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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그들을 시험대에 올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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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그들을 시험대에 올릴 것"

민주당 386, 기지개는 켰는데…

통합민주당 386 세대 의원들이 기지개를 켰다. 3선이 된 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재선에 성공한 강기정, 김재윤, 백원우, 서갑원, 안민석, 조정식, 최재성 등 13명이 '개혁과 미래'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4.9 총선의 키워드인 '운동권 386의 몰락'을 견뎌낸 이들이 결성한 절치부심의 결사체쯤 된다. 나날이 우경화되는 민주당에 개혁 정체성을 살려나가는 게 모임 결성의 취지라고 한다. 이들이 28일 첫 번째 행동으로 쇠고기 고시중단을 요구하며 집단농성에 돌입한 건 '개혁성'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생존형' 모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당의 핵심 요직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혔다. 원혜영 신임 원내대표 체제에서 조정식 의원이 원내대변인으로, 서갑원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조만간 있을 당직 개편 시 '386 중용설'이 거론된다. 이들은 손학규 대표와도 관계가 돈독하다.
  
  이에 따라 정동영계-김근태계-친노계가 사라진 18대의 민주당은 관료 출신의 베테랑들, 구민주당계와 함께 386 세대들이 새로운 삼각축을 이루며 당내 권력 지형을 만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개혁과 미래'는 김근태, 유인태, 이해찬, 한명숙 등 재야와 긴급조치세대를 상징하는 거물들이 퇴장한 자리에서 '운동권 족보'를 물려받은 명실상부한 '세력'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정체성'
  
  그러나 이들의 앞길은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단지 '386 운동권'에 대한 보수진영의 손가락질이나 총선을 통해 확인된 수적인 위축 때문만은 아니다. 17대 국회에서 여실히 보여준 이들의 '모호한 정체성'이 여전히 핵심적인 문제다.
  
  17대 국회에서도 386 세대의 슬로건은 개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내건 '개혁'은 당내 보수파에 대비되는 이미지, 혹은 행태적 급진성으로만 발현됐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사회학)는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신자유주의'와 386의 행태가 무엇이 달랐느냐"고 꼬집었다. 이들이 보여준 내용은 사실상 개혁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논란 당시 386 다수가 찬성파로 투항했다. 모임의 좌장 격인 송영길 의원이 대표적인 한미 FTA 찬성론자라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경제노선에서도 보수파와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개혁과 미래'에 속한 의원들 중 일부는 '과천' 출신의 강봉균 의원을 '사부'로 모시고 시장경제를 공부했다.
  
  18대엔 달라질 수 있을까? 일단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FTA를 조기 비준한다는 것은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겠다고 자처하는 꼴"이라고 했다.
  
  성명은 "쇠고기 재협상도 못한 채 FTA 비준을 하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며 "쇠고기 재협상과 FTA 피해대책 마련에 먼저 열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쇠고기 국면과 연계한 '한시적 반대'일 뿐 한미 FTA 자체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기존의 '모호한' 태도에서 변한 게 없다.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는 뜻이자, 쇠고기를 방패삼아 아직 '맨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호기 교수는 "한미 FTA가 살아남은 386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미 FTA 자체를 부정할 수 없다면 최소한 사회양극화와 개방이 결합된 FTA가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 확보와 개방이 결합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386 의원들 중 일부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일부는 소극적 반대를 하고 있는데 중도적 반신자유주의로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보수적 신자유주의와 동전의 양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3의 길'을 내걸건 '개혁'을 내걸건 자신들의 정체성이 얼마나 범진보 세력을 지지하는 상당수 유권자들에게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개혁세력'이라는 건 386 의원들의 영원한 딜레마다. DJ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정치권을 주름잡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자기모순에 스텝만 꼬여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풀지 못한 숙제를 이젠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걸 당의 정체성으로 견인해 낼 수 있을까? 18대 국회 개원과 더불어 '핫 이슈'가 될 한미 FTA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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