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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지사 '세 번째 당적변경'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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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강현욱 지사 '세 번째 당적변경' 초읽기

정동영-고건 '고래싸움' 이용한 '새우'의 생존법칙

요즘 강현욱 전북도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대권주자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과 고건 전 총리가 '전북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기싸움의 한 복판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도지사 재선 전망이 밝지 않은 강 지사로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고래 싸움'이 싫지 않은 것 같다. 또 한번의 줄타기를 통해 기사회생을 노려보겠다는 심산에서다.

***"이달 중 진로 결정하겠다"**

강 지사는 지난 23일 전북을 찾은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을 차례로 만나 자신의 '몸값'을 과시했다. 우리당 지도부는 같은 날 전북 방문 일정을 잡은 고 전 총리를 향해 "예의가 아니다"고 비난했지만, 사실상 불만의 표적은 강 지사였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에 소속된 사람이 어떻게 당 의장이 오는 날 경쟁자인 고 전 총리를 만날 수 있느냐. 그것도 당 의장보다 먼저…"라고 강 지사의 처신을 비판했다.

강 지사는 다음날인 24일 "열린우리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며 "도민의 의견을 들어본 후 이달 중으로 도민이 원하는 뜻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말 대로라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본선에 불출마하거나, 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내지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식이다.

강 지사가 후자를 선택한다면 이는 곧 고 전 총리와 손을 잡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으로, 우리당과 정 의장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선 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의 강 지사가 있기까지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럴 개연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선거 앞두고 두 번의 당적 변경**

강 지사는 원래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출신이다. 그는 경제기획원 차관, 농림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 96년 제15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유일하게 신한국당 간판으로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역구는 고 전 총리가 12대에 당선됐던 전북 군산. 당시 "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달라"며 호소한 '눈물 유세'는 아직도 지역 정가에 유명하다.

호남에 지역구를 가진 유일무이한 신한국당 국회의원 강현욱은 그 희소성으로 인해 당 정책위 의장까지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16대 총선 직전이던 2000년 3월, 돌연 새천년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현역 프리미엄에 민주당 당적까지 갖춘 그는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2002년 전북도지사 선거에서도 당선됐다.

강 지사는 그 뒤 17대 총선 직전이던 2004년 3월에는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함께 발의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후 역풍에 휘말려 지역 민심이 흉흉해지자 말을 갈아탄 것.

이 과정에서 강 전 지사는 기묘한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 새만금 사업과 함께 가장 큰 지역 현안이던 방폐장 전북 유치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백지상태에서 재검토" 방침을 밝히자 강 전 지사는 "17대 총선에서 지역현안 문제 해결을 책임지고 돕겠다는 당이 있다면 그 편을 들겠다"고 주장해 열린우리당 입당을 합리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강 지사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정동영 의장이 당시에는 강 지사를 직접 만나 입당을 설득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이던 염동연 의원도 당시 강 지사와 접촉해 새만금 사업 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입장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비리 구설수…시민단체 "정계 은퇴" 요구**

이처럼 주요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신한국당→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두 번이나 당적을 옮긴 강 지사의 줄타기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 지사는 다시 한번 위기에 처했다.

우선 지난 2002년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비리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 강 지사 측 참모들의 유죄가 인정돼 강 지사의 정치적 입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들은 2002년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당시 선거인단 추첨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뽑힌 선거인단 접수증을 강 후보 측 지지자 접수증 196장과 바꿔치기한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정세균 의원(현 산자부 장관)과 겨룬 경선에서 강 지사는 불과 35표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열린 1심 판결 후 강 지사는 행정부지사를 통해 "선거 종사자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지만 주변 관리를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신상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간접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면서 강 지사에 대해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계 은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 당적변경' 초읽기…이번에도 성공할까?**

이런 사정이 감안돼 우리당 내부에서도 강 지사의 재출마에 부정적인 시선이 증폭됐고, 이는 최근의 경선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강 지사는 '기간당원 50%+도민여론 50%'를 반영해 전북도지사 후보를 결정키로 한 전북도당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방식대로라면 그동안 적극적으로 기간당원을 모집했던 김완주 전 전주시장과의 경선은 해보나마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 지사의 반발에는 김 전 시장이 기간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당비 대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언론보도가 꼬리를 물면서 전북 도지사 경선의 판 자체가 난장판이 된 측면도 작용했다.

이처럼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중앙당까지 나선 중재도 끝내 실패로 귀결됐다. 게다가 이 틈을 타고 고건 전 총리가 강 전 지사에게 손을 내민 것이 결정적이었다. 고 전 총리로서는 강 지사가 무소속이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이기면 '대박'이고 진다해도 '본전'인,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것.

이는 전북에서 정동영 의장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는 고 전 총리를 발판 삼아 기사회생을 노려보자는 강 지사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

따라서 강 지사가 "이달 중으로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며칠 사이에 경선 방식이 뒤바뀌지 않는 한 그의 선택은 불문가지다. 선거를 위한 세 번째 당적변경이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정동영-고건 '고래싸움'을 이용한 '새우'의 생존법칙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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