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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리트 상병 구하기'의 최종 목적은 '하마스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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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리트 상병 구하기'의 최종 목적은 '하마스 붕괴'

[기고] 이스라엘의 거부주의와 하마스 정부의 곤경

요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를 비롯한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하마스정부 해체를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정책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정치적인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오래 계속된 거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의 근거로 내세우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인민해방위원회(the Popular Resistance Committees, PRC)의 길라드 샬리트(19) 상병 생포는 단지 이번 공격의 빌미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협상 거부하는 쪽은 하마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2000년 9월 발생한 자살폭탄 공격을 동반한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는 2003년 이후 점차 소강상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 동안에도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은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돼 왔다. 서안 곳곳에 철옹성 같은 검문소를 설치하고 분리장벽 건설과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야만적이고 공세적인 점령정책을 막지 못한 책임을 자치 정부에게 물었으며 그 결과 하마스가 눈부신 승리를 하면서 중동 아랍권 최초로 팔레스타인 이슬람 정부를 창출했다.
▲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자국 병사를 구하겠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EPA

하마스 정부는 팔레스타인 전 영토의 22%(동 예루살렘, 서안, 가자)에 민족국가 수립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이스라엘과의 협상 주제들로 제시하고 있다. 현 이스라엘 국가 영역(팔레스타인 전영토의 78%)을 제외한 1967년 6월전쟁 이전의 휴전선(1948년 전쟁의 결과 만들어진 휴전선)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국경 획정, 이스라엘 정착촌의 완전한 철거, 동예루살렘의 주권 회복, 1948년 점령된 땅(현 이스라엘 국가 영역)으로부터 추방된 난민을 포함하는 500만 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9000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감옥의 수감자 석방,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 등이 그 협상내역인 것이다.

하마스가 내세운 협상주제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이 주제들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처음으로 1991년 마드리드 국제협상에서 팔레스타인 대표들인 하이다르 압둘 사피와 파이잘 후세이니 등이 이 주제를 제안했다. 이들은 임시 협정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면서 분쟁의 최종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즉각 거부했고. 1993년 팔레스타인 측의 협상자들은 마흐무드 압바스와 야세르 아라파트로 대체됐다. 이 새로운 팔레스타인 협상자들이 임시협정의 개념을 수용하면서 이스라엘과 오슬로 협상을 시작했고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수립했다. 자치정부-이스라엘 협상의 최후 국면인 2000년 최종 지위 협상에서 자치정부 협상자들은 첫 팔레스타인 대표들이 제안했던 주제들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고 시도했으나 이스라엘은 끝내 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은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가자 공격은 이스라엘이 직접 하마스 붕괴작전에 나선 것

이에 실망한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자살폭탄 공격을 동반한 제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를 주도했다. 이를 빌미로 이스라엘은 분리 장벽을 쌓기 시작했고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 즉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 팔레스타인 민중당(PPP), 알 아크사 여단' 등을 '테러 단체'로 지목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이 단체들을 분쇄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이스라엘의 구상은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의 협상에 반영됐고 2003년 6월 '로드맵' 협상에서 구체화됐다.
▲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게 무장 단체의 해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EPA

로드맵은 당시 위기의 원인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대(對)이스라엘 무장공격'에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스라엘의 공세적이고 야만적인 점령 정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항해 자신들의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결성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을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자치정부에게 무장단체 해체를 요구하는 '로드맵'은 자치정부를 통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해체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략이다. 그러므로 '로드맵' 구상이 실현될 경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군과 무장단체들 사이의 내전이 불가피 해 보인다. 이와 같이 가장 최근의 협상 결과물인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하마스 정부 붕괴시도는 이처럼 분명하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을 가진 오래된 점령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며 새로운 돌발적 상황이 전혀 아니다. 2006년 하마스 정부 수립 이후 '로드맵'의 구상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가자 지역에서 자치정부의 주요세력이었던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것이 더 이상 서안 지역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의 암묵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파타가 하마스를 제압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 상황에서 이제 이스라엘이 직접 하마스 정부 붕괴작전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언론들은 하마스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며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하마스 정부도 위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주제들을 포함하는 이스라엘과의 협상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하마스는 '로드맵' 구상처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전략에 휘말려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도 이스라엘과 대등한 협상자로 협상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한 협상' 원하는 팔레스타인의 외로운 호소에 귀기울여야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마스가 내세우는 주제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제시한 협상 주제들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면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존재 인정'은 당사자 상호간에 이루어져야 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테러리스트' 단체로 지목하면서 해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수사적으로나마 '이스라엘의 존재를 불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주민들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에게 대항할 만한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면서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강력한 정치력, 경제력 등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헤어날 수 없는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주변 아랍 각국의 권위주의적인 정권들도 이스라엘과 연대하고 있다.
▲ 팔레스타인인들은 국제 사회가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울이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한 팔레스타인인의 모습. ⓒ EPA

이스라엘이 모든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고 균형을 갖춘, 공정한 협상만이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희망이고 대안이다. 하마스는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 따라서 하마스는 자신들이 제기한 협상 주제들을 성취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의미하는 최종지위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이스라엘이 끝내 거부할 것이다.

1967년 점령 후 이스라엘의 계속된 주장은 "동예루살렘, 서안, 가자 지역이 점령지가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영역이며 단지 이스라엘 국가 내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분쟁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은 점령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도 이곳에 수천 간 조상 대대로 살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이스라엘 시민권을 주지 않고 추방하는 인종 차별정책을 철저하게 실행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그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미국이 앞장선 경제 봉쇄정책으로 식량조차 부족한 팔레스타인인들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7월 2일부터 서안, 가자 등 이스라엘 점령지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민중봉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보인다. 권력도 무기도 없고 경제력도 없는, 가진 것이라곤 몸밖에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온 몸을 던져서 국제 사회에 애처롭게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냉담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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