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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대립에 기름을 부은 '헤즈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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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대립에 기름을 부은 '헤즈볼라'

하마스와는 다른 종파…이스라엘에 승리한 경험 가져

자국 병사를 구출하겠다며 시작된 이스라엘의 대(對) 팔레스타인 무차별 공습이 병사 석방은커녕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의 반격을 초래한 가운데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또다시 납치하면서 중동지역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헤즈볼라가 내세운 이스라엘 군인 납치의 목적은 샬리트 상병을 납치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 동일하다. 이스라엘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석방이다.

이란 및 시리아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헤즈볼라는 80년대 초 결성 이후 18년간에 걸친 무장투쟁 끝에 지난 2000년 레바논 남부를 불법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을 몰아낼 정도로 무시못할 군사력을 지닌 조직이다. 게다가 레바논 제도정치권에도 진출한 어엿한 정치세력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측에서는 헤즈볼라에 대해 이슬람권 '테러조직' 중 가장 성공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헤즈볼라는 최근 수 년간 아프간전쟁이나 이라크전쟁, 팔레스타인사태 등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 왔으나 이번 팔레스타인 사태에 전격 개입함으로써 중동지역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마스의 '형님'…민병조직과 정치조직의 결합
▲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해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힘을 실어줬다.ⓒEPA

하마스가 이슬람 수니파 조직이라면 헤즈볼라는 시아파가 중심이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민병조직이면서 동시에 정치조직이다. 그러나 정치와 군사가 결합된 이같은 조직의 원조는 헤즈볼라다. 하마스에게 있어 헤즈볼라는 '형님'인 셈이다.

1980년대 초반 시아파가 중심인 이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헤즈볼라의 결성 목적은 레바논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몰아내는 투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2000년 5월 이 목적을 달성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밀려 레바논 지역에서 철수한 것이다. 비교되지 않는 군사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끈질긴 싸움 끝에 승리를 이뤘다.

이 성공으로 헤즈볼라는 레바논인들에게 인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들이 레바논에서 가진 영향력은 오직 막강한 군사력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현재 헤즈볼라는 레바논 의회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정당이며 의회 내에서 상당히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의회 전체 의석 128석 중의 23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것. 또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사회 복지와 의료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펼쳐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나아가 헤즈볼라는 독자적인 TV 방송국인 <알-마나르>도 갖고 있다.

이슬람·무장투쟁·민중지향이 공통점

바로 이 지점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공통점이다. 1987년 12월 8일 팔레스타인 노동자 4명이 이스라엘 트럭에 치어 살해된 사건으로부터 촉발돼 창립된 하마스는 의료, 교육 등의 사회적 문제에까지 대안을 제시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스라엘의 파괴를 위한 무장 투쟁과 정치 활동이 결합된 조직인 하마스는 마침내 지난 1월, 아랍권에서 가장 민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에서 제1당으로 부상했다.

사우디, 이집트 등 거의 모든 아랍국가들의 집권세력이 비민주적이며 대미의존인 데 비해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이른바 '정치적 이슬람(Political Islam)' 세력은 이슬람신앙과 독자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독립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교육·의료 사업 등을 통해 민중과 연대를 형성하며 아랍권에서 그 영향력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시리아와 긴밀한 관계 자랑하는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레바논 땅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한 헤즈볼라는 그 뒤 소속 무장조직을 레바논군으로 통합시키고 정치·사회적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요구에 직면한다. 유엔은 2004년 결의안 1559를 통해 레바논으로부터 외국군의 철수와 무장단체의 해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무장조직은 단지 레바논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군사작전으로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자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의 편을 들고 나서며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헤즈볼라는 특히 이스라엘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시리아와 매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시리아 서남부의 골란 고원 근처의 셰바 농장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셰바 농장이 자신들이 점령한 골란 고원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헤즈볼라는 이 지역은 레바논에 의해 점령된 지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 자국 병사의 납치에 항의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폭격을 퍼부었다.ⓒEPA

<BBC>는 양측의 이같은 대립이 골란 고원을 되찾고 싶어하는 시리아를 위한 '카드'로 쓰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역시 은근히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

2005년 2월 레바논의 전 총리 라피크 하리리가 암살 당한 이후 레바논은 큰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 암살이 시리아 정보기관의 소행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나돌면서 헤즈볼라는 조심스러운 정책을 채택하는 것으로 변화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들은 반대 당을 내놓고 비판하지도 않았으며 '서방의 훼방'에 맞서 레바논인들의 단결을 주창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처음으로 반(反)시리아 집회가 열리고 나서 몇 주 후에 헤즈볼라는 민심은 역시 그들의 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수백,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레바논과 시리아의 역사적이고 전략적인 관계를 지원하기 위해 베이루트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란과도 가까워…'이스라엘 파괴' 주장해 온 조직

헤즈볼라는 시리아뿐 아니라 이란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레바논 동부의 베카 계곡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2000여 명의 이란 혁명 수비대는 이스라엘에 맞선 헤즈볼라의 저항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기도 했다.

또 헤즈볼라는 오랫동안 이란으로부터 무기와 돈을 지원받아 왔다. 이같은 무기를 토대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파괴를 주장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에 맞서 승리를 얻어내면서 이 지역에서 반(反) 이스라엘의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국 병사 2명의 납치를 계기로 베이루트 공항까지 공격하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데에는 이처럼 헤즈볼라가 이란 및 시리아와 가깝다는 배경도 존재한다.

더욱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군인이나 시민을 납치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경험도 가지고 있다. 2년 전 헤즈볼라는 납치한 이스라엘 사업가, 그리고 이스라엘 병사 3명의 사체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400명의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인 수감자들의 맞교환에 성공했다.

따라서 샬리트 상병의 석방 조건으로 팔레스타인이 요구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석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헤즈볼라가 현 상황에 끼어드는 것이 더욱 못마땅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납치를 통해 이 사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함에 따라 사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한 이스라엘 병사의 납치로 시작된 이 지역의 긴장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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