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임·단협 투쟁과 맞물려 노동계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 퇴진 구호를 내걸며 총파업까지 선언한 상태다. 노·정 갈등의 중심에 있는 김 장관이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입을 열었다.
이날 정례브리핑은 하반기 노동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최근 극단적 국면에 접어든 노·정 관계에 대한 장관의 견해를 묻는 것에 집중됐다. 꼬일만큼 꼬인 노정 관계를 풀 김 장관의 복안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김대환, "나는 국민의 장관…노동계가 퇴진 운운할 사항 아니다"**
먼저 김 장관은 노동계의 퇴진 요구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스스로를 '국민의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노동계가 스스로 퇴진 요구를 정리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즉 국민이 뽑아 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에 대해 노동계의 '퇴진' 운운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화가 중단된 노·정 관계 해법에 대해 김 장관은 "노동부는 정치 집단이 아니다"라며 "먼저 정치적으로 대화를 제의할 용의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김 장관은 "노동부는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 대화를 원하면 언제든지 법과 원칙이 허(許)하는 수준에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김 장관의 이날 브리핑에서는 최근 악화일로의 노·정갈등 해법과 관련한 '특별한 무엇'은 아무 것도 없었던 셈이다.
***노·정 악화 사태, 외면한다고 풀릴 수 있을까?**
김 장관의 이같은 현 사태 인식과 대응법에 대해선 '안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노동계의 장관 퇴진 요구는 참여정부 이후 급속한 비정규직 증가가 상징하듯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제어하지 못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퇴진 요구가 단지 '감정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노동부가 지난해 9월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고 내놓은 '비정규 관련 법안'은 노사정 대화가 지속되고,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면서 그 타당성의 상당부분이 훼손된 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도 '파견법 개정안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입법예고 직후부터 나왔는지 김 장관은 곱씹어 볼 일이다.
또한 김 장관은 비정규법안 실무회담 과정에서 노동계를 '대화' 상대가 아닌 '공부를 좀 더 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발언을 쏟아내 노동계를 감정적으로 자극하기도 했다. 결국 노동계 인사들 사이에서 "교수 출신은 어쩔 수 없어", "'인간적 신뢰'마저 잃어버렸다"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기에 이르렀다.
열린우리당에서 노동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6일 <불교방송> '아침저널'에 출연, "(김 장관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거나 할 필요가 없는 말을 많이 했다"며 "노동계에서 다소 격한 언행이 나오더라도 노동부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김 장관의 일방 행보를 비판했다. 거침없는 김 장관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제기된 셈이다.
한 쪽에서 '퇴진'하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당사자는 '국민의 장관'이라며 외면하는 것은 김 장관의 독특한 '소신'인지 아니면 '오만'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다만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노·정 관계가 김 장관의 적절한 변화 없이는 풀리지 않으리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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