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수치 등이 보여주고 있는 객관적인 전세는 이스라엘의 '승리'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6세 어린이가 사망하는 등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면서 여론전에서는 이스라엘이 패배하는 듯한 모양새다. 10일(한국시간) 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연대행동을 벌였다.
올메르트 "이번 공세는 일정표에 올릴 수 없는 전쟁"…하마스의 '휴전 제의' 거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9일(현지시간) 정례 각료회의에서 이번 공세는 일정표에 올릴 수 없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남부군 사령관도 자국 언론 회견에서 "우리의 공세에는 시한이 없다"며 이스라엘군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필요한 만큼 작전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잇따라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이른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이번 공격의 목적이 다른 데에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대외적으로 밝힌 가자 공격의 목적은 지난달 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길라드 샬리트 상병의 구출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작 인질 석방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는 '협상'은 거부하고 오직 '군사 작전'으로 샬리트 상병을 구하려 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마스 내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오려면 서로가 모든 군사공격을 중지함으로써 평온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휴전을 제의했지만 올메르트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더욱이 유엔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기반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퍼붓고 있다. 학교와 교량, 공공건물에 대한 공격은 납치된 자국 병사의 구출보다는 하마스 정부의 기반을 파괴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같은 공격으로 가장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라는 점도 이스라엘이 내세운 대외적 명분을 수긍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지난 8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샤자야 마을에 공습을 감행해 6세 여자 어린이와 오빠 등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숨진 어린이의 모습은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아랍권 사람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의 목적은 하마스 붕괴…부당한 정치행위며 폭력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도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 다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 명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을 규탄하는 국제연대행동을 열었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인권실천시민연대 소속 허창영 씨는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의 진정한 목표가 자국 병사의 구출이라면 이는 군사적 공격이 아니라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협상이 아닌 군사 공격으로 인질을 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안영민 씨도 "사람이 억류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에 그토록 무차별적인 공습을 퍼붓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이처럼 말이 안 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이 샬리트 상병의 목숨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한 항의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실제로 노리는 것은 지난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집권한 하마스 정부를 붕괴시키는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로 집권한 하마스에 대한 이같은 탄압은 "부당한 정치행위며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또 이들은 이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 공격 중단 △파괴된 사회기반 시설의 복구 및 피해 배상 △하마스 정부의 존재 인정과 수감자 교환 협상에 나설 것 △군사점령 중단과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단지 며칠이었던 당신의 고통과 우리의 오랜 고통을 비교해보라"
이날 집회에서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스라엘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 이만이 지난달 25일 샬리트 상병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도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이만은 이 편지에서 현재의 상황이 무고한 한 이스라엘 병사의 납치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큰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샬리트 상병을 납치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석방의 조건으로 요구한 것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의 석방'이었음을 떠올리면 무슨 얘긴지 납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감옥에는 90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만은 이들이 이스라엘의 주장처럼 "살인을 하거나 테러를 하기 위한 동기가 아니라 우리의 땅과 신념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만은 이어 샬리트 상병의 납치로 고통받고 있을 그의 어머니에게 "단지 며칠이었던 당신의 고통과 20~30년 이상 지속된 우리의 고통을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자신들이 살던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오랜 고통을 기억해달라는 얘기다.
그는 "결국 이 고통을 끝낼지 말지의 선택은 당신의 손에, 당신 나라의 손에, 당신 나라의 지도자들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만의 편지 전문이다.
억류된 길라드 샬리트의 어머니께 저는 마음껏 웃을 수도 없고, 아침에 볼에 뽀뽀를 할 수도 없으며 따뜻한 손길로 아픔을 위로받지 못하고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해주는 이도 없는 운명을 가진 수 천 명의 아이 중 한 명입니다. 저는 이런 운명을 저의 가정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딸입니다. 부인, 저는 당신이 아들의 소식을 듣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드님은 대의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관의 지시가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 생각도 안하고 복종하다가 그렇게 되었지요. 부인, 부인이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고 크게 '내 아들을 돌려주세요! 내 아들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라고 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것이 큰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을 해 보셨나요? 이 사건은 당신네 감옥에 수감된 우리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문제입니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자신의 신념과 고향땅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지금 믿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믿을 대의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돌이나 펜을 들었다는 것 뿐이죠. 당신네 지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살인을 하거나 테러를 하기 위한 동기가 아니라 우리의 땅과 우리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부인, 수 만 명의 수감자들이 당신네 감옥의 고통스러운 작은 방에 감금돼 있습니다. 그들의 젊음과 그들의 희망과 그들의 열정을 살인과 잔인함의 불로 태워버리는 감옥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부인, 우리 수감자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커녕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취급의 단 하나 목적은 수감자들을 서서히 죽이는 것입니다. 수감자 대부분은 가족들이 면회할 수 있는 허락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단지 며칠이었던 당신의 고통과 20~30년 이상 지속돼 온 우리의 고통을 비교해보세요. 당신의 아들은 전쟁 포로로서 확실히 우리의 신념과 우리의 원칙에 부합하는 적절한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을 것입니다. 부인, 이것이 제가 말해야 하는 전부입니다. 결국 이 고통을 끝낼 지 말지의 선택은 당신의 손에, 당신 나라의 손에, 당신 나라의 지도자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이런 것은 오직 고통 받고 상처 받고 있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지도자들 같은 군사·정치 지도자들은 이같은 고통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것을 가슴으로 겪어볼 수 없습니다. 그들의 아들들은 모두 부모의 날개 아래 쉽고 조용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죠. 알라신이 우리의 아버지들과 아이들을 보호해주시길. 저희는 당신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합심해서 우리의 사랑하는 이들이 되돌아오도록 그래서 우리와 가까이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고통과 당신의 고통을 멈추게 하세요.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의 딸, 이만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