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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사고' 치면 한은이 뒷수습?

환율 개입에 이어 정략적 '위기론'에도 쐐기

"한은이 순채무국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 순채무국으로 넘어갈 거라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신인도가 갑자기 떨어지든가 또는 흔히 말하는 위기라고 할 상황을 아니다.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그 부분을 강하게 얘기하다 보니까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었다."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 매도세 등이 겹치면서 우리나라가 이르면 8-9월 중으로 대외채권보다 채무가 많은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8년 만에 다시 순채무국이 된다는 사실은 10년 전 외환위기(IMF)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이다. '경제위기론'도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전문가나 정치인들의 '경고' 메시지가 아니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서 연일 '위기론'이 나온다.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순채무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맞지만 위기는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불안감'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면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불러올 수도 있다. 경제는 심리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에 대해서 발표하면서 거듭 강조한 '위기론'에 대한 반박이다. 강 장관은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외채가 4000억 달러를 넘으면서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큰 우려를 표명했었다. 강 장관은 10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우리 경제 어느 곳을 둘러봐도 좋은 트렌드가 없다"며 "지금 당장을 위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경제 흐름이 위기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경고...환율 특정 수준으로 잡아두려는 것 아니다"

한은이 강만수 장관과 엇갈린 시각을 보였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율정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만수 장관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렸다. 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성장률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그 효과가 하위계층으로 전파된다는 적하이론(tricle-down theory)에 기반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철지난 '신념'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정책은 유가 상승 등으로 이미 오르고 있던 외환시장에서 불난데 부채질하는 셈이었고, 환율상승은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환율 정책의 위험에 대한 경고는 계속 됐지만, 강만수 경제팀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결국 최중경 전 차관이 지난 7일 개각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대대적인 쇄신을 약속했다가 3개 부처에 대한 소폭 개각에 그쳤을 뿐 아니라 경제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장관이 아닌 차관을 경질한 이번 개각을 놓고 일각에서는 '폭소 개각'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어쨌든 최 차관이 물러남으로써 재정부는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됐고, 외화 운용권은 사실상 한은 쪽으로 넘어왔다. 이후 한은은 재정부와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지난 8일과 9일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환율을 일정정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이성태 총재는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시장에 지나친 쏠림현상이나 기대심리가 형성돼 과잉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이것이 경제안정을 손상할 우려가 있다면 외환당국은 이에 대해 경고하거나 시정해 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있는 한 시장개입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 총재는 그러나 "당국이 시장의 수급사정이나 경제의 기본 흐름을 바꾸거나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율을 어떤 특정 수준으로 잡아두거나 환율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은 강만수 경제팀이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환율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환율을 1020원-1050원대에 묶어 놓으려는 강만수 경제팀의 '가두리식 환율 정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겠다는 설명이다.

물론 한은도 현재 흐름이 위기로 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다만 강조점이 달랐다. 강만수 경제팀의 위기론은 "촛불집회로 인한 손실이 5000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등 '촛불'을 끄려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히 강하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촛불'에게 전가하려는 책임회피적 성격도 있다.

반면 한은이 우려하는 지점은 물가라는 지적이다. 물가안정은 한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이날 "상당 기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그 여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며 "한국은행이 전망한 하반기 물가상승률 5.2%도 높게 본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고환율 정책 등으로 물가 급등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강만수 장관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물론 "성장을 위해 물가를 어느정도 희생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는 크게 물러섰지만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엔 성장에 대한 미련을 담아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 8일 고유가대책을 발표하면서 '조화'를 언급하면서 경기와 물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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