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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버스, 정말 친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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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버스, 정말 친절해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5>이주노동자를 웃고 울리는 한국말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크게, 자주 느끼는 애로사항은? 쉽게 짐작이 가겠지만 '언어'다. 그런 만큼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적지 않다.
  
  아시아 각국의 언어들 중에는 서로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적잖이 있다. 뜻은 다르다 해도 발음이 같은 단어는 한국인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이나 쉽게 귀에 들리게 되는데, 바로 그런 단어들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에피소드 하나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한 몽골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영덩. 영덩 씨는 경기도 김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탔다. 행선지는 서울 영등포. 혹시 내릴 곳을 지나칠지 몰라 안내방송에 열심히 신경 쓰면서 갔다.
  
  한참 가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의 안내방송에서 '영덩 내리세요'라는 방송이 나오는 게 아닌가. 영덩 씨는 안내방송에서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내리라고 안내까지 해주니 내려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대로 내리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영덩 씨는 감동을 받았다. 무뚝뚝하고, 가게의 종업원들조차 손님을 친절하게 반기지 않는 몽골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지 않은가. 한국에 갔다 온 몽골사람들이 한결 같이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하더니 이렇게 친절할 수가!
  
  친구들을 만난 영덩 씨는 신이 나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한국은 정말 친절해. 내가 내릴 곳이 되니까 버스에서 방송으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리라고 안내를 해주었어' 라고.
  
  영덩 씨보다 한국생활을 오래 한 친구들이 의아해했다.
  
  '그럴 리가….'
  
  영덩 씨는 강변했다.
  
  '정말이다. 버스에서 방송으로 영덩 쏘라고 했다.'
  
  친구들이 물었다.
  
  '어디서 내렸는데?'
  
  '영등포.'
  
  그제서야 상황 파악!
  
  '영등포'가 '영덩 쏘'가 된 것이었다.
  
  에피소드 둘
  
  어떤 몽골 남자가 회사 사장과 같이 길을 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회식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중간에 장어구이집을 지나게 되었다. 뱀같이 생긴 장어를 본 이 남자 장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머거, 머거'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사장님 왈, '안 돼, 다른 것 먹어!'
  
  몽골어로 '머거'는 뱀이라는 뜻이었다.
  
  에피소드 셋
  
  그런가 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여러 나라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체험담도 있다.
  
  한 버마 사람이 평소에 자주 가는 슈퍼마켓으로 닭을 사러 갔다. 버마사람들은 닭을 한국의 닭매운탕과 비슷하게 요리해서 먹는데, 그날따라 그 슈퍼마켓에 닭이 보이지 않았다. 둘레둘레 살피고 있는 이 남자를 본 주인이 물어보았다.
  
  '뭘 찾아요?'
  
  그런데 이 남자, 갑자기 '닭'이라는 한국어를 잊어버렸다. 입안에서 뱅뱅 돌면서 나오질 않는 것이다. 음음하던 이 버마 남자, 주인이 앉은 자리 가까이에 놓여 있던 달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엄마, 주세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버마 남자는 달걀을 사러 갔는데, 달걀을 찾지 못했다. 가게를 살피다가 닭이 눈에 뜨였다. 가게 아주머니에게 '이거 베이비, 주세요'라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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