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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배경과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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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배경과 파장

누적된 노-정 갈등의 소산...노동 현안 논의 파행 불가피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이 7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노동정책 전환,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등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 사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탈퇴 선언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노사정위 탈퇴, 왜 했나?**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은 지난달 14일 충주에서 발생한 김태환 한국노총 충주지부장 사망사건과 관련한 노동부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데 이론이 없다.

북한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행사에 참여 중에 김 지부장 사망 소식을 접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말로 심정을 표출했다. 이 위원장의 분노는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우려할 정도로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을 더욱 자극한 것은 김 지부장 사망 이후 노동부가 보여준 태도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장관으로부터 조문은커녕 위로 전화 한 번 없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인간적 신뢰마저 잃어버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감정의 골은 김 노동부 장관이 한 조찬 모임에서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김 장관은 김 지부장 사망사건에 대해 "자기들끼리 싸우다 발생한 일이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 앞으로도 노사분쟁 현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것.

한국노총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노동부 장관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등 일련의 행보를 두고 '감정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정황에 근거한 것이다.

***누적된 노·정 갈등의 폭발**

하지만 현재의 노·정 갈등 양상을 '감정적' 대립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지부장 사망사건은 누적된 노·정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만든 기폭제였을 뿐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2월 김 장관 취임 이후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열리는 등 노·정 화해무드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노동계와 김 장관은 잦은 갈등을 겪으면서 점차 대결 구도로 간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7월 LG칼텍스노조, 지하철 노조 파업 당시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 결정에 반발해 삭발·단식 농성을 하며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중단시킨 것은 갈등의 서막에 불과했다.

그 뒤 지난해 9월 이후 노동부가 비정규 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노·정은 정면 충돌로 치달았다. 다행히 국회 환경노동위의 중재로 노사정 실무회담이 열리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태 해결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수차례 대화 과정이 남긴 것은 노·정간 불신으로 귀결됐을 뿐이다.

노동계는 "김대환 장관이 재임기간 동안 제대로 한 것이 뭐가 있냐"고 비난했고, 김 장관은 그대로 노동계를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는 좀 더 변해야 할 존재"로 비하했다.

요컨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는 1년여동안 노·정 공방 속에 누적된 노동계의 불만이 김태환 충주지부장 사망사고를 기점으로 폭발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노사정위 탈퇴가 몰고올 파장은?**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는 산적한 노동과제 처리에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 예정인 비정규보호법안 입법화부터 제동이 걸린다. 또한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로드맵) 입법화도 눈앞에 다가와 있다. 존재 이유를 공격받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개편방안도 시급히 논의해야 할 과제다.

이들 사안은 노·정, 노·사 관계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노동 현안이다. 이같은 현안들이 노동계의 합의 없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된다면 노동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구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 참여정부의 사회 통합적 노동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도 노동계의 협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편하지 않기는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안들이 정부 단독으로 처리되면, 대화를 거부한 일방 투쟁이 파국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작금의 노·정 대결 국면이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정간 꼬일만큼 꼬인 실타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는 예측불허다. 특히 노·정 모두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다고 공언한 이상 노·정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이와 관련 "현재로서는 노·정 관계를 풀 수 있는 변수는 없어 보인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정부와 노동계의 실력 대결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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