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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이틀째 추모회…<난쏘공> 조세희 작가 등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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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이틀째 추모회…<난쏘공> 조세희 작가 등 참여

[현장] 철거 주민 "경찰이 사람 죽여 겁나"…일부 시민 경찰과 대치

참사가 일어난 후 두 번째로 열린 촛불 추모회가 참가자와 경찰의 큰 충돌 없이 무사히 끝났다. 전날 초강경 대응으로 여론의 빈축을 산 경찰은 이날 일찌감치 추모회장을 둘러싸 인원 통제에 나섰다. 이 때문에 추모회 참석과 관계 없는 시민들이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다.

21일 오후 7시를 갓 넘긴 시간, 사고 현장에 철거 주민과 시민단체, 시민 1500여 명(대책회의 추산, 경찰 추산 800명)이 모여 추모회가 시작됐다. 사고 현장 앞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앞 도로 일부로 나와 연단을 만들고 자유 발언을 하며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추모회가 끝난 뒤 참가자 일부는 명동으로 자리를 옮겨 경찰과 대치했다.

<난쏘공> 조세희 작가 참가…"소설이 현실이 돼 안타깝다"

이날 추모회에는 특히 철거민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씨가 참가해 여론의 관심을 모았다. 현재 심혈관계 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조 씨는 집회 참석 이유로 "설마했던 일이 벌어져 의사 몰래 나왔다"며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 씨는 참가자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갔다. 그는 "여러분이 이성과 힘 두 가지를 못 가진다면 이성을 갖고 힘은 적들에게 줘라. 적들은 힘으로 이성을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성으로 힘을 만들 수 있다. 전투에 져도 전쟁에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추모회에는 종교, 시민단체, 진보정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프레시안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이날 새벽까지 순천향대병원을 지킨 백남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업국장은 추모회에 참석해 사망자들의 소식을 전했다. 그는 특히 유가족 허락 없이 사망자 부검을 실시한 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백 국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사망자 신원 확인이 안 됐다는 이유로 가족 동의없이 부검을 실시했지만 확인 결과 한 시신에서는 운전면허증과 신분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갑이 발견됐다"며 "경찰이 사태를 빨리 종결짓기 위해 가족에게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유가족에게 사전 통보 없이 사망자 부검을 실시해 유가족의 강한 반발을 샀다. 사망자 6명의 신원은 이날 저녁 모두 확인됐다.

철거 예정 지역민 "이런 일 또 벌어질까 겁나"

이날 추모회에는 고교생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뉴스를 보고 '용산철거민을 위한 청소년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는 닉네임 '꽥쉰내(고교 3학년)'는 "청소년이 철거민을 위해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앞둬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모님이 아시면 싫어하시겠지만 내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참가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지난해 촛불 집회 등에 참가해 경찰의 위압적 행동은 익숙하다고 대답했다.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법학 전공 학생들이 주축이 된 대학생모임 '인권더하기법률'에서 왔다는 배모(20·대학생) 씨는 "이념을 떠나서 생존권을 위해 시위하다가 죽어간 시민을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며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서민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참사를 보며 특히 분노를 느꼈을 법한 철거 대상지역 주민도 사망자 추모회에 참석했다. 북가좌동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윤정선(22·대학생) 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매일 아침 민중가요를 들으며 일어난다. '시위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정부의 무차별 철거 정책이 시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이분들은 살기 위해 올라갔다가 죽어서 건물을 내려오게 됐다. 철거 대상 지역 사람들은 모두 경찰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한다. 살고 있는 곳에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가좌동은 현재 철거가 80%가량 진행된 곳이다.


▲추모회에 참가한 청소년 모임 '용산철거민을 위한 청소년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이 자유 발언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해 촛불 집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만들어 모금 활동 등 철거민 돕기를 시작했다. ⓒ프레시안

경찰 총 3000여명 배치…참가자 명동성당 이동해 경찰과 대치

이날 경찰은 총 44개 중대 3080명을 추모회가 열리는 사고현장 주변에 일찌감치 배치했다. 참가자들의 거리 행진을 막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주변 도로를 모조리 통제해 상습 정체구간인 지역 교통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인근 지역을 지나가던 직장인 이모(32) 씨는 "경찰이 너무 많이 배치된 것 같다. 시위대가 교통을 방해했다고 하는데 경찰 때문에 교통이 더 혼잡하다"고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경찰이 시민의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이처럼 많은 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추모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뻔하지 않느냐. 이번 모임이 '제2의 촛불'로 확산되는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예정된 행사가 저녁 8시 10분경 모두 끝나자 대책회의 측은 "오늘은 물리적으로 경찰이 길을 완전히 봉쇄해 행진이 불가능하다. 오늘 추모회는 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회의의 말과는 달리 참가자들 대부분은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자리를 이동, 명동 등 시내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추모회는 앞으로 매일 저녁 7시 사고현장인 신용산역 부근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오는 22일 오전에는 경찰이 강경 진압 과정에서 언론인을 폭행한 사실을 규탄하는 기자 회견이 열리며 23일 오후 1시에는 문화예술인의 기자 회견이 예정돼 있다. 대책회의 측은 23일 저녁 추모회는 서울역에서 대규모로 개최하겠다고 밝혀 경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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