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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스스로 장학금 주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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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스스로 장학금 주는 마을

<박원순의 희망탐사 45> 청주시 금천동 마을장학회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조성, 올해로 16년째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마을 장학회가 있다. 1991년 7월 뜻있는 주민 10여 명이 2390만 원의 기금을 모아 첫 출범한 이 장학회는 설립 다음해인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금의 이자를 이용해 성적이 우수한 73명의 마을 학생들에게 4165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올해도 23일 오후 5시 금천동 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13명의 학생들에게 52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한다. 설립 첫해 2390만원이던 장학금도 참여하는 주민이 늘면서 1억7300만 원으로 늘었다. 주민 1가구 1계좌(1000원) 갖기 운동을 통해 장학기금은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2007년 2월 22일자 뉴시스 기사)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금으로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자연스레 청주시 금천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 주민들이 16년 전부터 자진해서 장학금을 조성하고, 지금까지 계속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는 소식은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천동을 찾아가고 나서야 이곳의 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작지만 의미 있는 사업을 계속 벌여오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에 찾아간 금천동사무소에는 어윤만 주민자치위원장과 김종욱 금천동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이분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작은 동이지만 그곳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역 유지들이 앞장서 만들고 마침내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하게 된 작은 장학회와 조상들이 남겨준 공동의 토지를 기초로 한 주말농장, 그리고 단순한 취미활동을 벗어나 취업으로까지 연결되거나 이웃을 위해 패션쇼까지 벌이게 된 봉제학교 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작지만 아름다운 지역의 몸짓들이다.
▲ 어윤만 금천동 주민자치위원장(왼쪽)과 김종욱 금천동장(가운데) ⓒ희망제작소

낙후된 지역에서 꽃피우는 장학문화

금천동에서 장학회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시가지 개선사업, 택지개발 등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장학회를 시작할 당시에는 청주시 변두리에 위치한, 참 많이도 낙후되어 있던 곳이 금천동이었다. 이곳에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그리고 그네들의 아이들을 위해 처음 장학회를 시작한 것은 시의원과 지역 유지 10여 명이었다. 이들은 2300여만 원의 돈을 모아 처음 장학회를 시작했다.

"이곳이 청주시의 변두리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도 많고 어려운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해 인재육성을 해 보자고 장학사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마을금고이사장이었던 정호영 씨가 제안했고, 10여 명이 이에 호응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변영수 시의원이 세비를 한 푼도 안 쓰고 800만 원을 장학회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변영수 시의원은, 지역 유지들이 선거 때 서로 경쟁하게 되면 갈등과 파벌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단일 후보로 내세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거비용을 쓰지 않았는데, 선거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회에 내놓게 된 것이죠.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사람들이 호응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장마차 하는 사람, 경로당의 어르신들도 참여한다

처음 장학회는 주민1가구 1계좌운동을 벌였다. 당시 1계좌당 후원금은 10만 원이었는데, 아무래도 금액이 부담스러워 동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전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1계좌 당 후원금을 1000원으로 내렸다. 호응은 좋았다. 1년 회비 1000원은 많은 주민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일 수 있었고, 그 결과 700명 정도가 후원계좌를 갖게 되었다.

장학회에서 후원금을 모으는 방법은 현금, 계좌이체, 후원의 집 등이 있다. 후원의 집은 장학기금을 3억 원으로 늘리자는 목표를 세우고 주민참여를 위한 홍보의 방법으로 개발한 것이다. 2004년 5월부터 시작됐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지역 주민 70여 명이 수익금의 1%를 후원금으로 내고 있다. 3억 원이 목표인데 1억7000만 원 정도가 모금됐다고 한다.

후원자들 중에는 자신도 어렵지만 장학회를 위해 돈을 선뜻 내놓는 사람들도 많다.

"장학회를 운영하다 보니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포장마차 하시는 분들이 어렵게 번 돈을 매달 3만 원씩 내주십니다. 또 경로당에 있는 어르신들이 인쇄물 스티커 작업을 해서 한달에 3만 원 내지 5만 원씩 후원해주시기도 합니다. 우리가 도와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후원을 받으니 민망할 때도 많죠. 이상한 것은 돈 있는 사람은 잘 안내고 어려운 사람들이 오히려 후원금을 많이 낸다는 것입니다."

후원금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한다. 동사무소에서는 사무장이 행정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장학금 선발할 때 모집공고 등의 행정지원을 한다. 전적으로 자원 활동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연간 5백만원의 장학금 - 작지만 소중한 뜻

현재 장학회는 1억5000만 원 정도의 기금에 대한 이자 수익으로 장학금을 주고 있다. 그렇게 지급하는 돈이 학생 1인당 40만 원씩, 매년 500만 원 정도다. 후원금은 계속 기금으로 포함되고, 이자로만 장학금을 주고 있는 것이다. 16년 동안이나 계속 이렇게 기금을 모금하고, 장학금을 꾸준히 줬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투명한 운영이 아니었으면,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와 정성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운영될 수도 없었을 터이다.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주민들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작은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아이들에게 힘을 주었다.

"사실 큰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장학금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소박한 정성이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학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되리가 생각합니다. 작은 돈이지만 그것이 힘이 되어 학생들이 좋은 대학도 가고 사회에 나와 훌륭한 일도 하게 되는 것이죠.

아직까지 장학금 수혜자 중에서 우리 기금에 돈 낸 사람은 없지만 다른 지역, 다른 직장에 가서라도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 연세대 치의예대에 입학한 학생이 있는데 자기도 의사 개업하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그러더군요. 참 뿌듯했습니다.

장학금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지역 공동체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웃이 마련해주는 장학금을 받으면 이웃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그러면서 지역민들 사이에 서로 정이 들게 되는 거죠."


앞으로 마을재단으로 키울 터-전 주민을 참여시키는 회원 배가운동

금천동 장학회는 앞으로 할 일이 참 많다. 우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만 지급하는 장학금 수여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공부 외에 특기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정관이나 내규를 개정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리고 3억 원의 기금이 모이면 재단을 만들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장학금이 좀 더 모여야 한다.

"일차적으로 장학금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기금이 있어야 혜택도 주는 것이니까 전 주민 참여 확대를 통해서 기금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회원배가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종친회나 동창회의 장학회처럼 일정한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경우는 장학금을 모으기가 한결 수월할 수 있지만 지역 공동체에서 장학금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지역의 모든 행사에서 어떻게 하면 모금행사를 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금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대화의 장이 될 수도 있고,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의 기회도 될 것입니다."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최우수상을 받다
▲ 2003년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최우수상 상패. ⓒ희망제작소

주민자치위원회는 장학금 모금을 위해 마을 소유의 땅을 활용해 주말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480평정도 되는 땅은 쇠내개울(금천동) 소유로,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마을 소유로 관리해왔다. 그 땅을 활용해 장학기금 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말농장은 40세대에게 10평 정도의 땅을 세대 당 3만5000원씩 받고 분양했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장학기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도심 속의 주말농장으로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농장이 집과 가까우니까 아침저녁으로 애착을 가지고 오갈 수 있습니다. 분양받는 비용이 조금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주말농장에서 땀을 흘리려고 합니다. 40가구 되니까 이웃끼리 정을 나누며 농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주말농장 운영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수익금 100여만 원은 장학금으로 편입하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3만5000원씩 내는 돈이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불우이웃과 가난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금천동에서는 봉제교실도 운영 중이다. 취미생활로만 끝나는 봉제교실이 아니라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봉제교실이다.

▲ 취미생활 뿐 아니라 사업으로도 발전하는 봉제교실. ⓒ희망제작소

"우리 지역에는 전국 유일의 봉제교실이 있습니다. 다른 자치센터의 경우 취미교실이나 학습으로만 끝나는데 우리는 실사구시 정책으로 해서 헌옷을 수선하고 양장을 하기 때문에 차별성이 있습니다. 봉제교실은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봉제교실에 다니는 사람들이 옷을 만들어 패션쇼도 했습니다. 봉제교실에서 배우는 것이 미싱 기술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통해 작게는 양장점을 열게 되고 크게는 패션쇼도 할 정도가 된 것입니다."


장학회와 주말농장, 그리고 봉제교실. 모두 그다지 큰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금천동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이런 사업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를 결속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이런 작은 사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03년 전국주민자치센터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 후 전국의 지자체에서 금천동으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보다 더 큰 것은 금천동이라는 지역 공동체를 일군 주민들의 땀이 깃든 노력과 그 결과로 아직껏 유지되고 있는 지역 공동체이다. 이 안에서 금천동 주민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서로의 어깨를 기대고 그렇게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작지만 소중한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면담일시 - 2007년 4월 2일
면담인사 - 어윤만(금천동 주민자치위원장. 투자뱅크 대표이사), 김종욱(금천동사무소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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