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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기력한 한국의 '강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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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무기력한 한국의 '강성'노조

[기자의 눈] 진짜 '강성'은 따로 있다

실체는 없지만 반복해서 들으면, 없는 실체도 있는 것처럼 느끼기 마련이다. 한 예로 선거철마다 불어왔던 소위 '북풍'은 그 실체가 없었지만, 일반 국민들은 정말 북한이 쳐들어오는 것으로 오인하기에 충분했다.

정치권-언론은 '전투적 노조', '강성노조'란 표현을 반복한다. 그들이 '강성노조'를 어떻게 개념을 규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반복되어 듣다보니 정말 우리 사회에 '강성노조'가 있는 듯하다. '강성노조'의 수사는 '비합리성', ‘떼쓰기', '막무가내' 등 부정적 수식어를 동반하며 의미가 보다 강화된다.

***'북풍'과 '강성노조' 말쓰임의 유사성**

이런 말 쓰임은 가뜩이나 경제가 불황인 오늘날, 듣는 국민들을 오해를 넘어 짜증을 낳는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일반 서민들은 자초지종을 꼼꼼히 따져보기 전에, '경기도 어려운데 웬 파업이냐' 혹은 '그나마 배부르니까 파업도 한다. 진짜 배고픈 사람은 일하기 바쁘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국민의 일반 정서가 이렇게 싸늘하다 보니 올해에는 전국공무원노조와 궤도4사 노조 등의 파업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규모 파업투쟁이 없었다. 이마저도 며칠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상 올 노동쟁의가 끝난 지금, 우리 사회에 정작 '강성노조'가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바꿔 말해 비합리적인 요구를 들이밀며 들어달라고 떼를 쓰거나, 거리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폭력시위를 일삼는 막무가내 노조가 있느냐 말이다. 일단 궤도4사,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의 경우만 해도 이들의 요구를 꼼꼼히 따져보면 쉽게 '비합리적 요구'라고 폄훼하기 힘들다.

***궤도-공무원 파업. 정당성 논의위한 공론장 있었나**

지하철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이미 알려진 것과 같고, 수년간의 이른바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장에는 신규인력공급이 중단됐다. 줄어든 인원이 과거와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으니, 당사자로서는 말 못할 정도로 고통일 테다. 이에 궤도4사는 올해 7월 '인력충원'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에 들어갔다. 사람이 부족하니 사람을 뽑아달라는 건 이들의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이다.

반면 이에 대한 정부와 공사의 대응은 어떠했나. 공사는 중앙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실어 '고임금 노동자들의 배부른 투정'으로 매도하거나, 정작 교섭테이블에서 한 번도 오간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정치불법파업'이라고 말을 지어냈다. 왜곡이고, 오도다. 정부도 노사자율교섭에 맡기기보다는 직권중재결정을 내리며 힘을 통한 해결을 추구했다. 즉 공사와 정부야말로 대화와 타협이 아닌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전법을 선택한 거다.

전국공무원노조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국회에 상정되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의 부당성, 즉 정부안이 공무원도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노동3권 보장과, 노조 탄압의 소지가 있는 정부안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파업을 선언했으면서도 막판까지 정부에 대화를 절실히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론몰이와 강경대응 일색이었다. 공무원들의 상대적 고용안정성을 크게 강조하며 '철밥그릇 놓기 싫어 파업권을 달라한다'고 몰아가는 한편, 법외노조란 이유를 들어 모든 단체행동을 불법행위로 몰아쳤다. 이 과정에 정부안의 문제점이나 공무원노조 주장의 정당성에 대해 국민들에게는 꼼꼼하게 검토하거나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로지 일방적인 여론몰이와 공권력 동원으로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단 3일만에 주저앉혔다.

***너무나 무력한 '강성'노조**

이처럼 정부의 '강성노조' 주장은 상당부분 일방적이다. 실제로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현황은 '강성'이라기보다 '무력'하기 짝이 없다. 수많은 집회와 투쟁, 파업을 조직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받쳐주지 못한다. 지도부는 매번 연단에서 '강력한' 총파업투쟁, 단호한 결의 등을 되뇌이지만, 한번도 일반 사람들이 눈에 띌만한 '행동'은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50%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할 정도로 비정규 문제가 심화될 대로 심화됐지만, 정작 민주노총은 정부 비정규관련법안을 연내처리 저지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의 소극적 방침은 비정규노조 등으로부터 '너무 온건적이다'란 비난을 받았지만, 사실 6시간 시한부 파업이 현재 민주노총의 역량이자 한계였다.

이와 관련 노조운동을 20여년동안 해온 중견 활동가는 "정부에 정말 충격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6시간짜리 시늉파업이 아니라 한달정도 전면 총파업을 해야되지 않겠냐"고 씁쓸하게 토로했다. 비정규법안 철회와 권리입법쟁취는 흔히 일컬어지듯 노동계의 절실한 '조직적'과제이지만, 이를 관철해 내야 할 힘이 우리 노조에는 없다는 지적이다.

***강성은 따로 있다**

집권 이후 국정지지도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참여정부 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차츰 떨어져 이젠 바닥을 면치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회복하지 못하는 장기 경기침체가 핵심 원인이지만 당초 기대된 언론-재벌 등 우리 사회의 오래되고 치유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정부여당의 지지부진함에서도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한 때 조선일보와 각을 세우며 언론개혁의지를 불태운 정부-여당이지만 이번 국회에 논의되고 있는 언론개혁법안은 이미 언론'개혁'법안이란 말을 무색할 정도로 후퇴되었다. 또 IMF 외환위기의 이면에는 독과점, 족벌체제의 재벌의 횡포가 있었다며 재벌개혁을 표방했지만, 집권 2년이 지난 지금 정부-여당은 각종 특혜가 포함된 기업도시법 등을 통해 재벌에게 선물을 안겨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의 애초부터 개혁의지가 신통치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강성' 재벌과 강성'언론'에 발이 묶여 지지층의 염원을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낳고 있다. 힘없는 노조를 '강성'노조라고 부르며 '통제', '관리'에 성공했다고 자찬할 때가 아니라, 정말 서민의 이해에 반하는 강성 재벌과 언론에 대해 개혁을 추진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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