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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집시법 개정에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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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집시법 개정에 제언한다

[김종배의 it] 깔끔하게 집회를 금지시키는 건 어떤가?

한나라당의 노력이 눈물겹다. 불법 시위를 근절하겠다는 일념으로 내달린다. 반대 여론에 굴하지 않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의 발상이 기발하다.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기발하고 희한한 방법을 기안하고 있다. '불법'을 초토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다.

근데 만족스럽지가 않다. 마구 내달리기로 작심했다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비난과 반대 여론을 무시하기로 작정했다면 기발함을 넘어 경천동지할 정도의 아이디어를 내놔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제언한다. 한나라당의 반쪽짜리 방안을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 ⓒ프레시안

▲복면을 착용하면 처벌한다고?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신원확인을 방해할 수 있는 복장은 복면만이 아니다. 마스크도 있고 손수건도 있다. 모자를 깊게 눌러써도 신원확인을 방해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봄철에는 아예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게 좋다. 수시로 날아드는 황사에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가. 감기에 자주 걸리는 환절기도 집회 금지 기간에 포함시키면 좋다.

겨울철도 검토해야 한다. 방한용으로 모자를 쓰는 경우가 많고, 특히 목티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 이 목티를 끌어올리면 코와 입이 가려진다. 이 점을 놓치면 안 된다.

특정 기간을 집회 금지 기간으로 설정하는 게 무리라면 최소한 휴대 금지 물품을 넓게 잡아야 한다. 복면뿐만 아니라 모자손수건·목티는 무조건 금해야 한다. 아, 깜빡할 뻔 했다. 여름철에 대비해 우비와 선글라스도 포함시켜야 한다. 우비 입고 선글라스 끼면 누가 누군지 모른다.

▲쇠파이프를 처벌한다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보관·운반하는 것도 처벌하겠다는 구상은 좋다. 하지만 그 대상을 쇠파이프로 한정하는 건 문제다.

피켓도 금지해야 한다. 피켓을 세워 모서리로 사람을 찍으면 상해를 입힌다. 또 피켓의 나무판을 떼어내면 각목이 된다. 쇠파이프만이 아니라 피켓 사용과 제조·보관·운반도 금지해야 한다.

유인물도 그렇다.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방화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불쏘시개로 사용될 수 있는 유인물도 제작·보관·운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물병도 있다. 경기장에서 경기 결과나 심판 판정에 성난 관중들이 물병을 마구 내던지는 것을 보지 않는가. 물병도 휴대를 금지하는 게 좋다. 만에 하나, 물병에 모래라도 담아 던진다고 상상해 보라.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한 발 더 나가자. 보도블럭도 아스콘으로 전면 대체해야 한다. 보도블럭을 깨서 '짱돌'로 쓰는 건 오래 된 일이다. 그래서 전두환 정권 시절에 대학가 보도블럭을 아스콘으로 바꾼 일이 있다. 차제에 도심지 모든 인도를 아스콘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고?

좋다. 돈 앞에 지조 없는 법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불법 시위로 피해를 본 상인이나 주민이 집단소송을 내서 승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배상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불법' 만큼 못된 게 '떼법'이고 그것의 대표 현상이 바로 '배째라'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재산 빼돌려 놓고 '배째라' 라고 나오면 집단소송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고위공직자만 재산을 신고하도록 할 게 아니다. 불법시위를 일삼을 우려가 현저한 단체의 간부와 회원들도 재산 신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집단소송 판결이 나자마자 집달리가 재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단체 등록 때 아예 공탁금을 받는 것도 모색해볼만 하다. 그럼 굳이 집달리를 보낼 필요가 없다. 자동이체만 하면 되니까.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쏟아내다 보니까 문제가 있다. 이 아이디어들을 집시법 개정안에 모두 담는 건 너무 거추장스럽다. 집시법이 누더기가 될 수 있다.

차라리 깨끗하게 처리하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게 아니라 '집회 및 시위 금지법'을 제정하자.

어차피 합법 집회와 불법 집회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일몰 전엔 합법 집회였던 게 일몰 후 불법이 되고, 집회 참가자의 99%가 합법적 행동을 해도 1%가 폭력 행위를 하면 불법이 되는 게 현실 아닌가. 구질구질하게 합법과 불법을 놓고 논란을 벌이느니 아예 집회 및 시위를 원천 금지하는 게 실용적이다.

그럼 국민의 표현의 자유, 시위의 권리는 어떡하냐고? 뭐가 걱정인가. 도심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보다 인터넷 공간에서 설파하는 게 전파력이 훨씬 좋다. 여기서 하도록 하면 된다. 신설될 사이버 모욕죄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면 되는 일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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