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여자는 드라마틱한 남자를 좋아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여자는 드라마틱한 남자를 좋아한다"

<후보24시②>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10일 오전 '불도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던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와의 동행 취재가 시작됐다. 불도저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상상도 해 봤지만, 정작 기자가 이 후보와 함께 탄 차는 흰 색 카니발이었다.

역사적인 한-미전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이라 다른 날보다는 선거운동 일정이 매우 적은 편이라는 예고에 기자는 다소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큰 딸 주연씨, "아버지는 너무나 정직한 분"**

첫 공식일정은 오전 11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TV 후보자 토론이었다.

10시 40분경 방송국에 도착한 이 후보는 다소 긴장한 듯 대기실에서 마지막으로 토론 자료를 점검하며 방송경험이 풍부한 오세훈 의원과 캠프 관계자들로부터 TV 토론에 대한 조언을 경청했다.

오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해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달 정도 가까이서 지내면서 잘 알기 전에 지녔던 권위적이고 타인을 압도하려는 인물일 것이라는 선입관이 깨졌다"며 "꾸밈이 없고 탈권위적인 인물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에게 실례지만 친구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진솔해서 약간의 쇼맨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평도 이어졌다.

방송 직전 방송국의 의상 담당자가 이 후보의 옷과 헤어스타일을 더 돋보이게 하려고 하자 이 후보는 "그냥, 보통의 자연스런 모습을 보이겠다"며 거부했다. 사실 이 후보의 공식 코디네이터는 큰 딸 주연씨가 맡고 있다. 주연씨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무난함과 평범함이다. 이 후보가 그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주연씨에게 정치가 이명박 후보의 가장 큰 장점을 물었다. "너무나 정직한 분"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TV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수행원과 관계자들은 방송국 지하식당에서 모니터로 이 후보와 김민석 후보 사이의 공방을 지켜봤다. 논쟁을 벌이는 여러 사안에 대해 그때마다 중요한 사항을 메모하기도 하고, 김 후보의 발언내용 중 정확한 수치나 사실이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급히 스튜디오 쪽으로 연락을 취해 이 후보가 역공을 가하도록 자료를 제공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방송국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이 후보는 이날 토론에 대해 잠시 환담을 나눴고 전체적으로 흡족하다는 느낌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토론 직후 이 후보는 김 후보와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후에 이 후보가 밝힌 바로는 '선거가 끝나면 서로 불편한 것을 잊고 한번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교회 장로로서 욕먹을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이 후보는 쉴 틈도 없이 63빌딩에서 열리는 한 기독교단체의 구국기도회에 참석하여 격려사를 했다. 이 후보는 격려사에서 "서울시장이 되면 신앙인으로서 그리고 장로로서 욕먹을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교계 지도자들은 다른 대선후보나 시장후보들이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데 반해서 이 후보가 짧은 시간이라도 참석을 한 것에 고마워하는 분위기였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정치가 '이명박'뿐 아니라 '이 장로님'과의 만남에 큰 의미를 두는 듯 여겨졌다.

이 모임은 점심식사를 포함한 것이었지만 이 후보는 다음에 있을 일정 때문에 연설 후에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바로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수행원들에 따르면 이 후보는 보통 이동 중에 김밥이나 도시락으로 겨우 허기를 달래는 경우가 많고, 계속되는 유세중 지칠 때는 이 후보의 집에서 준비해 보낸 죽을 차내에서 간식으로 가끔 드는 정도라고 한다.

***김덕룡 의원 지원연설 눈길**

오후 2시경 성동구민회관 앞 정당연설회가 시작됐다. 이 장소는 지난 번 '시장후보 24시'의 취재대상이었던 김민석 후보도 정당연설회를 한 곳이라 두 후보의 유세 스타일과 지지자들의 성향을 비교할 수 있었다.

지난번 김 후보는 열정적인 연설로 감정에 호소하며 청년층과 여성표에 중심을 두는 스타일이었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의 실정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중장년층의 탄탄한 지지에 주력하는 편이었다. 이 후보의 한 수행원은 두 후보의 유세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 후보는 보여주는 제스처에 능하지만 우리 후보는 다소 수줍고 투박해 보이지만 늘 진실하다는 것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연설회 찬조연사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비주류인 김덕룡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명박 후보와는 6.3 대일 굴욕외교 반대시위 때부터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고 밝히고 "학생 때는 정의로 울분했고 사회에 나가서는 산업화의 일꾼으로 큰일을 한 후 다시 정치권에 들어와서 개혁을 하려는 사람"이라고 이 후보를 설명했다. "서울시의 큰 살림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도 덧붙여졌다.

역시 이 후보를 지원하러 온 서청원 대표도 "서울시 행정이 더 나빠졌다"며 "이 후보는 서민생활과 직결된 수돗물이나 교통문제를 잘 해결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외국생활 많이 해서 김치 없이도 오래 버틴다"**

다음 일정은 월드컵 한미전 응원이었다. 광화문으로 갈까 잠실야구장으로 갈까 잠시 회의가 이어졌다. 교통이 다소 원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실 쪽으로 관전 장소를 결정하고는 이동시간에 시간의 여유가 생겨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가까운 기사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주문을 하던 수행원이 "부대찌개 같은 건 잘 못 드실 것"이라며 기자와 이 후보 몫으로 따로 돼지불고기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별로 가리는 음식이 없는 듯 부대찌개와 돼지고기를 둘 다 맛있게 먹었다. "가리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 내 식성의 강점"이라며 "일 때문에 외국에서 생활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김치를 안 먹고도 오랫 동안 버틸 수 있는 식성이 됐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마치고 경기시작 전 잠실운동장에 도착했다. 이 후보가 붉은악마와 함께 열렬하게 한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전광판 아래 스크린에 비춰졌다.

한국과 미국이 결국 1대1로 비기자 수행원들은 "포루투갈전은 선거에 승리하고 14일에 다들 편하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수행원은 "광화문이 더 우호적인 유권자가 많았을 텐데 장소 선택이 아쉬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성공비결 "단수를 두라", 인기비결"드라마틱한 남자를 좋아한다"**

비에 젖으며 전후반전 내내 응원을 하느라 옷이 흠뻑 젖은 이 후보는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차의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다음 유세시간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전농동 부근 고가도로 아래 다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후보는 차에서 내려 바람을 쐬고 옷을 말리며 이날 하루 중 거의 유일한 휴식시간을 10여분 가졌다.

이때 이 후보에게 몇가지 질문할 수 있었다.
우선 말단 직원에서 CEO까지 오른 성공의 비결을 물었다. 이 후보는 "늘 바른 정도를 가면 된다"고 답했고, 좀 더 구체적인 비결을 알려달라고 조르자 "단수를 두라"고 말했다. "구천수를 두는 이는 만가지 수를 두는 사람에게 지지만, 한 가지 길만 보고 단수를 두는 사람에겐 누구도 잔꾀를 부리거나 해서 당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반생이 모 방송국의 드라마 소재가 되기도 하는 등 여성(유권자)들에게 특히 인기를 끄는 비결에 대해 묻자 싱긋 웃으며 "여자는 드라마틱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나름의 '인기비결'을 알려주기도 했다.

***비 오는 가운데 유세 강행**

계속 비가 오는 가운데 강행된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은 저녁 7시부터 청량리역 광장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였다. 폭우 속에도 우산을 쓴 청중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 후보와 수행원들을 흥분시켰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특히 젊은 날 대학시절 고학을 할 때 내게 도움을 준 서민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 유세장에는 홍준표 의원과 김홍신 의원이 찬조연사로 나오기도 했다.

하루 동안 이 후보의 유세과정을 동행하면서 느낀 것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이 매우 검소하고 단촐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일정을 마치고 광화문에 위치한 선거본부로 돌아오는 차량 안에서 수행원들에게 이런 소감을 전하자 "선거법 한도 내에서 자금을 쓰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 수행원은 "이 후보는 전기나 수도가 쓸 데 없이 켜진 것도 지적하는 검약이 철저한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어린' 후보라는 말로 따끔하게 한번 불러줬다"**

캠프로 돌아온 이 후보는 선거캠프 운동원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 속에 사무실로 들어가 이날 하루 있었던 유세의 성과와 다음날 유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회의를 주재하면서 오전에 있었던 TV토론을 화재로 삼으며 "(김 후보가) 너무 나를 인신공격하기에 '젊은'이 아닌 '어린'후보라는 말로 따끔하게 한번 불러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회의를 끝으로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한 이 후보는 밤 9시경 자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날 밤도 푹 쉬기는 힘들 것 같았다. 기자가 후보와 헤어지며 본 다음날 계획표에 의하면 동대문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이른 새벽부터 공식행사만 12개 이상인 강행군이 이명박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