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내년도 물가 3%로 내려오기 힘들어"

"물가, 2차효과 나타날까 우려…내년도 경상수지 적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물가가 한번 올라가면 어느 정도는 관성이 있다"며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목표인 3%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5.00%로 동결 결정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기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그 여진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임금상승 압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2% 물가상승 전망, 높게 잡은 것 아니다

이 총재는 "정부가 어려운 서민생활을 생각해 일부 공공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당분간 인상을 보류해 놓은 것들이 있다"며 "하반기 중에 인상된다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거 보다 물가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5.2%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동결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 이 총재는 "그런 점에서 한은의 한반기 물가 상승 전망도 높게 잡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임금인상 등 2차, 3차 효과로 현실화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물가상승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해 임금인상, 통화량 증가, 물가상승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금 워낙 내수, 특히 중소영세기업들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 임금을 크게 올릴 상황은 아니지만 이를 언급한 것은 임금이 2차 효과의 핵심이기 때문"이라며 "임금이 안정되면 조금 길게 보면 물가는 안정된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경상수지 적자 예상

이 총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아직 규모를 발표할 단계는 아니고 원유 가격이 지금처럼 높은 가격이 지속된다면, 아니 약간 내려가도 내년에도 적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채무가 늘어 순채무국으로 전락하겠지만 바로 '위기'를 말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채무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규모의 성장,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경상수지 적자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런 몇 가지가 겹쳐서 순채무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순채무국으로 넘어간다고 해서 국가 신인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등 흔히 말하는 위기라고 다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이 총재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시각 차이를 분명히 밝혔다. 앞서 강만수 장관은 최근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는 외채가 4000억 달러를 넘으면서 순채무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론'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세간의 반응이 너무 지나치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주가 급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자산 가격이 급락해 위기가 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금융자산시장에서 경제의 정상적인 운용이 안될 정도의 큰 위험이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