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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공의 발톱' 도사린 靑 수석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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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공의 발톱' 도사린 靑 수석 인사

[분석] 경제-교육-언론정책 '일전불사' 예고

발톱이 숨어있는 인사다. 20일 단행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개편은 '무난한' 대통령실장 기용, 대변인을 뺀 '전원교체'라는 겉모양에 가려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을 엿볼 수 있는 단초들이 있다. 특히 경제, 교육, 언론정책 등 '국민적 마찰'이 예고되는 분야에 대한 공격적 배치가 눈에 띈다.

'MB노믹스' 재가동?

이 대통령은 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제경제 여건이 대단히 어렵다"며 '경제위기론'을 꺼내들었다. 또한 "국내외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재벌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중장기적인 경제활성화 방안으로 공기업 민영화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대운하만 빼고는 'MB노믹스'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확대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상징성이 큰 대운하를 포기하는 가시적 효과 뒤로 MB노믹스의 다른 과제들을 집요하게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킬 의향을 내비친 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강 장관의 재경원 후배인 박병원 전 재경부 차관이 신임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것도 강 장관의 위상이 한껏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가 된다.

박 신임 수석은 행시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인 강만수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 "과거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던 강 장관과 가까이 지냈다"며 "호흡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경제정책의 투톱이었던 곽승준 국정기획, 김중수 경제수석이 모두 물러나면서 박 신임수석은 명실상부한 청와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운영 체계와 관련해 "정무수석이 정무팀을 총괄하고 경제수석이 정책팀을 총괄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박병원 신임 수석의 휘하에 경제, 국정기획, 사회정책, 교육과학문화수석이 포진하게 돼 전임 수석보다 책임과 권한이 확대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정책이 경제정책에 복무하는 방향이다.

강만수 장관이 'MB노믹스'를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박병원 수석과의 협력구조가 강화되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곽승준 전 수석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놓고 강만수 장관과 갈등을 드러내는 등 내부 마찰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반해 박 신임수석은 '산은-기업은행-우리금융'을 합친 '메가뱅크' 안을 제기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강 장관과 궁합이 들어맞는다는 평가다.

교육 자율화 드라이브?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교육과학문화수석에 임명된 것도 유심히 살펴야 할 대목. 당초 유임이 확실시되던 이주호 전 수석이 막판 부상한 비판론에 의해 좌초되면서 발탁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자율화 등 이명박 정부의 교육방향을 입안하고 집행해 온 '실세'로 평가되는 이 전 수석의 교체가 교육정책의 수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정 수석은 조각 당시에도 교육부장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방향성이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속에 지난 5월 출범한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회의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롭게 구성한 자문위원단의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정 수석 발탁의 이유로 "향후 교육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수석은 전북 김제 출신이라는 지역안배와 함께 과거 정권에서도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도 참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 신임수석 역시 지난해 대선 뒤 언론 기고글을 통해 "교육 선진화를 위해 가장 절실한 과제는 무엇보다 간섭과 통제 위주로 돼 있는 현행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 등 교육관련 법들을 근본적으로 개혁해 자율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교육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공급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이 고스란히 유지될 것으로 관측돼 교육 자율화 반대 문제로 옮아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 반대운동과 충돌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언론장악 날 세우기?

이동관 대변인의 유임은 이번 인사의 가장 많은 논란거리를 남긴 오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에 기사 삭제를 요청한 전력이 있는 이 대변인에 대한 유임 조치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에 대한 경계심이 커가는 상황과 맞물려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청와대가 이 대변인 유임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피하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영향력이 발휘된 게 아니냐는 배후론까지 퍼지고 있다.

언론계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언론사유화 저지와 미디어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행동은 '언론 3적 최시중, 이동관, 신재민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언론 탄압을 통해 국민의 입을 막아 놓고 정부의 일방적 소통만을 강제하려는 언론 3적이 이명박 정부에 존재하는 한 정부의 어떤 수습책도 국민에게 제대로 소통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PD저널>에 따르면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도 이날 "이동관 대변인을 유임시키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그대로 두며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경질에 대해선 아예 거론조차 않는 것만 봐도 이 대통령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는 사과였다는 게 드러났다"며 "언론통제의 주역들, 이른바 '언론 3적'을 그대로 두는 건 결국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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