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작은 마을 하디타에서 24명의 이라크 민간인을 미 해병대가 고의적으로 학살한 사건이 미 의회 청문회까지 불러오는 등 날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양민학살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 "수사관, 고의적 살해 및 현장 조작 증거 확보"
<워싱턴포스트>가 5일 보도한 이라크 한 장애인에 대한 미 해병대의 잔혹한 학살이 계획적인 의도에 따른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확보됐다고 <CNN>이 6일 보도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미 해군 수사관들은 해병대원들이 이라크인이라면 누구든지 살해하겠다는 계획적인 의도에 따라 고의로 민간인을 살해한 뒤 사건을 조작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CNN>은 전했다.
해병대 제5연대 3대대 소속 해병대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수사관들은 당시 해병대원들이 특정한 그 누군가를 뒤쫓은 것이 아니라 아무나 잡으려고 했으며 희생자인 하심 이브라힘 아와드 알-조바이를 집에서 끌어내 얼굴에 4차례 총을 쏴 살해한 뒤 AK-47 소총과 삽 한 자루를 시신 곁에 놓아 현장을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해병대는 사건 직후 하심이 테러용의자였으며 미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심의 시신 옆에서 AK-47 소총과 삽 한 자루를 발견했다고 미군측은 밝혔다. 이로 미뤄볼 때 하심은 자기 집 앞에 폭탄을 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가 미군에게 발견됐으며 교전 중 사살됐다고 미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하심의 가족과 이웃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군이 거짓 주장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가족들은 사건 당일 새벽 해병대원들이 집 안에 있던 하심을 밖으로 끌어내 얼굴에 네 차례나 총을 쏴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더욱이 미군측은 하심의 가족들에게 해병대의 발표대로 하심이 테러와 연루돼 있다고 증언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 7명의 해병대원들과 한 해군 의무병을 캘리포티아주 캠프에 수감중이며, 또 다른 4명은 부대밖 외출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5월에도 29명의 무고한 시민이 미군에 살해 당해"
이라크 수니파 정당 이라크이슬람당(IIP)는 6일 지난달 미군이 총 5차례에 걸쳐 모두 29명의 이라크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타리크 알-하셰미 이라크 부통령이 이끄는 IIP의 인권 담당 대변인 오마르 알-주부리는 "미군이 지난달 13일 바그다드 남부 라티피야 지역에서 민간인 승용차 1대를 공격해 탑승자 6명을 숨지게 했으며 같은 날 인근 민가에 공격을 가해 7명의 목숨을 잃게 했다"고 주장했다.
알-주부리 대변인은 또 "다음날인 지난달 14일에 미군은 유시피야 지역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13명을 살해했으며 바그다드 시내에서도 2명의 이라크인이 미군에 의해 피살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바그다드에서 또 한 명의 시민이 미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들에 대해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책임자들은 전쟁 범죄자로 간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 빠른 시일 내에 '하디타 사건' 청문회 개최할 듯
한편 미 양원 군사위원회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로 '하디타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하디타 사건 관계자의 청문회 증인 출석이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를 알려주기를 요청했다.
워너 위원장은 "우리는 우리의 의무가 있고 , 그것을 수행할 것"이라며 "사실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디타 사건 관련 청문회의 첫 증인 예상자로 이 조사를 책임진 엘던 바저웰 장군을 지목했다.
하원 군사위원회의 던컨 헌터 위원장도 청문회 개최를 다짐했으나 범죄수사를 의회가 간섭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군 당국의 조사가 끝난 뒤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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