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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탈당 카드' 안 먹히는 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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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J 탈당 카드' 안 먹히는 세가지 이유

벼르는 언론, 레임덕 심각, 달라진 검찰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고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서"가 공식 이유다. 하지만 세 아들과 측근 비리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DJ의 노림수는 뭘까. 자신이 만든 민주당, 그 당의 국민경선으로 뽑힌 차기 노무현 후보에게 자신의 집권중 가족과 측근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리사건이 짐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정권재창출이 가능하고 그래야 퇴임 후가 편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환영이다. 짐을 덜 수 있고, 차별화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젠 청와대 관련 각종 비리의혹이 터져도 "우리 일이 아니다"라며 발뺌할 토대가 생겼다. 노 후보는 DJ와 다른 사람이며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DJ와는 다른 정치를 할 것이란 얘기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한나라당은 반대다. 어떻게든 노 후보와 DJ 관련 비리를 한데 묶어, 이번 대선을 DJ 정부의 부패와 국정파탄에 대한 심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계속 "탈당하라"고 외쳐 왔지만 정작 탈당에 대해서는 "위장 탈당"이라고 비판한다. 앞으로도 계속 노 후보를 DJ 품안에 가둬두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다.

***'DJ 탈당' 이후 민주당·한나라당의 전략**

실제 어떻게 될까. '탈당카드'의 효과가 먹힐까.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자면 지금 연달아 터져나오는 비리 의혹으로 인해 '노풍'이 다소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DJ 탈당으로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인가. 한나라당 바람대로 '노풍'을 잠재울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 바람대로 '노무현은 다르다'는 지지로 이어질 것인가.

먼저 양쪽의 전략을 전망해 보자.

권노갑 구속에 이은 DJ의 전격 탈당은 홍업, 홍걸씨 등 아들 비리 의혹에 대한 조기 처리를 예상케 한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여타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도 가능한 한 빨리 진행시킬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5월중 비리정국을 마무리 짓고 월드컵과 지방선거국면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일 게다. 그리고 노 후보 체제를 강화하면서 현 정부 개혁성과는 계승하고, 비리와 실정에 대해서는 강력 비판하는 차별화전략을 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리정국을 가능한 한 오래 지속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제, 국정조사, TV청문회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검찰수사와 아들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만약 이루어진다 해도 DJ에 대한 공세를 계속 확산시켜 가겠다는 예고다.

또한 영부인 조사, DJ의 내정 2선퇴진, 비상중립내각 구성, 박지원 비서실장과 신건 국정원장 퇴진 등 전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다. 대통령 퇴진 투쟁도 검토 중이라 한다. 이를 통해 청와대와 민주당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선거 대비 조직 및 자금 가동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국면전환 노린 '탈당 카드' 먹히나?**

그렇다면 양쪽의 전략중 어느 쪽이 이길까. 결국은 여론과 민심의 흐름으로 판가름 날 사안인데 이를 미리 점친다는 건 쉽지 않다.

'3홍 비리 의혹' 등으로 들끓기 시작한 민심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두 아들에 대한 검찰소환 등을 지켜보면서 반(反)DJ, 반(反)민주당 정서가 오히려 더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번 끓어 오른 민심도 언젠가는 식는 법, 만약 두 아들에 대한 구속이 집행된다면 다소 소강국면에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야당은 계속 "이걸로 부족하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겠지만 "이미 구속했지 않느냐"는 식의 대응이 효과를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권노갑 구속집행에서 경험한 바다. '권부 핵심' '모든 게이트의 몸통'으로 불려온 그이지만 검찰 구속사유는 5천만원 수뢰가 전부다. 이걸로 부족하다는 야당과 언론의 질타가 있었지만 어쨌든 그의 구속 집행 이후 권노갑 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확실히 뚝 떨어졌다.

DJ 탈당과 아들 비리에 대한 조기처리 노력은 바로 이러한 국면전환을 노린 카드다. 게다가 월드컵이 열리면 국민의 관심도 분산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비리 의혹들 외에 새로운 사건이 또 터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대통령 아들들에 멈추지 않고 영부인, 더 나아가 대통령 자신이 직접 관련된 의혹이 새롭게 불거진다면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DJ 탈당' 선언이 있은 6일 최규선의 녹음테이프가 공개되었다. 7일자 아침 신문의 1면톱은 탈당이 아닌 녹음테이프였다. '탈당 카드'가 먹히지 않는다는 증거다.

***언론이 벼르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추가로 터질 비리가 있느냐로 모아진다.
연달아 제기된 각종 게이트 의혹으로 국민정서는 이미 상당 부분 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따지기 이전에 "모두 다 썩었다"는 식의 개탄으로 흐르고 있다. 여기서 몇가지 의혹이 보태진다고 국면이 180도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 물증을 갖는 새로운 비리 의혹이 제기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추가 비리사건이 터지느냐 않느냐에 DJ 탈당과 조기수습노력의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탈당 카드의 효과는 자신하기 어렵다.

첫째 언론의 자세 때문이다. 이미 YS 정권 말기 경험한 바이지만 우리 언론의 이른바 '하이에나적 근성'은 강력하다. 권력 앞에 절절 매다가도 권력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권력비리를 물고 늘어지는 보도태도 말이다.

게다가 DJ 정부와 조중동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은 세무조사라는 큰 전쟁을 치른 적대관계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가급적 많은 비리 의혹을 수집하고, 경쟁적으로 터뜨려 나갈 것임은 익히 예상되는 바이다.

이미 그런 현상은 시작된 지 오래다. 이용호 정현준 진승현 윤태식 게이트 등 그간의 각종 게이트 사건마다 언론이 검찰수사를 앞서 나가고 정치권의 공방을 이끈 사례가 많다. 하지만 최근 아태재단 관련 의혹, 최규선 게이트가 권노갑 김홍걸 비리로 연결되는 과정에서는 언론의 폭로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레임덕현상 갈수록 심화 예상**

둘째 DJ 정권의 레임덕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권말 레임덕이 심화된다는 것은 이 정권에 동참했던 인사들 가운데 자기 개인의 앞날을 위해 정권의 비밀을 털어 놓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비리 의혹에 연루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에게 사후 보장을 해줄 정권의 능력이 없어지면 어떤 폭로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는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DJ 탈당은 레임덕을 한층 급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또 어디에서 어떤 비리사건이 터져 나올지 누구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도 이미 시작됐다. 최규선 게이트는 그의 비서 천호영의 폭로로 시작됐지만 최규선 자신이 일종의 '구명수단'으로 권노갑 김홍걸 등 권력 핵심과의 연계설을 털어 놓으면서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최규선의 입은 '판도라의 상자'처럼 언제 어떤 내용이 흘러 나올지 알 수 없는 의혹의 핵심이 되어 있다.

권노갑 구속은 김은성 전 국정원 제2차장의 진술 때문이었다. 김은성씨는 이밖에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만들어냈다. 제2, 제3의 김은성씨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권노갑씨와 그 측근들도 구속을 앞두고 '2년전 국정원의 최규선-김홍걸 문제 보고'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엉뚱한 곳에서 새로운 문제제기도 벌어지고 있다. 조금 멀리 가자면 김근태 의원의 경선자금 고백에 '권노갑 2천만원'이 포함된 것도 레임덕의 한 반증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박상천 의원이 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면서 경선과정의 '금품수수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검찰도 달라지고 있다**

셋째 검찰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DJ 정부 아래서 검찰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보다 만신창이가 됐다. 김태정 신승남 총장의 퇴진, 세 번의 특검을 거쳤다. 또한 이명재 검찰총장의 임기는 다음 정권에 걸쳐 있다.

따라서 이제 검찰은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미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요 며칠 사이에 새롭게 제기된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사건, 포스코와 김홍걸 연루설, 최규선 녹음테이프 등도 모두 수사대상에 올랐다.

이처럼 도처에 폭탄이 도사리고 있고, 언론은 한 개의 폭탄이라도 더 잡아서 터뜨리려 벼르고 있다. 또 폭탄이 일단 터지면 거의 모두 검찰수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 또 어떤 비리사건이 터질지 모른다. 그 사건이 누구와 어떻게 연계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DJ 탈당' 카드가 구사됐다. 그리고 아들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야말로 마지막 수단까지 모두 동원되고 있는 형국이다.

***'탈당 카드' 내놓은 청와대의 고민**

마지막 수단까지 썼는데 새롭게 또 사건이 터진다면 대처방법이 없다. '탈당카드'를 내놓은 청와대의 고민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5년전으로 돌아가 보자.
YS의 임기말은 거의 청와대 감금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보사태가 터지고 김현철씨가 구속되면서 청와대의 힘은 급전직하했다. 기아사태와 IMF 위기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은 공식 활동도 대폭 축소될 정도였다. 민자당 탈당 이후에는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고스란히 맨몸으로 받아야 했다. 민자당도 YS를 지켜주지 않았다. 오히려 화형식을 거행할 정도로 비판에 앞장섰다.

지금 DJ는 YS보다 훨씬 일찍 '탈당 카드'를 썼다. 앞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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