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지난해 말 성과급 지급 문제로 시작해 시무식 폭력 사태, 노조의 부분파업까지 이르며 연말연시 뜨거운 이슈가 됐던 현대차의 노사갈등이 20여 일 만에 마침내 마무리됐다.
사태 발생 20여 일, 노조의 하루 부분파업 후 마침내 협상 타결
전날 열린 마라톤 협상에서 '회사의 성과급 지급'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울산공장 본관에서 대표자 및 실무자 협상을 이어가며 오후 5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합의된 내용은 회사가 미지급된 성과급 50%를 생산목표 미달 대수가 만회되는 시점에 맞춰 지급하기로 한 것. 이를 위해 노조는 오는 2월 말까지 2006년의 생산목표 미달 대수와 이달 노조의 잔업 및 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으로 발생한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노조는 막판까지 '회사의 손배소 및 고소고발 취하'를 협상 타결의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추후협의 사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협상 타결에 따라 노조는 예정됐던 야간조의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협상 타결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며 "노사 공동으로 추천한 인사들로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적인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을 찾고 발전적인 노사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박유기 노조 위원장은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노사관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합의를 했다"며 "조합원들도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에 대해 사태의 한 축에 있는 당사자로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결국 답은 노사 모두의 양보에 있었다
회사로부터 성과급을 지급받기로 한 것은 분명 노조의 승리다.
노조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데는 노조의 파업이 공장 전체를 멈출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대차 생산라인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지리하게 끌어 오던 노사의 팽팽한 대립이었지만 노조는 부분파업 하루 만에 회사를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노조 역시 회사에 한 발 양보했다. 10억 원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손배소 제기와 노조 집행부 20여 명에 대한 고발건의 해결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았다. 더욱이 당초 성과급의 지급 시점 또한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으나 '생산차질 만회 시점에 지급'이라는 회사 측 안을 노조가 수용했다.
결국 극단으로 치닫던 노사갈등의 해결책은 결국 노사 모두의 한 발씩 양보에 있었던 셈이다.
오랜 싸움 끝의 결말…"타결 아니라 봉합일 뿐"
노사가 극적인 타결을 이룬 것은 무엇보다 장기화될 경우 노사 모두 이로울 것이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연초부터 벌어지는 생산차질이, 노조로서는 시무식 사태와 성과급 지급 '이면합의'의 근거였던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의혹 등이 일면서 확대된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이헌구 전 위원장이 임단협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2억 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인해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노사 모두에게 악재였다.
오랜 싸움 끝에 현대차 노사는 결국 타결에 이르렀지만 이번 사태의 마무리가 그대로 현대차의 고질적인 노사관계 시스템에 대한 해결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협상 타결은 문제의 봉합일 뿐"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회사의 생산제일주의와 노무관리 철학의 부재에 '공장을 멈출 힘을 가진' 노조의 권력화가 맞물리면서 생겨난 현대차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제2의 '성과급 갈등'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갈등은 비록 마무리됐지만 노사 모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상수 "실망스럽다…불법 파업, 사후라도 책임 물을 것"
한편, 현대차 노사갈등의 전격 타결 소식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수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과거처럼 양보하는 식으로 타협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며 "원칙을 지키는 타협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었으므로 (노사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노동부 차원에서 사후에 확실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