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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 '마니 풀리테'…伊 스타 '대탈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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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판 '마니 풀리테'…伊 스타 '대탈출' 본격화

[프레시안 스포츠]유벤투스는 지금 '선수 사냥터'

1992년 이탈리아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부패 사건으로 1000여 명의 이탈리아 정치인과 고위공직자가 쇠고랑을 찼다. 뿌리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는 이탈리아 검찰의 노력을 두고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탈리아 축구계 파문은 정치판의 부패사건과 같다"
  
  14년이 흐른 지금, 이탈리아는 축구판 '마니 풀리테'가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재판결과가 나온 뒤, 이탈리아 축구계에서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의 기쁨은 찾아 볼 수 없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 유벤투스는 승점 30점 감점과 함께 세리에 B(2부리그)로 강등됐다. 라치오와 피오렌티나도 각각 7점, 12점 감점과 더불어 세리에 B로 떨어졌다. 전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구단주로 있는 AC 밀란은 15점 감점 조치를 받았지만 세리에 A(1부리그)에는 남게 됐다. 하지만 '꿈의 무대'인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UEFA 컵 출전은 좌절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이탈리아 검찰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의혹을 조사하던 중 불거졌다. 검찰은 전화 통화를 감청하다 유벤투스의 단장인 루치아노 모지가 이탈리아 축구연맹 간부에게 특정 심판의 배정을 청탁하는 내용을 들었고, 그 뒤 승부조작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마니 풀리테'의 주역 프란체스코 보렐리 전 밀라노 검찰총장도 이 사건을 총지휘하기 위해 은퇴 4년 만에 전격 복귀해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루치아노 모지 단장은 판결이 난 뒤에도 "승부조작은 없었다. 심판에 대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세리에 A가 부정부패의 늪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밀라노 검찰청 소속의 검사로 이탈리아 정치 스캔들을 과감하게 파헤쳐 스타덤에 올랐던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현 정치인)는 "축구계의 승부조작 사건은 (14년 전) 정치계의 부패사건과 같다. 모든 사람은 부패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지만 증거를 찾을 때까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뿐이다"라며 이탈리아 정치판의 부패와 축구계의 부패가 비슷한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 최고 스타들은 이제 해외로 내몰릴 것"
  
  이 사건의 여파로 세리에 A는 당분간 휘청거릴 전망. 2부리그로 강등된 팀에 소속된 스타 선수들의 해외로의 '대탈출'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탈리아 명문 클럽들은 구단의 최대 상품인 스타들을 정상가격보다 싼 값에 내놓는 '파격세일'을 해야 할 운명이다. 잉글랜드나 스페인 클럽들의 달콤한 유혹에 유벤투스 등 승부조작 사건으로 처벌 받은 이탈리아 클럽에서 뛰는 스타들도 짐 보따리를 쌀 가능성이 크다.
  
  17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지난 시즌 세리에 A 정상에 오른 유벤투스의 경우 선수와 관련해서만 5600만 파운드(약 981억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가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데에 결정적 공헌을 했던 유벤투스 소속의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은 2500만 파운드(약 438억 원)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1500만 파운드(약 263억 원)정도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스타들은 소속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어느 정도의 이적료 이상만 충족시켜주면 다른 클럽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여기에다 이번 사건으로 2부리그로 떨어진 일부 이탈리아 팀들은 소속 팀 스타를 다소 싼 값에 팔아서라도 클럽 운영을 정상화 시켜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다. 또한 릴리앙 튀랑(유벤투스)등 일부 스타급 선수들은 이탈리아 2부리그에서 뛰는 걸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빨리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른 국가의 리그로 가고 싶다는 뜻이다.
  
  이 상황을 두고 AC 밀란의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이번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판결은 2000만 명의 이탈리아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탈리아의 최고 스타들은 이제 해외로 내몰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의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이탈리아는 비록 월드컵 우승 국가지만 이탈리아 축구 클럽은 정당한 죄값을 치러야 했다"고 논평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2부리그 강등의 처벌을 받은 구단들은 선수만 잃는 게 아니다. 클럽 운영의 젖줄인 TV 중계권과 스폰서십 판매도 바닥을 칠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관심이 덜한 2부리그로 떨어져 TV 중계권료도 깎이고, 스폰서 업체의 관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벤투스라는 명문 클럽이 2부리그로 떨어지면서 세리에 A의 다른 명문 클럽들은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빅 매치'를 잃은 격이 됐다. 자연히 관중 수입 등 여러 측면에서 처벌을 받지 않은 구단들도 손해다.
  
  유럽 명문 클럽의 '선수 사냥터'가 된 세리에 A
  
  이탈리아 '빗장수비'를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와 알레산드로 네스타(AC 밀란)는 각각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첼시로의 이적이 유력하다. 한편 윙백과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잔루카 참브로타(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 교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원에서 '싸움소'처럼 강한 압박축구를 펼치는 젠나로 가투소(AC 밀란)는 끝까지 소속 팀에 남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입질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독일 월드컵에서 최고 골키퍼의 상징인 야신상을 받은 '거미손' 부폰 골키퍼(유벤투스)를 놓고 이탈리아의 인터밀란과 잉글랜드의 아스날이 경쟁하고 있다. 부폰은 이탈리아에서 남아 활약하기를 원하는 눈치지만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해외 리그로 갈 수도 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득점왕을 수상한 루카 토니(피오렌티나)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선수 외에도 프랑스의 파트리크 비에라(유벤투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이 유력하며 프랑스의 골잡이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도 리버풀이나 아스날로 이적할 가능성이 짙다. 브라질 '마법의 4중주단'의 일원인 카카(AC 밀란)는 레알 마드리드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의 철퇴를 맞은 이탈리아의 세리에 A는 새로운 시즌을 앞둔 유럽 명문 클럽들의 '선수 사냥터'가 돼 가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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