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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방역 총체적 실패…피해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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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방역 총체적 실패…피해 사상최대

초기 소극대응 문제키워…장기화 우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달 열흘만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과 서울.부산 등 대도시까지 번져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AI 초기 방역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과 함께 사태가 몇 개월안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역대 최대 피해..서울.부산은 처음
  
  12일 오전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초 전북 김제 발병 이후 고병원성 AI '양성' 확진은 모두 37건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해 호남, 충남.북, 부산.대구.울산 등 영남, 강원도까지 전국이 AI 영향권에 놓였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에서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양성 판정이 아닌 '발생' 기준에서 보면 지금까지 모두 28건의 AI가 발생했다. 양성과 발생 건수의 차이는 한 지점에서 AI가 터져 방역 범위를 설정하고 이미 살처분을 진행하면 이후 살처분 지역 내 농장 등에서 AI가 확인되더라도 양성 판정은 하되 발생으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발생 기준만으로도 올해 AI 사태는 이미 역대 최대 규모다. 2003년 12월~2004년 3월 사이 AI는 모두 10개 시.군에서 19건이 발생했고, 2006년 11월~2007년의 경우 5개 시.군에서 7건이었다.
  
  살처분 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과거보다 크다. 2003~2004년과 2006~2007년은 각각 3개월 동안 약 530만 마리, 280만 마리가 매몰돼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비용 등으로 각각 1천531억원, 582억원의 재정이 소요됐다.
  
  올해의 경우 현재 살처분 누적 규모가 700만 마리를 웃돌아 순수한 살처분 보상금만 55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 초기 소극적 대응, 재래시장 방치
  
  더구나 2003~2004년이나 2006~2007년의 경우 약 3개월에 걸친 발병 통계임을 감안할 때 한 달 열흘만에 사실상 전국이 AI로 물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당연히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초 김제에서 AI가 터지자 발생 지점 500m만 먼저 살처분하고, 추가 발생 상황을 확인한 뒤 살처분 범위를 3㎞로 넓히는 방식을 상당 기간 유지했다. 기본적으로 3㎞안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던 2006~2007년에 비해 소극적 초기 대응을 택한 것이다.
  
  그러다 정부는 급기야 보름이 지나 AI가 전라도 방역대(띠)를 뛰어 넘어 경기도 평택에서까지 확인되자 반경 3㎞안의 가금류까지 모두 살처분키로 방침을 바꿨다.
  
  보상 비용이나 동물 보호 등의 측면에서 신중했다는 게 정부측의 해명이나, 처음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3㎞내 살처분에 나섰다면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발생 초기 전국 83개 재래시장, 282개 5일장과 이곳을 드나드는 소규모 수송 차량 등에 대한 방역을 놓쳐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최초 발생일로부터 한 달 가까이 잠복기가 최장 20여일에 이르는 오리 등이 재래시장에서 자유롭게 팔리고 이를 실은 소형 트럭들이 농장과 가든형 식당(닭.오리 등을 직접 길러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 등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뒀다는 얘기다.
  
  방역 당국도 울산과 경북 영천. 대구 수성, 서울 광진.송파, 강원 춘천의 AI는 모두 재래시장에서 오염된 닭.오리.꿩 등을 구입하거나 영세수집상을 통해 전파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올해 4월께 전라도 지역에서 감염된 오리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재래시장에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AI에 약한 토종닭이나 꿩에게 옮겼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말에서야 지자체를 통해 5일장에서 당분간 닭.오리 등 가금류를 거래하지 못하게 하고, 상설 재래시장 등을 드나드는 500여대의 소규모 수송차량에 대해서는 도축장 등의 소독시설을 이용해 반드시 한 주에 1~2차례 소독하고 필증을 받도록 했다.
  
  서울 AI 역시 성남 소재 재래시장에서 연유된 것으로 확인되자, 당정은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라 재래시장에서 닭.오리를 임의로 도축해 판매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이 법을 고쳐 현재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가든형 식당의 자가도축까지 금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같은 도축 규정 강화가 결국 재래시장을 통한 닭.오리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나, 어디까지나 이는 정부의 기대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근본적 AI 대책이 될 수 없다. 도축 규정이 어떻게 바뀌든 '농장→재래시장→가정.소규모 식당'식의 가금류 거래 행위 자체가 허용되는 한, 잠복기가 긴 오리가 재래시장을 통해 AI를 퍼뜨릴 위험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 방역 허술하면 장기화 불가피
  
  대개 겨울에 발생, 봄과 함께 3월께 진정됐던 예년의 경우와 달리 올해 AI는 4월초에 터져 5월 중순까지 이어지자 AI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유입된 바이러스가 기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과 전혀 달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AI가 연중 상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의 장기화를 결정하는 요인은 AI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이 아니라, 각 나라의 검역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동남아 지역과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AI 바이러스의 기본적 성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동남아 나라들의 경우 닭 등을 놓아 기르는데다 신고율이 낮고, 방역 수준이 낮아 발생이 끊이지 않고 인체 감염 확률도 높아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바꿔말하면 우리나라도 재래시장 등에 대한 가금류 판매를 철저히 관리.감독하지 못할 경우 항상 AI가 창궐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이 지난달 전국 고기용 오리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상시 점검' 차원에서 AI 일제 혈청 조사를 진행한 뒤 벌써 부산 강저 대저동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견된 것은 이같은 위험을 뒷받침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가 유전자 특성상 예년과 같은 '칭하이 그룹'의 것인지 조사하는 동시에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샘플을 보내 인간 감염 가능성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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