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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고 류기혁씨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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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고 류기혁씨 유족들'

<기자의 눈> 6일 장례식 예정…사건 확대되지 않을 듯

지난 4일 오후 외로이 생을 마감한 고 류기혁씨의 유족들은 류씨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5일 오후 5시경 빈소가 마련된 울산 씨티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유족들의 표정과 말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유족들은 일단 류씨의 '자살' 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타살'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유족은 부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5일 오전 부산대병원에서 실시된 부검 결과 역시 '자살'로 나왔다. 유족들은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고 했다.

유족들은 현대차 비정규노조를 신뢰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하나같이 고 류기혁씨가 생전에 노조 활동을 했었는지, 심지어 지난 6월 해고 사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따라서 고 류기혁씨와 형님, 동생하던 비정규노조 조합원들이 유족들에게는 느닷없어 보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유족들은 또한 위로방문한 단병호,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 등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한 유족은 "우리야말로 약자 아닙니까"라고 되뇌이며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방문단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노조를 탄압한 현대차'라거나 '비정규노동자의 척박한 현실이 죽음의 배경'이라고 설득할 틈도 유족들은 내주지 않았다.

유족들은 또한 경찰도 믿지 못했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왜 유서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유족보다 먼저 노동조합과 경찰이 류 씨가 살던 방에 들이닥쳤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이 발표한 사망추정시각(4일 정오경)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런가 하면 유족들은 기자들도 달가워 하지 않았다. 유족 모두는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는 류 씨의 죽음이 사회 문제로 확대되길 바라지 않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장례도 노동조합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6일 오전 11시에 치르기로 유족들은 마음을 굳혔다.

한 유족은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이 뭘 잘했다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니겠느냐"며 "세상 모르게 조용히 보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족은 "부끄러워서 친척들에게도 (고인의 죽음을) 다 알리지 않았다"며 "기자 양반도 웬만하면 글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은 계속되고 있다. 류 씨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곪아 터진 비정규 노동 문제를 상징하고 있기에 조금 더 사회여론화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설득이 통하리라고 전망을 세우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비정규노조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이 너무 완강한 태도를 보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무튼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매년 한 명 이상의 비정규 노동자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2003년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고 이용석씨, 2004년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고 박일수씨, 한진중공업 촉탁 계약직 노동자 고 김춘봉씨 등.

사람들은 쓰러져 갔지만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은 그다지 바뀌지 않고 있다. 유족의 뜻과 별개로 현대차 하청노동자 고 류기혁씨의 죽음도 이런 척박한 현실 어느 언저리에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상이 류 씨를 포함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 결과 이번엔 유족들이 세상을 향해 마음의 빗장을 풀지 않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정규 노동자들과 세상이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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