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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앞서 경찰기동대 첫 투입…<한겨레> 기자 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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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 앞서 경찰기동대 첫 투입…<한겨레> 기자 연행

[현장] 87차 촛불 집회 명동에서 경찰과 대치 후 해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경찰기동대가 처음으로 투입되었다. 그러나 강경 진압 우려와는 달리 87번째 촛불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다만 집회 참가자 수 명은 명동역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도중 호송 차량으로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 기자도 연행돼 현장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와 경찰 간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 청계광장 원천 봉쇄해 시민 합류 막아

2일 오후 7시,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어김없이 청계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시민의 합류를 원천 봉쇄하려는 경찰의 저지로 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천주교 단체가 정동 프란체스코 수도원 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있다.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한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뉴시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시청광장에서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을 모조리 호송 차량으로 막았다. 종각에서 청계천으로 이어지는 길 역시 막고 서 청계천에 모인 시민은 집회 시작과 함께 갇힌 꼴이 됐다.

경찰의 원천 봉쇄 때문에 집회와 상관없는 시민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로 나서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이 버스 정류장까지 모조리 막아버려 시민의 정상적인 버스이용 차제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이와 관련, 이날 집회는 세 곳에서 따로 열리는 행사 뒤 시작될 예정이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정동 프란체스코 수도원 성당에서 7번째 시국 미사를 열었다. 이들은 미사 후 수배자들이 농성 중인 조계사로 지지 방문 후 촛불 집회에 합류했다. 시국 미사에는 총 200여 명에 가까운 신자가 참여했다.

이 밖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오후 5시 30분부터 종로 보신각 앞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함께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부시OUT! 명박OUT! 공동행동' 집회를 열고 청계광장으로 모였다. 부시 미 대통령은 오는 5일 방한할 예정이다.

오후 6시에는 서울대학생연합 소속 학생들이 청계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액션대로망(<88만 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를 지지하는 모임)'의 '남자마녀'는 "21세기에 부시 대통령이 너무 끔찍한 일을 많이 저질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계획하는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사람들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고조되는 동북아시아 전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명동역 앞에서 강제 해산…경찰기동대 첫 투입

경찰의 봉쇄 때문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이는 속도가 늦어지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저녁 7시 50분경 청계천을 따라 종각 방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민 일부는 경찰 호송 차량 사이를 통해 청계광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경찰이 병력 대부분을 동원해 종각으로 이동하는 길을 차단해 종각에 모인 시민과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의 합류를 막자 시민들은 반대 방향인 명동 방면으로 이동했다. 시민들은 3일 앞으로 다가온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의식한 듯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와 함께 "부시 방한 반대한다"는 구호를 같이 외쳤다.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다리를 이용해 종각 방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약 1시간가량 도로를 통해 이동한 시민들은 명동 밀리오레 앞에서 멈춰 섰다. 밤 9시경이 되자 명동에 모인 시민은 총 3000여 명 가량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이 이동을 멈춘 이유는 전경 부대가 회현 방면으로 이동하는 길을 막은 데다 살수차량까지 동원해 시민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집회 전 살수차량에 최루액을 섞고 색소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날은 지난 80년대 공포의 대상이었던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경찰기동대가 처음 실전 투입될 예정이어서 강경한 진압이 우려됐다. 이날 총 17개 중대 병력의 기동대가 해산을 위해 전경기동대와 공동으로 나섰다.

살수차량을 앞세운 경찰은 선무방송을 통해 "지금 당장 색소를 섞은 물을 살수하겠다. 색소가 묻은 시민은 모두 검거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경찰기동대가 곧바로 도로 한켠을 통해 시위대 해산을 위해 투입됐다.

시민 일부 강경 진압…<한겨레> 기자도 연행 시도

다행히 기동대와 시민의 대대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이 워낙 압도적인 무장을 한 탓인지 스크럼을 짜고 대기하던 시민들은 곧바로 인도로 자진해산했다.

그러나 해산 과정에서 일부 시민은 경찰의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위협적으로 시민들을 향해 뛰어오는 기동대 병력을 도로가에서 지켜보던 한 남성은 전경 약 10명에게 급소를 발로 차인 뒤 강제연행됐다.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이 이 장면을 촬영하는 모습을 본 전경 일부는 "야, 하지마!"라고 소리치며 폭력을 서둘러 막았고 다른 전경은 곧바로 등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방해했다. 훈련된 모습이었다.

현장에 나온 <한겨레>의 허모 기자도 밤 10시경 경찰에 연행돼 호송차량에 실렸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이 호송차량 이동을 막고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은 차량문을 열지 않았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경찰 관계자가 답답한 듯 "너희들 뭐하는거냐, 빨리 문 열어라!"고 수차례 고함을 지르고서야 경찰은 기자를 내보냈다.

상황은 밤 10시 10분경 종료됐다. 큰 충돌을 피한 집회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으로 이동해 정리 집회를 가진 후 서서히 해산했다.

한편, 이날은 전경기동대와 경찰기동대의 첫 공동작전이어서인지 양측의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찰기동대가 도로 한켠을 차지해 차량 소통을 완전히 막아버리자 전경부대 지휘관으로 보이는 경찰간부가 계속해서 "도로가로 물러나란 말이야!"하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해산 과정에서도 전경기동대와 경찰기동대가 엉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해산은 주로 전경 위주로 이뤄졌다.
▲전경기동대원이 집회 참가자의 급소를 발로 강하게 걷어차고 있다. 집회 참가자를 연행하기 위해 전경 십여 명이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다. 뒤늦게 현장이 촬영당하고 있음을 안 일부 전경은 등으로 촬영을 막았다. ⓒ프레시안

▲신형 장비로 무장한 경찰기동대가 처음 집회에 투입됐다. 경찰기동대가 전경기동대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프레시안

▲경찰이 색소를 섞은 분사장치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시민들이 곧바로 자진해산해 분사장치는 사용되지 않았다. ⓒ프레시안

▲경찰 차량에 강제연행됐다 풀려난 <한겨레>의 허모 기자. 허 기자와 같이 있던 동료 기자가 기자임을 강조했으나 경찰은 차량에 강제 연행시켰다. 현장에 몰린 기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음에도 경찰은 문을 열어주지 않다 경찰 간부가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고함을 지르자 그제서야 문을 열었다. ⓒ프레시안

▲경찰기동대가 도로 해산 후 이동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자진해산했음에도 경찰은 한참을 도로 위에 머물러 있었다. 약 9시 50분경부터 20여분은 도로 위에 경찰과 기자만이 머물러 있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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