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장면을 찍은 미공개 사진이 15일 호주 공영 TV에 의해 방영됐다. 새로 공개된 사진은 지난 2004년 공개된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포로 학대 장면이 담겨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다양한 유형의 학대 사진 포함…"포로학대 조직적으로 이뤄진 증거"**
호주 공영 SBS TV는 이날 오후 8시 30분(현지시간) '데이트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라크 바그다드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이라크인 수감자에게 행한 학대 행위를 찍은 2004년 당시의 미공개 사진 40여 장을 방영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살인과 고문, 성적 모욕 등 다양한 학대 유형들이 포함돼 있다.
한 사진에는 수갑이 채워진 한 남자가 금속으로 된 문에 자신의 머리를 반복적으로 부딪히며 자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 남자는 또 다른 사진에서 그의 얼굴과 온 몸에 무언가 발라진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2층 침대에 발이 묶인 채 나체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진도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한 남자가 그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흥건한 피 속에 시체로 누워 있는 장면도 있었으며, 카메라 앞에서 자위 행위를 하도록 강요받는 사진과 같은 성적 학대도 포함돼 있다.
마이크 커레이 책임프로듀서는 "우리가 그 사진을 입수한 이상 그것들을 방영해야 할 의무가 일단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진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커레이는 이어 SBS가 입수한 수백 장의 사진 중 일부 사진은 성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들어 있으나 너무 사실적이어서 공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커레이는 사진의 출처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지만, 신뢰할 만한 통로를 통해 입수했다고 말했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는 이미 지난 2004년 이라크 점령 미군들의 포로 학대 사진이 공개되면서 파문을 낳은 바 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앰릿 싱 변호사는 "포로 학대 사진이 또 공개됨으로서 남은 것은 미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라며 "미국 정부가 과연 이번 사건을 포로 학대의 구체적 실상과 책임자를 밝혀내는 기회로 받아들일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미군 병사들이 포로들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학대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 "사생활 침해 문제도 있는데 공개 안 하는 것이 좋았겠다"**
미국은 이번 사진 공개에 대해 "사람들의 분노에 불을 지펴 더 많은 폭력을 낳게 될 것"이라며 못마땅해했다. 미국 국무부 법률 자문가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사진이 공개되지 않는 것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사람들의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도 이미 포로 학대 문제로 인해 많은 미군 병사들이 기소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포로 학대 주장에 대한 조사가 이미 행해졌으며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 죄에 책임을 졌으며, 특히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포로 학대 건에 대해서도 25명이 처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왜 또 그 새삼스럽게 그 문제를 제기하냐는 불만인 셈이다.
또다른 미 국방부 관리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진들은 지난 2004년 이후 행해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대한 미군 당국의 조사에서 이미 다 나왔던 것"이라는 것이다.
미군 당국이 이미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진 공개로 미군의 포로 학대 및 고문에 대한 이라크인들과 전세계인의 분노는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한 이라크 교사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이 "미군의 이라크 점령 이후 시작된 이라크인들의 오랜 고통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