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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씨의 70만 원 월급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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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씨의 70만 원 월급명세서

양대노총 한 목소리 "택시 노동자도 최저임금 보장받아야"

지난 1일 분신했던 허세욱 씨가 끝내 세상을 뜬 다음날인 16일 저녁 허 씨의 월급명세서가 공개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게 일을 하던 택시 노동자인 허 씨의 기본급은 고작 52만1000원. 여기에 근속수당 9만5000원, 성과급 1만8378원에 상여금 13만250원 등을 다 합친 데서 각종 공제비를 제외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허 씨의 손에 들어온 쥔 돈은 고작 70만6428원.

허 씨의 월급은 주 44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책정된 올해 최저임금 월 78만6480원보다도 작다. 허 씨의 분신 이후 주위 사람들은 "허 씨의 월급이 100만~120만 원 정도였다"고 증언했지만 허 씨의 월급명세서는 그에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가 찍혀 있었다. (☞ 관련기사 보기 : "가방끈 짧다고 시대의 진실 모를까")

하루 열 시간이 넘게 택시를 몰았다는 그가 왜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을까? 주변 이들의 증언과 월급명세서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된 일일까?
▲ 허세욱 씨의 월급은 주 44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책정된 올해 최저임금 월 78만6480원보다도 작은 70만6428원이었다. ⓒ프레시안

최저임금도 못 받는 택시 노동자들
▲ 택시 노동자들이 추가로 벌어들이는 돈은 말 그대로 '불안정한 수익'이고 실제로 받는 월급의 경우 회사를 불문하고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 ⓒ프레시안

허 씨가 120만 원 정도를 받았다는 주변의 증언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명세서 사이의 간극은 택시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때문이다.

택시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일정한 액수의 기본급 및 수당을 받고 자신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회사에 매일 일정액의 '사납금'을 지불하고 남은 돈을 집으로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허 씨는 회사로부터 받은 80만 원 가량을 제외하고 20만~40만 원 가량을 추가 수익으로 벌어들였던 것이다.

문제는 택시 노동자들이 추가로 벌어들이는 돈은 그 달의 운에 따라 다른, 말 그대로 '불안정한 수익'이고 실제 받는 월급의 경우 전국의 모든 택시 노동자가 회사를 불문하고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는 데 있다.

양대노총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임금협정서에 명시된 택시노동자의 통상임금은 가장 많은 충청남도 아산이 59만5980원, 가장 적은 경상북도 경주는 22만 원이었다. 서울은 그나마 58만5200원으로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이었고 지방으로 갈수록 월급은 더 낮아졌다.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같이 택시 수요가 많지 않은 지방의 경우 사실상 월급 이외에 수익을 벌어들이기가 쉽지 않아 "저임금에 고통받는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때문에 양대노총을 비롯한 23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대노총의 택시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택시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절실함을 보여주는 반증인 셈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대표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오는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앞두고 있다. (☞ 관련기사 보기 : 여의도 국회 앞에 택시 1000대가 모인 이유는?)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부의 지난해 연구결과 택시노동자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된 최저임금제를 개정하면 임금체계 개선 및 저임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나왔을 뿐 아니라 양대노총이 지난해 6월 19세 이상 국민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들의 75.8%가 택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제 보장에 찬성했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 양대노총을 비롯한 2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1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시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내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프레시안

사업주 "택시 회사 다 망한다"…노동부 "부작용 우려 '단계적 적용'하자"

물론 회사들은 "택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가뜩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택시 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부도 "최저임금제 적용이 경비원들에 대한 해고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사납금 인상이나 도급·지입의 확산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적용'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연대는 "택시업주들의 논리는 기업주의 무능함을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단계적 적용'을 얘기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그동안 공언하고 노사정이 협의했던 내용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보호를 위해 국가가 임금결정에 개입하는 성격을 갖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국회 환노위 위원장과의 간담회, 각 정당 간담회 등 대국회활동을 통해 4월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또 "택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을 방해하는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는 12월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에서 양대노총을 포함한 최저임금연대 차원에서 공동으로 심판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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