통신사업자가 중간에 복제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걸 의미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7일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방통위는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2009년까지 엑스큐어넷, 슈퍼네트, 한창시스템의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설비를 총 11대 인가했다.
이들은 "기무사 역시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에 나서고 있으며 나아가 전 국민을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까지 구축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500명 규모의 사이버사령부를 2010년 1월에 창설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이를 통해 전방위적인 사찰을 시도하려고 한다"고 반대한다.
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선진강군을 주장하는 국방부 기무사 소속 현역 대위가 가정주부, 어린이 그림책 작가, 평범한 회사원, 노조활동가, 민주노동당 당원의 아내인 평범한 약사, 민주노동당 당원과 당직자의 집과 사무실 집회 현장을 쫓아다니며 사찰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다 사이버사령부까지 만든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이에 이들은 "국회가 나서서 각 공안기구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자 문책과 법적 제재가 실행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재발방지와 더불어 관련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 정보를 얼마나, 언제부터 가지고 있는지 알수 없다. 불안하다"
이날 참석한 사찰 피해자들도 국회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촉구했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피해자 하인준 건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보안수사대가 1년을 넘는 기간 동안 나를 감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왜 보안수사대에서 나를 조사했는지, 이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나와 관련도 정보는 얼마나 수집됐는지는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7월 5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의 이유로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수사를 받았다.
문경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활동가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감청했던 내용은 언제든 그들이 필요할 때 다시 증거로 써먹을 수 있다"며 "나의 정보를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안기구는 민간인 사찰을 두고 진위여부조차도 밝히지 않고 있다. 기무사의 경우 피해자들이 9월 11일 사찰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답변기한을 한차례 연장했으며 2차 기일인 10월 6일이 지났음에도 묵묵부답이어서 답변 의지 자체가 의심스러운 현실이다. 피해자들이 국회에서 진상규명을 밝혀주길 요구하는 이유다.
박진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공안기구의 민간인 사찰에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며 "공안기구는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사찰은 개인이 우발적으로 진행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정부는 국민에게 사회 활동을 하면 사찰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노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불법사찰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하고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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