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지를 잃고도 어찌 할 방도가 없습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지를 잃고도 어찌 할 방도가 없습니다"

<속보> 현대차 1공장 임단투 보고대회

지난 4일 자살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고 류기혁 씨의 출상이 있었던 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에서는 노조의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류기혁 씨의 죽음에 대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 보고대회는 현재 진행 중인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내용에 대해 노조 공장 대표단이 조합원에게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회사 2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 류 씨의 죽음에 대한 '보고' 역시 중요한 목적이었다.

태풍 '나비'의 북상으로 공장 안팎은 어수선 했다. 양정동 본사 정문 앞에 즐비하게 서 있는 각종 농성 천막들은 쉴 새 없이 불어닥치는 강한 바람과 폭우로 반쯤씩 쓰러진 상태. 빗줄기를 뚫고 간간이 현대차 노동자들이 공장 내부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1공장 정규직 노동자, 고 류기혁씨를 추억하다**

1공장 내부에는 '보고대회'에 참석하기 위한 조합원들이 수십명 씩 그룹별로 자리잡고 있었다. 첫 번째 발언은 1공장 비정규노조 대의원 박현제 대표가 맡았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송전탑 농성과 류 씨의 사망 사건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한 뒤 최근 비정규노조의 독자 부분파업에 따른 징계 상황도 언급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비정규노조는 지난달 25일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일환으로 2시간 독자 부분파업을 전개했고, 그 이유로 29명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6명이 해고되고 1명이 정직처분을 받았다.

박 대표는 "징계 문제로 (비정규노조가) 쓰러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규직 조합원들의 관심과 연대를 촉구하며 발언을 마쳤다.

***"고인은 착취와 탄압에 의한 사회적 타살"**

그 뒤 노동의례가 진행되고 1공장 정규직 노조 강성신 대표가 류 씨에 대한 추모 발언을 이어갔다. 강 대표는 "류기혁 동지의 죽음은 착취와 탄압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우리와 함께 땀 흘렸던 2공장 동지들이 류 동지를 추억하며 철탑에 올라 밤새 비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류 동지와 철탑 농성에 참여한 비정규직 동지들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우리(정규직)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어떤 사람은 비정규 노조 때문에 임단협의 발목이 잡혔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궁극적 승리는 비정규 동지와 함께 할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5일 새벽 2공장 인근 송전탑에 올랐던 비정규노동자 4명은 12시간을 버텼지만, 폭우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6일 새벽 1시경 내려왔다.

박 대표와 강 대표의 추모 발언을 끝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보고대회'는 짧게 끝났다.

***"류 씨의 죽음, 현장에 큰 여파는 주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노조에 따르면, 각 공장 별로 점심 보고대회가 열렸다. 다시 말해 이날 오전 류 씨의 장례식이 있었지만 별도의 추모대회는 없었던 셈이다. 태풍 '나비' 탓으로 각 공장 앞에 설치하기로 했던 고 류기형씨의 분향소마저 6일 오후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그 대신 공장 주변 복지건물 게시판에는 간혹 현장 조직과 비정규노조 명의로 '고 류기형씨의 죽음과 투쟁의 동참'을 호소하는 벽보들만 비에 젖은 채 나부끼고 있었다. 1공장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솔직히 저희 힘이 약하잖아요. 어쩔 수 없죠"라며 고개를 떨궜다.

여당 일각과 정부에서 '목소리 센 조직된 비정규 노조'라고 성토하는 현대차 비정규노조와 노동자는 스스로 '힘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동료가 세상을 뒤로 했지만, 비정규노조와 노동자들은 이렇다 할 집회 한 번, 농성 한번 하지 못하고 그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있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