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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치활동' 그동안은 안했나?

일상화된, 비공식적 정치활동이 더 문제

'재계의 정치활동'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당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 '대선에서 각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겠다'는 재계의 입장표명이 있었고, 이는 '정치활동 공식화 선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치자금을 빼앗겨 온 재계가 이제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당과 정치인을 골라 합법적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선언"이란 해석이다.

이러한 '재계 정치활동'이 과연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찬성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주역인 재계가 자금을 무기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공식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논리를 편다. 또한 "정치자금 투명화, 정책경쟁 위주의 선거풍토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반대론은 "자금을 무기로 경제정책 로비를 노골화하여 금권정치, 재계이기주의를 만연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또 "IMF를 초래한 재벌 위주 경제구조를 혁파하는 경제개혁·구조조정 정책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라는 비판도 대두된다.

***재계의 정치활동, 과연 새로운 일인가?**

그러나 찬반론 이전에 재계의 정치활동이 과연 새로운 일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재계가 이번에 정치활동을 공식화하는 것이라면 과연 그동안은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또 "그간 재계는 얻는 것도 없이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일방적으로 정치자금을 헌납해 온 희생자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했던 모씨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재계가 정치인에게 부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자금 없이 달리 국회의원과 친분을 유지하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 측에서는 왜 국회의원과 친분을 유지해야만 하는가. 모씨의 증언은 계속 이어진다.

"우리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경우 계열사 임원을 통해 국회 재경위 정무위 건교위 소속 국회의원들 중 일부와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재경위와 건교위는 당연히 관할 상임위이며, 정무위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권한이 있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두어야 한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계열사 홍보실과 합동으로 국회 동향을 수집한다. 가장 민감한 것은 국정감사 일정이다. 국정감사 일정을 의결하기에 앞서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구조조정본부는 계열사 사장을 통해 평소 친분을 쌓아 둔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벌여 증인 채택을 막는다."

"두 번째는 감사 도중 자기 그룹이 거론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평소 경제부처에 신세진 경우에 국정감사에서 그 문제가 불거지면 그룹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정부 부처로부터도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된다. 세 번째는 법안심의다. 우리 회사에 불리한 법안의 통과를 막거나 수정하도록 로비한다."

"한번은 재경위와 정무위는 완벽하게 커버링을 했으나 엉뚱하게도 문광위에서 우리 그룹 문제가 불거져 구조본부장이 총수로부터 질책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재계의 '일상화된 정치활동' 중단하겠다는 뜻인가**

이 증언에 따르자면 적극적인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재계다. 평소 정치자금을 무기로 국회의원들을 '관리'하고, 국정감사나 법안 심의에서 자신들에 불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밀착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전부 해당 기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거나 불법을 저질렀거나 부당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경우 등이다. 이런 기업의 비리들을 국회가 지적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재계 스스로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줄을 대어 두고 있다는 증언이다.

지난해 본지 취재결과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경우는 국회 로비를 목적으로 상설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도 있다. 국회전담팀을 상설 운영하는 경우는 삼성이 유일해서 당시 국회 직원들 사이에서는 "역시 삼성이 막강하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처럼 재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활동을 해 왔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또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해 왔다.

이러한 재계의 '일상화된 정치활동', '비공식적 정치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계가 새삼스럽게 정치활동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은 앞으로 이러한 '일상화된 정치활동'은 중단하겠다는 뜻인지 먼저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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