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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소통부재, 그럼 극장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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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소통부재, 그럼 극장으로 가세요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최근 호에 실린 글임.) 영화기사를 쓰다 보면 꼭 무슨 타이틀 매치 전처럼 꾸미게 돼, 한국영화 대 할리우드 영화 구조로 편가르기를 하기 십상이다. 추석이 다가오니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또,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맞대결을 벌인다느니 어쩌느니 떠들 공산이 크다. 이런 얘기를 하는 나조차도 그런 이분법의 기사를 낼 것이 틀림없다.(개그콘서트의 박영진 같은 개그맨이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할 것이다. "그궐 아는 쏴람이 구~으~래~!")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영화란 꼭 그렇게 내셔널리즘적으로 볼 필요가 없는 법이다. 영화는 다소 코스모폴리탄적으로 봐야 한다. 한국영화가 잘 안된다고 하고, 만들어지는 편수가 적다고 하면 외화라도 많이 들어오고 또 그거라도 잘돼야 한다. 한국영화가 안된다고 해서 외화까지 되선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다소 쇼비니즘적 발상이다. 그래선 안된다. 그렇게 되면 자칫 극장산업이 무너지고 또 그러다 보면 영화산업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걱정도 팔자인 것이 그게 결코 그렇게 되지를 않을 것이다. 관객들이 알아서 잘, 영화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요 몇 년 사이 한국영화는 기복이 꽤나 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비해 할리우드는 참으로 꾸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할리우드일까. 이런저런 영화들을 잘도 만들고 잘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여전히 볼 만한 작품들이 넘쳐나고 또 그중에는 여전히 잘되는 작품들이 생겨난다.
스마트 피플
지난 주말에 다소 뒤늦게 본(시사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마트 피플>같은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상업영화가 아닌 만큼 많은 수의 스크린에 걸리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계속해서 이런 류의 영화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선댄스영화제 같은, 작가주의나 인디펜던트한 영화세계를 꿈꾸는 감독들의 대변자가 있어서일까.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는 진작부터 아예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돈안되는' 영화들이 할리우드에서는 계속해서 꾸준히 만들고 있다. 이건 영화강국이어서인가 아니면 문화강국이어서인가, 아니면 사회와 정치가 깨어 있어서일까. <스마트 피플>은 제목처럼 겉으로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아버지 데니스 퀘이드는 빅토리아 문학사를 전공한 영문학자이고 딸인 엘렌 페이지는 멘사 멤버로 SAT시험을 만점받는 수재인데다 아버지의 애인인 사라 제시카 파커는 응급실의 유능한 의사다)의 얘기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인생의 진짜배기는 다 건너뛰며 살아가는 '못난' 사람들의 얘기다. 사람이 잘나기 위해서는 지식이 아니라 지성이 필요하고 지성보다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을 점증시키는 방법은 타인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그에 대한 양보와 배려에서 찾아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케팅 과정에서 마치 데니스 퀘이드와 사라 제시카 파커의 연애담이 중심인 것처럼, 그래서 파커가 나오는 <섹스 앤 더 시티>를 좋아하는 여성층을 공략할 요량으로 로맨틱 코미디로 포장해 놓았지만 이 영화는 은근한 성찰과 자성의 얘기들을 담고 있는, 비교적 하이브로(highbraw)한 작품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은 얼마나 소통부재에 시달리고 있는가. 아예 소통 따위는 필요없다며, 혹은 대화를 강조하다 보니 사회가 무질서해졌다며, 때로는 밀어붙이기가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시대 아닌가. 하여, 한국영화니 외화니, 내꺼 니꺼 따지기 보다는 좋은 영화라면, 그래서 그걸 통해 살아가고 있는 주변을 조금이라도 반추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주저없이 사람들에게 권하고, 또 같이 볼 일이다. 이런 걸 두고 흑묘백묘라고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 피플> 역시 전국 20여개 스크린에서만 개봉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그 느낌과 정서를 공유하는 작품이 되지 못했다. 열흘후면 추석이다. 그 전후로 많은 외화들이 쏟아질 것이다. 좋은 작품 잘 골라보시길, 그래서 정말 마음의 양식과 위안을 얻으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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