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지 말자. 이 한 마디가 여권 기상도를 재는 포인트다.
청와대의 '개각 완료' 선언은 한나라당에겐 절망의 소리다. 그토록 염원하던 입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매정한 소리다. 바로 이 한 마디가 한나라당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나라당을 '이완'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청와대가 박정하게 나오면 이명박계의 '염치'가 줄어든다. 당 안에서 '대통령의 뜻'을 강제할 '염치'가 엷어지게 됐고 더불어 당내 지배력도 약화된다.
청와대가 야박하게 나오면 박근혜계의 '명분'은 늘어난다. 대통령이 먼저 '옆에서 구경이나 하라'고 하니 그렇게 하면 된다. 방조자로, 관전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빨리 올지 모른다. 이완현상이 의외로 앞당겨질지 모른다. 인사청문회가 계기가 될지 모른다. 행여 인사청문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라도 불거지면 구실이 생긴다. 박근혜계는 청와대에 '충성'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기고, 이명박계는 그런 박근혜계를 다그칠 수 없는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2차 입법전쟁의 전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19일 정례회동 장면. ⓒ청와대 |
어차피 더 이상의 개각은 없다. 앞으로 상당 기간 한나라당 인사가 '당근'을 선사받을 일은 없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돌파'를 감행하는 올 한 해 동안은 '당근' 시즌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게 문제다. 올해를 넘겨 내년이 되면 '당근'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그 때가 되면 입각의 후광효과가 사라진다. 지금 입각하면 성과를 쌓아 이력서에 한 줄 더 써넣을 수 있지만 내년 이후가 되면 이런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성과를 쌓을 기회보다는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고된 기간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한가하게 입각할 형편이 안 된다. 2010년의 지방선거, 2012년의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2010년 이후 입각은 정치적 일정에서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장관 자리에 만족할 사람이면 모를까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늦은 입각'을 '뒤떨어진 출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스스로 '자기 효용'을 낮춰버렸다.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각자도생의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청와대의 요구가 아니라 정치의 논리, 여론의 요구를 따라가도록 등을 떠밀고 말았다.
'진격로'만 응시한 나머지 '디딤판'을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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