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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와 웨인 루니…공통점과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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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와 웨인 루니…공통점과 상징성

[프레시안스포츠] 남북대결서 동점골 뽑은 정대세

북한의 떠오르는 골잡이 정대세가 또 골을 넣었다. 한국은 '왼발의 달인' 염기훈의 그림 같은 왼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선취점을 올렸지만 후반 27분 후방에서 한 번에 정대세에게 연결된 긴 패스를 막지 못한 채 동점골을 내주며 북한과 1-1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염기훈의 골도 좋았지만 정대세의 골은 그의 장점을 다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수비라인에서 긴 패스가 연결되는 시점과 동시에 그는 질풍같이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려갔다. 한국의 수비보다 정대세의 반응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다음. 정대세를 저지하기 위해 곽태휘가 어깨로 몸싸움을 하며 태클을 시도했지만 정대세는 당황하지 않고 곽태휘를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그것도 골키퍼가 전혀 손쓸 수 없는 골 포스트 모서리를 향하는 골이었다.

이는 잉글랜드 축구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적 골'에 가깝다. 웨인 루니가 수비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하다가 한 템포 빠른 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을 때 잉글랜드 팬들이 그 누구의 멋진 골보다 많은 박수를 보낸다. 정대세와 루니의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한 면이 많다. 루니의 최대 장점은 사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에 있다. 그는 자기가 빼앗긴 공은 끝까지 쫓아가서 되찾아 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20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정대세는 골을 넣기 전까지 이렇다 할 좋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아니 그에게 제대로 연결된 패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면에 여러 번 잡혔다. 중앙선 부근이나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그는 한국 선수들과 치열한 싸움을 펼쳤다. 한국의 역습이 시작되면 그는 어김없이 수비 가담을 하며 한국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 20일 남북대결에서 동점골을 넣은 정대세ⓒ뉴시스

잉글랜드 팬들이 루니를 좋아하는 가장 정확한 이유는 그를 빅토리아 여왕 시대부터 그들이 숭배해 왔던 '노동자의 영웅(Working-class hero)'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루니의 아버지인 웨인 루니 시니어는 사각의 링에서 '황소'로 불리는 인파이터였다. 그는 리버풀 교외에 위치한 크록스테스에서는 꽤 알아주는 복서였다. 루니의 근성과 투지는 아버지가 물려 준 유산이다. 루니는 7살 때부터 삼촌이 운영하는 권투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웨인 루니.ⓒ뉴시스=로이터

잉글랜드 팬들도 물론 남미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매료된다. 하지만 이런 '아티스트'들의 발재간은 남성성이 강조되는 축구 경기에서 그저 하나의 볼거리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1960-70년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드리블의 천재 조지 베스트는 팝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조지, 네 핸드백은 어디에 있어?"라는 팬들의 비아냥 섞인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에게 '노동자의 영웅'이란 호칭은 붙여지지 않았다. 루니와 같은 선수가 보여주는 투지를 바탕으로 하는 몸싸움은 베스트에게서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에서 스타로서 장수하려면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징성'을 갖춰야 한다. 정대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선수다. 분명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좀 더 갈고 닦아야 하는 '원석'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스타로 부상하는 데 하나의 조건이 될 수 있는 '상징성'하나 만큼은 확실하다. 그의 선대가 한국에서 출생했으며 그의 국적도 한국이지만 북한 인공기를 가슴에 붙이고 뛴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가 북한 대표팀 선수가 되는 데에는 재일 조선인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물론 16년 간 조총련계 학교에서 축구를 했던 그도 북한 대표팀 선수가 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일원이 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일본으로 귀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킬러의 부재'로 고민하던 북한 축구계는 아직 정대세가 큰 주목을 받기 전 그를 데려갔다.

20일 펼쳐진 남북대결이 무승부로 끝나, 다음 달 펼쳐지는 월드컵 예선 남북대결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정대세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는 정대세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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