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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테러 전쟁 속에 인권은 사치품으로 전락"

재미 인권변호사 클레런스 디아스 박사 강연

"포괄적인 국제인권협약이 없는 공백을 틈타 부시 정부의 '지구적 대테러전쟁(Global War on Terrorism)'이 국제사회에서 유일한 인권 관련 메커니즘으로 둔갑했다."  

"아시아에서 권위주의적 정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테러전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자꾸 들먹이는 것도 그들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의 양상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패권주의가 인권을 위협한다 "

'아시아인권 광주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재미 인권변호사 클레런스 디아스(Clarence Dias) 박사는 6일 오후 서울 민주화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린, '지구적 대테러전쟁과 아태지역에서의 인권보장: 정체성, 존중, 존엄성 그리고 인간안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강연은 오는 10일 세계인권의날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아레나(ARENA: 대안 교환을 위한 아시아지역 네트워크)가 "지구적 대테러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권 문제를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공동기획한 것이다.

(박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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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런스 디아스 박사는 누구?  

클레런스 디아스 박사는 경제개발 과정에서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민간전문기구인 '국제 개발과 법률 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Law in Development)'(미국 뉴욕 소재) 회장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등 각종 유엔기구에 인권 관련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영국 등의 개발원조기관의 자문역으로도 활동했다.  

인도 봄베이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주요 관심 분야는 경제개발과 인권, 개발원조와 인권, 인권정책, 제3세계 사법제도 및 법률개혁 등이다.  작년에도 방한했던 디아스 박사는 "이라크에 파병한 노무현 정부는 국제법상 전범"이라 규정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한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자이툰 부대 파병에 대한 우려감을 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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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지역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반테러법…최악의 영예는 호주가**  

디아스 박사는 "9.11 테러 이후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강권적인 테러방지법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법이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제국건설 패권주의와 이러한 세계 질서를 틈타 등장한 권위주의적 정부들의 지역 패권주의가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아태지역의 권위주의적 정부들이 대테러 명목으로 정치·사회 비판세력을 탄압하고 정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디아스 박사는 이 정부들이 언론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권력을 더욱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디아스 박사가 최악의 사례로 제시한 것은 아시아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훈수' 두기 좋아하는 호주의 반테러법.

디아스 박사에 따르면, 존 하워드 수상의 주도 하에 곧 채택될 예정인 이 법안은 '예비구금권'과 '통제명령권'을 두 축으로 한다.  이 법이 채택되면 호주 경찰은 테러 행위를 할 것이라 의심되는 사람을 별도의 법률적 장치 없이 14일 동안 구금할 수 있다.(예비구금권) 또한 구금자는 법률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그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또한 경찰은 1년 동안 테러용의자에게 전자감시 추적장치를 달고 그의 행동반경 및 접촉인물들을 통제할 수 있다.(통제명령권)

요컨대 '예비구금권'과 '통제명령권'은 테러를 방지하는 한다는 이유로 인권이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예라는 것이 디아스 박사의 주장인 셈이다.  

***반테러전쟁을 빌미로 악회되고 있는 세계의 인권상황**  

또한 클레런스 디아스 박사는 유엔고등판무관(UNHCR)의 '테러리즘 대처 과정에서 인권과 자유의 보호와 향상 담당 특별 보고자(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while Countering Terrorism)'가 올해 발표한 '국제적인 대테러 행동 속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경향'을 소개했다.  

"첫째, 각국 정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종·지역 세력들에 테러리스트 혐의를 씌워 탄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런 경향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사실상 이러한 반인권적 정부들을 지원하고 있다."  

"둘째, 테러 혐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잔혹 행위 등이 빈번이 사용되면서 이러한 반인권적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협약들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가장 위험한 경향이다."  

"셋째, 테러리스트를 '선동'하는 것도 범죄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즉, 테러리즘을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내용 뿐 아니라 테러 행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정보의 배포도 금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테러리즘이 확대 해석되면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넷째, 각국이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인종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이 양자협정을 맺어 테러리스트 혐의자들의 신상정보를 비밀리에 주고받고 있으며 테러리스트 혐의자 수용소를 비공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분명한 국제법 위반이다."  

"다섯째, 테러 행위의 조사와 예방이 경찰권 확대 내지 남용의 근거가 되고 있다."  

***  대안은 '인권'과 '인간안보'의 연대에서 찾아야**  

클레런스 디아스 박사의 발표대로라면 아태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구적 대테러전쟁 상황 속에서 인권 후퇴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 이에 대해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  

디아스 박사는 "테러리즘을 양산해내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인권의 박탈"이라며 "테러리즘 그 자체 뿐 아니라 테러리즘을 만들어내는 환경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테러 전쟁의 명분은 '인간안보'였지만 실제로 작용한 것은 '국가안보' 논리였다"며 "전지구적 대테러전쟁 논리에 '인권' 개념을 도입해 '인간안보' 논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아스 박사에 따르면 인권의 다섯가지 구성요소는 △존엄성 △존중성 △정체성 △다양성 △인간안보로 이 요소들이 대테러법에 반영될 때 이 법의 궁극적 목적인 '인간안보'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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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안보(Human Security)란?

인간안보는 안보의 궁극적인 대상을 인간으로 보는 개념으로 정치적 자유, 사회적 안정, 환경권, 경제적 풍요, 문화권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안보'는 외부로터의 군사적 침입에 대응하는 '국가안보'를 가리켰으나 197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전쟁의 원인으로 대두되면서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인간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유엔개발프로그램이 규정한 인간안보의 요소는 경제안보, 식량안보, 보건안보, 개인안보, 환경안보, 공동체안보, 정치안보, 군사안보 등이다.  눈여겨볼 점은 개인의 안보와 국가의 안보가 충돌할 때 개인 안보가 우선시된다는 점이다.   

(참고: 유엔개발계획 웹사이트 www.undp.org)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   

*** "미국이 북한인권문제 거론하는 것은 남북통일 차단하기 위한 것"**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오는 8-10일 서울에서 열리는 '북한인권국제대회'를 앞두고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북한 인권문제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클레런스 디아스 박사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지구적 대테러전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 준다"며 "공개적으로 하나의 의제를 내놓고 실제로는 다른 의제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아스 박사는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데 숨어있는 의제는 남북통일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원래 미국이 북한 침공 명분으로 내놓은 것은 북핵문제였으나 이라크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부시 정부가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통일만큼 북한 인권 개선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며 "정말 북한의 인권을 걱정한다면 남북통일을 추진해야 할 것인데 미국은 그에 대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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