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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운명은 땅의 자손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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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운명은 땅의 자손의 운명"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6)]<녹색세계사>

올해로 다섯 번째로 열린 '환경 책 큰 잔치'의 실행위원회(위원장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가 '올해의 환경 책' 12권과 '2006 우리 시대의 환경 고전' 17권을 선정해 최근 발표했다.
  
  환경정의, 풀꽃평화연구소, 교보문고가 주최하는 '2006 환경 책 큰 잔치'는 지난 17일 개막돼 24일까지 계속된다. 이 행사는 시민들이 환경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2002년에 시작됐다.
  
  <프레시안>은 '환경 책 큰 잔치' 실행위원회와 공동으로 11월 한 달 동안 하루에 한 권씩 이번에 선정된 환경 책 29권에 대한 서평을 싣고 있다. <편집자>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지음, 이진아 옮김, 그물코, 2003년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지만 지금은 거대한 석상만 남아 있는 태평양 동부의 이스터 섬. 이 섬의 비밀은 무엇일까? 섬의 부족들은 경쟁적으로 제례의식에 몰두했고 그 과정에서 석상을 옮기기 위해 통나무를 마구 잘라냈다. 그 결과 산림과 토양은 황폐해졌고 급기야는 고기잡이배를 만들 통나무조차 사라졌다. 결국 부족들은 인육을 먹기에 이르렀고 문명 자체가 파괴되고 말았다.
  
  이스터 섬의 멸망 과정에 대한 해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계와 인류의 역사를 환경의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책이다. 대체로 정치·경제·군사·문화예술·외교 등의 측면만을 주목해 온 기존의 주류 역사서와는 달리, 이 책은 환경이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규정해 왔으며, 인간의 문명이 자연을 어떻게 이용하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는지를 파고든다.
  
  그래서 이 책에는 수천 년 동안 변천해 온 생산양식과 생태계의 상호 관계, 인류의 자원 이용 양태와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모, 인구 증가와 도시의 성장과 기술의 발달 등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과정 등이 잘 드러나 있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문명사적 성찰을 보여주면서도 알기 쉬운 사례 소개 등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게 서술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책에 따르면, 이스터 섬뿐만 아니라 인류 최초로 찬란한 농경문화를 꽃피운 메소포타미아 문명, 한때 절정의 융성기를 구가했던 잉카와 마야 문명, 로마 제국 등도 모두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고 통치자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농경지를 확장하고 땅을 지나치게 착취하는 등 인간이 자연 위에 군림한 탓에 순식간에 혹은 천천히 스러져 갔다.
  
  "땅의 운명은 땅의 자손의 운명이 될 것이다. 땅에 침을 뱉는 것은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이다. 지구가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 속한 것이다", "쓰레기들은 모두 지구의 어딘가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사실과, 모든 생명체에 필요한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생명에 필요한 물질들은 반드시 순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등과 같은 언급은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문명의 붕괴>(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2005),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야스다 요시노리·유아사 다케오·이시 히로유키 지음, 이하준 옮김, 경당, 2003) 등을 같이 읽으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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